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 드릴

1 개요

고대로부터 인류가 사용해온 불 붙이는 방법 중 하나. 마찰식 점화법.

2 핸드 드릴

이 바닥의 원조는 핸드 드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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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판에 가늘고 긴 막대를 대고 두 손바닥으로 비비며 아래로 압력을 가해서, 그 마찰로 탄화한 톱밥(ember)을 만들어낸다. 아래로 누르기 때문에 비비다보면 손이 막대 하단으로 내려가는데, 다시 막대 위로 올라가서 비비기를 반복. 빡세게 비비다보면 언젠가는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는, 잘 하면 불을 붙일 수 있는 톱밥 불씨가 생기는데 이걸 좀 더 큰 불쏘시개로 옮겨서 훅훅 불어주며 불을 붙인다.

이 방식은 가장 원시적이고 간단하지만, 그만큼 힘이 많이 든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하루 웬종일 해도 불 못 붙이는 경우가 많다. 마르고 건조한 기후, 바닥판과 나무가 부드럽고 불이 잘 붙는 재질, 숙련된 솜씨가 조합되면 몇십 분 이내에 성공시키는 전문가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불 붙이는데 시간 단위가 걸리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손바닥에 물집 잡히는 것은 예사다. 사실상 성공시킬수 있으면 전문가, 비숙련자는 성공하기 전에 포기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난이도.

요령은 손가락쪽이 아니라 손바닥 내에서 비비는 것이고, 축 막대가 앞뒤로 흔들거리지 않고 수직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나무 선택이 엄청나게 중요한데, 다른 방식은 좀 단단한 나무를 써도 상관없지만 압력이 약한 핸드 드릴에서 단단한 나무를 썼다간 불붙이기는 커녕 손바닥에 물집만 잡힌다. 멀린(현삼과(玄蔘科)의 식물), 유카, 부들, 루트우드(목질 덩굴 계열의 일종) 같은 연한 나무를 사용해야 한다. 물론 습기 하나 없이 바짝 마른 것이어야 함은 당연. 보우드릴에 비해 가늘고 긴 것이 적합하다.

핸드 드릴의 변형 중 하나로, 핸드 드릴 축 막대 꼭대기에 두가닥 끈을 달아서 그 끈을 엄지에 묶는 방법이 있다. 이러면 손을 다시 위로 올릴 필요 없이 정자세로 꾸준한 하방 압력을 가하며 손을 비빌 수 있다.

3 보우 드릴(활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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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c Sans

핸드 드릴의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발전시킨 방식. 활을 이용해서 비비는 방식이다. 적어도 B.C. 5천년에 사용된 유물이 있을 정도. 순우리말로는 활비비라고 한다.(참조)

부품은 아래쪽의 불판(hearth board), 마찰을 가하는 축(spindle), 축을 눌러주기 위한 누름돌(bearing block), 그리고 활(bow)으로 구성된다.
축에 활줄을 감아서, 누름돌로 축을 수직으로 세워 누른 채로 활을 앞뒤로 움직여 켜주면 축이 회전하고, 그 마찰력으로 불판에 탄화 톱밥을 만들어낸다. 축은 엄지 굵기 정도로 비교적 두꺼운 것을 쓰는 편이다.

나무 선택이 중요한데, 그래도 좀 더 폭은 넓은 편이다. 유카, 사시나무, 백삼목, 참피나무, 버드나무, 벅아이(칠엽수류) 같은 나무가 많이 쓰인다. 개암나무와 포플라로 각각 축과 불판을 만드는 경우도 성공적이라고 한다. 누름돌은 나무로 만들어도 상관없지만, 돌이나 뼈로 만든 것도 흔하다. 조개껍질이나 병뚜껑을 사용해도 좋다. 누름돌은 마찰하지 말라고 기름이나 동물 지방을 살짝 발라주기도 한다.

4 펌프 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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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가 조금 복잡해진다. 마찰용 축이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축을 중앙에 관통시키는 누름막대가 필요하고, 누름막대는 축 상단에 끈으로 묶는다. 그리고 축 하단에는 둥근 접시형 플라이휠을 달아준다. 축을 감아서 끈을 축에 감아준 다음, 누름 막대를 아래로 눌렀다가 손에 힘을 빼면 플라이휠의 운동에너지로 누름막대가 다시 거슬러 올라가며 끈이 되감겨, 다시 눌러줄 준비가 이루어진다. 다시 눌렀다가 되감고... 를 반복하며 마찰열로 탄화 톱밥을 만들어낸다.

플라이휠의 구조를 이용해서 회전마찰 시퀀스를 반 자동으로 만든 것이 특징[1]. 구조 자체야 뭐 간단하지만, 드릴을 제대로 만드는 데 약간 숙련과 요령이 필요하다. 일단 만들어놓으면 굉장히 편하게 드릴질을 할 수 있고, 조금만 익숙해지면 단 몇분만에 불을 지필수 있다.

5 파이어 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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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소우(fire saw)는 두 막대를 대고 톱질하듯 마찰키는 방식이다.

흔히 대나무가 있는 지역에서 많이 한 방식인데, 불판, 불쏘시개까지 대나무 혼자 다 해낼 수 있다. 부시크래프트/서바이벌계에서는 대나무가 만능 구조재로 사용되니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나무.

불판 역할을 할 아래쪽 대나무(반원형으로 쪼갠 것)에 가로로 아래쪽이 뚫릴 정도의 홈을 판다. 여기에 대나무의 잘 마른 속살을 얇게 깎거나 긁어내 만든 불쏘시개를, 대나무 쪼가리로 꾹 누질러 고정시킨다. 그리고 위쪽에서 홈에다 대고 역시 대나무 반 쪼갠 것의 모서리로 신나게 톱질하면, 탄화 톱밥이 불쏘시개에 쌓이게 된다.

변종으로, 불판 역할을 할 대나무를 위에 두 손으로 들고, 막대 역할을 하는 대나무는 발이나 배로 눌러 고정시킨 다음, 양 손으로 불판을 잡고 엄지로 뒤면의 불쏘시개와 고정 나무를 누른 채로 톱질할 수도 있다. 사실 이 방식이 메이저.

6 파이어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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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안붙는다
경작지에 쟁기질로 긴 이랑을 만들어놓듯, 부드러운 나무판에 긴 홈을 파놓고 여기에 단단한 막대로 홈을 앞뒤로 마구 밀어서, 마찰열로 탄화 톱밥을 만들어내는 방식.
핸드 드릴 만큼 힘은 들지만, 손바닥에 물집 잡히는 일은 없기에 훨씬 부상의 걱정 없이 시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7 불판 제작 요령

보우드릴 항목의 사진을 잘 보면, 마찰하는 구멍 옆에 노치를 파놓는 것을 볼 수 있다. 불판의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노치가 없이 드릴질하면 탄화 톱밥이 주변으로 흩어지고, 그래서 쌓여서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식어버린다.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불판에 칼로 원추형 구멍을 낸 다음, 불타는 드릴질로 구멍과 축의 접점을 마찰시켜 좀 탄화시킨 다음에, 톱이나 칼로 불판 구멍의 일부를 깎아낸다. 이후 드릴질 하면 탄화 톱밥이 이 노치에 쌓이게 된다. 불판 아래에 불쏘시개를 깔아놓고 드릴질을 해주면 탄화 톱밥을 불쏘시개에 바로 올릴 수 있으므로 금상첨화.
  1. 누름막대를 나무 판자에 구멍을 뚤어서 사용하면 누름막대의 마찰에의한 에너지 손실이 줄어서 플라이휠 없이 가능하다. 사막지역 처럼 플라이휠 만들 점토를 구하기 힘든 곳에서 돌에 구멍 뚤을 수고가 덜어지지만, 그런 곳에서는 태울 장작도 구하기 힘들어 미묘하나, 장작이 많거나 한번 쓰고 드릴도 장작으로 쓸 경우 쓸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