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시우스

위(僞) 디오니시우스( Pseudo-Dionysius) 혹은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기타(Dionysius Areopagita)라고도 한다. 중세 그리스도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며 현대 철학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희한한 인물이기도 하다.

1 그는 누구인가

그는 자신의 이름을 사도 바울의 제자인 디오니시우스라고 자칭하고 있는데 사도행전에 보면 바울이 아테네로 가서 알지못하는 신에 대한 설교를 한 대목이 나온다. 아테네에서의 설교는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사도행전 17장 34절에 보면 아레오바고 관원 디오누시오가 교인이 되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 인물은 자신의 저작에서 자신을 바로 이 바울의 제자 디오누시오,즉 디오니시우스라고 칭하고 있다. 이런 바울의 제자 디오니시우스의 저작은 532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처음 언급되어 그리스도교 교리 확정에 큰 영향을 미쳤고 중세 내내 그는 바울의 제자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이후 역사적 고증과 해석학이 발전하면서[1] 디오니시우스에게도 이런 고증과 해석학의 잣대가 들이밀어졌고 결론적으로 그는 사도 바울의 제자도 아니고 사도 바울 시대에 산 인물도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진짜 이름이나 출생지, 생년,활동지역등은 명확하게 알 도리가 없으나 현대 학자들이 단편적인 그의 저작과 서신에서의 언급등을 바탕으로 서기 5세기에서 6세기 초반경에 시리아 지역에서 활동한 학자로 추정하고 있다. 그의 저작들을 살펴보면 사도 바울의 시대에 씌여진것이라기에는 표현방식이나 문체가 오히려 5세기에서 6세기가 더 맞고 주창 개념들도 이 시기와 부합하는걸로 보는게 적절하다는것.

한가지 희한한 대목은 그가 왜 자신의 본명을 숨기고 사도 바울의 제자인 아레오바고 관원 디오누시오, 디오니시우스로 자처했느냐라는 점이다. 2세기에서 3세기 정도에 쓰여진 그리스도교 위경들은 저작자를 베드로,바울,12사도등으로 자처하고 있으나 역사적 연구는 실제 저작자로 자처하는 이들과 이들 위경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걸로 드러났다. 위 디오니시우스도 이런 자들과 비슷한 행동을 한것. 한가지 가능성은 디오니시우스의 출신이 미천하거나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힘든 출신이라 이런 출신의 자신이 본명으로 탁월한 사상을 설파해도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없을것 같아서 자신의 출신을 숨기고 바울의 제자인 디오니시우스로 자칭한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보통 당대에 활동했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이 거의 대다수 자신의 이름을 숨기지 않고 활동한걸 감안하면[2] 확실히 위 디오니시우스의 행보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 그의 사상적 측면에서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이 보이고 신비주의적 측면이 강해서 일각에선 아예 그가 그리스도교인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즉 신플라톤주의적 사상가가 그리스도교의 탄압을 피해서 자신의 저작을 사도 바울의 제자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기타로 위장한게 아니냐는것. 그러나 그의 저작이 이교도적이라기엔 중세에서 그의 저작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에 이는 지나친 걸로 보인다.

그의 생몰년대는 알길이 없지만 대체로 6세기 초반에 활동하거나 그 이전에 활동했을걸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의 저작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는게 532년이고 이 무렵에 그의 저작을 인용하는 그리스도교 문헌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이는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프로클루스가 5세기 중후반에 활동했는데 디오니시우스의 저작에 등장하는 개념인 일자,미,선등의 개념이 프로클루스의 개념을 공부하지 않고선 나올수 없는 것이란걸 감안한다면 디오니시우스의 생존,활동연대는 최소한도로 압축하면 프로클루스가 나온 이후인 6세기초, 500년 무렵일것으로 보인다. 500년대 정도에 그의 저작이 디오니시우스의 이름으로 나오고 나서 520년에서 540년사이에 그의 저작을 인용하는 그리스도론 논쟁에 대한 문헌들이 나타나는걸로 보면 그의 저작은 500년에서 520년 사이에 완성되었을걸로 추정된다.

2 그의 사상

2.1 위계

디오니시우스는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에 따라 그가 주창하게 된 개념이 바로 위계(Hierarchy)이다. 그에 의하면 천상의 존재들은 짬밥순 위계가 있으며 천상의 아홉 천사들은 위계에 따라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순서대로 세라핌,케루빔,쓰론,도미니온,파워,오토리티어즈,프린시펄리티,아크엔젤,엔젤로 가장 높은 천사장인 세라핌과 위계가 가장 낮은 일반 천사들은 위계에 따라서 하는 일도 다르다고 말한다. 엔젤은 지상의 위계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사람들의 옆에서 하늘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반대로 사람들의 청원을 하느님께 상달하는 일을 한다. 그보다 한단계 높은 위치인 아크엔젤은 좀더 중요한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마리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린 가브리엘이 바로 아크엔젤의 위계라고 말한다.중요하니까 아크엔젤 보냈습니다

중요한건 이런 천상의 위계와 마찬가지로 천상의 그림자인 교회 역시 이런 위계의 질서하에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것이다. 천사들에게 위계가 있듯이 교회조직에도 위계가 존재하며 주교,제사장,집사는 서품을 받은 중요한 위계이며 일반 신도에게도 위계가 존재하는데 정화가 필요한 자들, 중간단계인 신의 조명이 비쳐진 신실한 성도들, 그리고 완전히 성화된 자들로 나뉜다고 말한다. 예배를 비롯한 성례전은 이러한 위계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디오니시우스의 위계론은 동방정교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위계적 교회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디오니시우스가 살아있던 시절은 공의회를 통해 그리스도교 교리가 정립되고 교회조직도 체계화되던 시점인데 이로 미루어본다면 디오니시우스는 체계적인 교회조직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것이라 할수 있다.

요약:천상도 짬밥순, 지상의 교회도 짬밥순

작성중
  1. 소위 콘스탄티누스의 유증이라 불리는 문서가 조작된거라는 사실이 드러난것도 이시대다.
  2. 위 디오니시우스와 비슷하거나 선후에 활동했던 이들중 유명한 이들만 꼽아보아도 명설교가로도 유명했던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라던지, 안티오쿠스 학파의 네스토리우스 같은 인물들이 있다. 위 디오니시우스는 이들보다는 한세대 정도 아래의 인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