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론

Politeia

플라톤 저의 국가론은 흔히 영어권에서 The Republic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고, 때문에 일본(과 일본의 학문적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번역본 제목 역시 '국가(國家)'가 되었다. 그러나 그리스어 원어의 뜻은 '정치체제(政體)'에 좀 더 가깝다. 때문에 『국가』의 대표적 번역자 중 한 명인 박종현 교수는 번역본의 제목을 『국가·정체』라고 하였다.

플라톤의 대표적인 중기 대화편 중 하나이다. 올바름(dikaiosyne)과 영혼의 불멸, 이데아(idea),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상국가에 대해 논하고 있다.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의 존재를 믿었던 사람인데, 그는 인간의 영혼은 크게 지혜, 용기(andreia), 절제의 세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이 세 가지의 덕 중에 한 가지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즉, 어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지혜의 덕에 탁월함(arete)을 보이고, 어떤 사람은 용기의 덕에, 또 어떤 사람은 절제의 덕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다고 본 것이다. 국가편에서 나타난 영혼 삼분설은 플라톤의 후기 대화편이라고 할 수 있는 법률편에서 영혼 이분설로 이어지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이러한 주장을 하는 대표적으로 학자로는 보보니치(c. bobonich)교수가 있다.물론 영혼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는 문제와 달리 영혼이 이성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후기까지 계속 일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플라톤은 국가를 구성하는 계층을 세 개로 나누었는데, 지배자 계층, 군인 계층, 생산자 계층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각자의 탁월한 덕에 따라 그에 맞는 역할을 담당하여 지혜, 용기, 절제의 덕이 조화를 이루면 그 국가나 사회는 정의롭게 된다고 플라톤은 주장했다. 하지만 이 조화는 용기와 절제가 이성(지혜)에 의해 통제받고 있는 상태이다. 인간의 영혼이 이성에 의해 통제받아야 하는 것처럼 국가체제 역시 지혜로운 사람에 의해서 다른 계급들이 통치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혜를 소유하고 있는 철학자들이 군인과 생산자계층을 통치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철학과에 갓 들어온 1학년 학생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될 '철학책 다운 철학책'이기도 하며,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에 따라 대화체로 쓰여 술술 잘 넘어간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이해가 쉽다고 해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결코 쉽게 넘어갈 내용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두자. 어차피 번역본이 잘 읽힌다는거지 원문을 읽으면 어떻건간에 일단 어렵다 모든 철학자들의 저서가 그렇듯 이 책도 당연히 곱씹어 생각하다보면 생각할거리가 끝도 없이 나온다. 다만 제멋대로 새 단어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현대 철학자들이나 이중, 삼중 부정 문장이 책 처음부터 끝까지 도배하고 있는 다른 철학자들의 괴랄한 문장에 비하면 매우 직관적인 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