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03년에 김정산 작가가 쓴 역사소설.
신라, 고구려, 백제 삼국의 막바지 100년 가량을 소설을 쓴 작품.
우리 민족의 통일기를 다루며, 다분히 중국 삼국지를 의식하고 쓴 작품으로 중국 삼국지를 먼저 읽으면 자신도 모르게 호불호(好不好)의 역사의식을 갖게 되는데, 자국 역사에서 특정한 국가나 집단을 편애하는 역사관은 올바르지 않다는 게 작가의 인식이다. 이를 위해 가능한 허구를 지양하고 사실과 사료, 고증을 통해 고대사를 암기가 아닌 재미있는 이야기로 복원하였다.
이 작품은 출간 이후 <서동요>, <주몽>, <선덕여왕> 등 삼국시대를 소재로 한 TV드라마의 모태가 되었으며, 조선과 고려 일색의 사극을 삼국시대로까지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TV 사극이 시청률 문제로 함부로 사료를 훼손해 방영한 것은 잘못이다. 역사소설이나 사극에서 창작이란 사료나 고증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삼한지는 이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역사소설이다. 삼국통일 이후 1천여 년만에 다시 분단된 국가에 사는 우리로서, 선조들이 남긴 통일의 의지와 정신, 방법과 외교술 따위를 총체적으로 엿보고 배울 수 있고, 지도자의 자격과 품성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총 10권 분량으로, 삼국사기에 나온 각각의 본기들을 하나의 공간에 집어넣는데 10년이 걸렸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품에서 세 나라의 비중을 거의 비슷하게 다루었고 어느 나라가 분량이 많다거나 적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구분으로 사료의 차이도 있지만 삼국의 통일 과정을 다루는 것이 중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권별 제목과 요약내용은 다음과 같다.
- 1권: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나고 / 재위기간이 무려 54년인 진평왕의 시대를 다루었다. 김유신 탄생의 전조.
- 2권: 마동왕자 서동대왕 / 연못가에 어머니와 둘이 살던 마동 부여장이 백제 임금이 되어 천하를 호령한다.
- 3권: 살수에 뜨는 별 / 고구려를 침공한 수양제와 이에 맞선 을지문덕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 4권: 사비에 이는 서기 / 남역평정을 내건 부여장의 영토확장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신라의 대응.
- 5권: 여왕시대/ 신라왕실의 거듭되는 불운. 비담의 모반을 이겨낸 선덕여왕의 등극으로 마침내 펼쳐지는 여왕시대.
- 6권: 새로운 영웅들 / 삼국의 일신. 젊은이들 등장. 의자왕과 연개소문.
- 7권: 도망가는 당태종 / 각국의 처절한 두뇌싸움 결과 드디어 당태종은 고구려를 침범한다. 요동벌에서 한판 결투.
- 8권: 전란은 끝이 없어라 / 통일을 꼭 해야 하는 이유. 수많은 이의 죽음과 계속되는 비극.
- 9권: 아아 백제여 / 황산벌 계백의 드높은 충절과 백제의 멸망. 이후 활발히 전개되는 백제 부흥운동.
- 10권: 나당대전 / 신라와 당나라의 8년 전쟁. 신라 문무왕은 고구려와 백제 유민을 끌어안는 대동정책으로 명실상부 삼한일통이란 민족사의 대업을 이루고 당나라와 벌인 8년간의 전쟁에서도 승리함.
2 비판에 대하여
신라 위주로 썼다는 비판은 비판이 될 수 없고 신라 위주라는 말 자체에 이미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
신라가 통일의 주체가 됐기 때문에 그 과정을 기술하는 건 당연하며, 역사를 이렇게 보는 것이 바로 중국 삼국지의 폐해로 중국 삼국지는 한나라 종실인 유비를 중심으로 전개되기에 한나라 중심, 유비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삼국시대는 분명히 이와 달라서 민족이란 개념도 없던 한반도에 무려 10여개국(가야 6국과 탐라,우산국 포함)의 다민족이 모여 군웅할거하던 시대, 그 직후 삼국은 겨우 1백년을 공존했을 뿐이다.
또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면서 한반도를 하나로 만든 것이기에 현재 우리민족이 만들어진 건 삼국통일로 봐야 하며, 삼한지의 등장인물은 80%가 실제 인물로 대부분이 삼국사기와 유사에 나오는 인물로 사건도 80% 이상이 사기의 본기와 열전에 나온다.
신라에 잦은 왕의 암살 역시 사기 본기에 그렇게 나오지만 사기 특유의 은유법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곡해로 가령 진평왕의 죽음을 묘사한 대목-<흰 무지개가 궁궐의 우물 속으로 들어가고 토성이 달을 범하였다. 정월에 왕이 돌아가셨다>, 선덕여왕의 죽음은-<정월에 비담 염종 등이 여왕은 정사를 잘 다스리지 못한다고 반란을 도모하여 군사를 일으켰다. 8월에 왕이 돌아가셨다.>,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죽음은-<6월에 대관사 우물 빛이 피처럼 붉었고, 금마군(익산)에서는 땅에서 피가 흘러나와 5보나 퍼졌다. 그런데 왕이 돌아가셨다.> 대개 이런 식으로 고대사 기록은 임금의 죽음이나 나라가 망할 조짐 등을 이처럼 은유한다.
연개소문과 김춘추가 젊었을 때 중국에 가서 이세민과 어울렸다는 기록들은 야사에 많이 나오며, 동원한 군사의 숫자 같은 것도 비교적 사기의 기록과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