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1975년 영화.
아마 타르콥스키 감독 영화 중에서 가장 요란한 촬영과 편집을 사용한 작품일 것이다. 그럼에도 졸리다는건
작품 자체는 타르콥스키 감독 작품 중에서도 또한 손꼽히는 걸작이다.
타르콥스키 감독 작품답게 내용 요약은 큰 의미가 없다. 일단 주인공의 어머니가 나오고 현재 시점에서 주인공의 아내가 나와 이 두 사람이 주축이 되기는 하는데, 어머니와 아내를 같은 배우가 연기하고 있고 초반에는 흑백과 컬러로 과거와 현재를 나누지만 어느새 그런 구분도 역전되어 과거가 컬러 현재가 흑백이 되는등 논리 정연하게 정리하는 건 그냥 불가능하다.
감독의 마지막 소련 영화다. 이후 망명해서 이탈리아에서 찍었다.
영화 내내 감독의 아버지의 자작시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며(낭송도 아버지가 직접), 마지막 장면에는 감독의 어머니가 출연하는 등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보면 아주 기가막힌 장면이 하나 등장한다. 정성일 평론가가 영화 사상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며 소개했었는데, 초원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카메라가 갈대가 쓰러지는 것과 동일한 속도로 사선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야외 테이블에 도달하고 접시 위의 빵이 아래로 떨어지는 시퀀스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람과 카메라의 이동속도가 일치한다는 것. 바람은 기상현상인데 감독이 이걸 어떻게 통제했을까가 포인트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김성욱도 "우연히 그 타이밍에 불었는지 아니면 그 지역에 바람이 그 시간에 부는 걸 알고 찍었는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장면의 비밀은 바로 타르콥스키 감독이 일일이 다 계산한 것이었다. 원래 그 장면을 찍은 장소는 갈대가 없는 곳이었는데 갈대를 언제 심어야 영화 촬영때 원하는 높이까지 자랄까를 계산을 하고 촬영하기 2년전에 갈대를 심었다. 바람은 헬리콥터로 일으켰는데 헬리콥터 프로펠러 속도가 어느 정도여야 촬영에 원하는 바람이 나올지 계산을 했고 이에 맞춰 카메라를 패닝 했던것. 사회주의 국가 소련의 노가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