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너/리그의 심판

후보: 스카너
날짜: CLE 21년, 8월 5일

관찰


으스스한 침묵이 감돈다. 한 때 캘러맨다Kalamanda는 정신없이 활기찬 곳이었고, 하루의 어느 때든지 마을의 곳곳에서는 곡괭이와 광물 손수레의 합창, 그리고 노동자들의 고함 소리로 이루어진 노래가 울려퍼졌다. 이제 이 마을은 죽은 듯이 조용하다. 먼 곳에서 들리는 새 소리도, 풀잎을 스치며 지나는 바람의 속삭임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머리 위에 아른거리는 푸른빛의 투명한 반구는 갇힌 이들의 마음 속에 도사린 적의도, 선의도 모른 채 그 안에 모든 생명을 가둬두고 있다.

갑자기 마을 한가운데의 땅이 위로 터져나온다. 캘러맨다에 위치해 있던 리그 구조대원들은 날카롭고 위험한 수정 하나가 땅에서 솟아오르는 모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멍청히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마치 공기를 맛보는 듯 그 자리에 잠시 머무르다가, 갑자기 근처에 서있는 인간들을 덮친다. 그 수정에 붙어있는 나머지 몸뚱아리가 흙을 뚫고 솟아오르자 이들은 비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피한다.

그 거대한 생명체는 대지의 가장 귀중한 보석들로부터 만들어진 듯하다. 그 분절된 몸체의 각 면마다 빛이 반사되어 반짝여 마치 이 이상한 생명체의 탄생을 축하하는 듯한 후광을 비춘다. 인간들을 향해 날아드는 위협적인 집게발이 만나는 모든 것을 잘라버리려 한다. 리그의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들을 보호하며 절망적으로 고함을 지른다.

그 수정 전갈이 으르렁대며 괴성을 지른다. 분노만큼이나 슬픔으로 가득 차있는 포효이다.

성찰

스카너는 작은 복도에 옆구리를 긁히지 않으려 다리들을 힘겹게 움직이며 전쟁 기관Institute of War 안을 종종걸음으로 가로질렀다. 인간들이 이 예상치 못한 방문객을 위해 공간을 내주는 대신 그를 쳐다보기만 하며 길을 막고 있다는 사실도 그를 귀찮게 했다. 호위병 하나가 거대한 한 쌍의 문까지 그를 인도하였고, 그 너머에 있는 한 어두운 방에는 인간 한 명이 홀로 기다리고 있었다. 스카너는 힐끔힐끔 엿보는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이 그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엿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그 인간의 정직한 몸가짐은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목적을 알려주었다.

"저는 비전 마법관Arcanum Majoris의 역사 관리인, 버트랜드 워즈워스Bertrand Wordsworth입니다. 당신과 같은 종족의 분을 만나게 돼서 실로 엄청난 영광이 아닐 수 없군요. 제 연구 어디에서도 브래컨brackern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버트랜드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카너의 장엄한 형상을 눈여겨보았다.

"그래, 인간들은 우리 종족뿐 아니라 우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조차도 없애려 했었던 모양이더군." 스카너가 차분히 답했다.

역사학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가 너무 스스럼없이 말했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없이-"

"아니, 사과해야 될 것은 나다." 스카너가 턱을 악물었다. "날 용서해다오. 이 새로운 세상은 너무나도 이상하구나, 수백 년 전의 슬픔이 아직도 내 기억에는 이렇게 생생해."

"당연한 일입니다."

"자, 그럼 어서 너희들의 이 심판 의식이라는 것을 진행하지." 스카너는 어서 이 곳을 떠나고 싶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마을에서 보여주신 그 일과 우리가 나눈 대화를 통해 당신이 리그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이미 모두 충족된 셈입니다. 당신의 동족들의 귀환을 위해 싸우겠다는 헌신적인 면모는 정말 훌륭한 것입니다. 당신처럼 독특한 분을 우리 기관에 모시게 된 것 또한 정말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군요." 그가 망설였다.

"하지만 브래컨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은 것이군."

"그렇습니다." 버트랜드가 손에 든 두루마리를 높이 들었다. "여기에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줄 주문이 있습니다."

스카너는 잠시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형제들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나도 강렬했지만, 거기에 따르는 대가 또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빛나는 마법의 파동이 방을 채웠다. 갑자기 스카너는 예전 그대로의 세상을 다시 보고 있었다.

대지의 차가운 흙이 그를 감싸며 지친 다리를 위로해주었다. 스카너는 자신의 삶의 원정의 마지막 순간 그를 휩쌌던 피로와 광기를 인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생명의 정수와 공명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수정을 찾기 위해 동족들로부터 떨어져 산 속 깊은 곳으로 여정을 떠난지 벌써 수 년째였다. 그의 것이 아닌 수정을 파내고 또 파내는 동안 절망이 스카너를 집어삼키려 위협하고 있었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흙 속으로 집게발을 파넣었을 때 마침내 그는 남은 평생 동안 그와 결속될 주형석Arachia을 찾을 수 있었다.

스카너는 숨막힐 듯한 안도감과 경외감이 밀려드는 것을 느끼며 그 보석을 조심스럽게 파내었다. 그 수정은 브래컨과 공명하는 모든 수정들 중에서, 아니 그가 본 모든 수정들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었다. 그는 수 세기 동안의 지식을 엮어 보석으로 만들어낸 대지의 유산에 감탄하며 모든 반짝이는 면에 새겨져 있는 정교한 무늬를 한참이고 들여다보았다. 스카너가 자신의 몸으로 수정을 감싸자 그 수정이 맥동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주형석을 찾아내지 못한 채 수치스럽게 홀로 죽을 것이라는 그의 두려움을 전부 달래주었다.

그가 결속의 주문을 속삭이자 자신의 영혼이 대지와 하나가 되며 노래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억겁의 세월 동안 축적된 지식을 마음 속에 받아들일 수 있었던 수정과의 첫 번째 명상 이후 그는 수 일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자연계의 목소리들이 그에게 원시 마법의 비밀과 수백 년 전의 역사를 속삭여 가르쳐주었다. 그 뒤 수십 년 동안 스카너는 거의 매일매일 자신의 수정과 이야기하며 그 안에 부여된 지식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스카너는 동료 브래컨들에게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전해주었고, 그들은 다시 미래의 브래컨들을 위해 그 지식을 자신들의 주형석에게 가르쳐주었다.

파괴적인 폭발이 땅을 뒤흔들었다. 스카너는 무엇이 올지 알고 있었다.

몇 초 뒤 맹독성 구름이 계곡을 휩쌌고, 수정들이 생경한 빛을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윙윙대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귀청이 멀듯한 비명 소리로 바뀌었다. 수정들이 하나씩 깨지며 사방으로 빛나는 파편들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 수정들과 결속되어 있던 브래컨들은 비명을 지르며 땅 위에 쓰러져 고통으로 몸을 뒤틀었다.

혼돈이 가득했다. 브래컨들은 죽어가는 형제들에게 회복의 마법을 불러내리고 계곡 주변에 방어막을 형성하였지만, 모두 허사였다. 브래컨들은 계속 죽어갔고, 그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브래컨의 필사적인 간청은 마침내 주형석 수정 안에 담긴 고대의 마법을 일깨웠고, 그 마법은 그들을 지하로 불러들였다. 브래컨과 수정이 하나가 되어 둘 모두에게 안전한 세상이 될 때까지 힘을 합해 서로를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스카너는 마지막까지 잠들지 않고서 낙오된 동료들을 지하로 인도하던 이들 중 하나였다. 그는 또다른 비정상적인 에너지의 파동이 계곡에 물결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서 지하로 뛰어들어 동족을 위해 기도하며 동면의 주문을 시전했다.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날카로운 빛이 그를 깨웠고, 그는 눈을 홱 떴다. 주형석이 맥동하고 있었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기억 속에는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다. 스카너는 수정을 향해 다리를 뻗었고, 갑자기 다시 한 번 과거로 내던져졌다.

오딘 계곡Odyn Valley는 과거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뭔가 잘못되어 있었다. 브래컨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전쟁 중인 인간들이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로브를 입은 인간들이 원의 중심에 세심히 놓여진 여러 개의 룬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들의 목소리가 동시에 높아지자 갑자기 룬들에 금이 가더니 사라졌다. 그 자리에 잠깐 동안 강렬한 에너지의 덩어리가 잠깐 동안 머무르다가 깜빡이며 사라졌다. 잠시 뒤, 멀리 떨어진 도시 하나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라지며 계곡 전체가 맹렬히 흔들렸다.

대지는 몸을 떨며 도움을 찾아 마법의 손가락을 뻗었다. 그 손가락은 작지만 사나운 생명체들을 찾아냈고, 이들을 지하 깊은 곳에 숨겨진 수정들로 불러들였다. 그 곳에서 대지는 전갈들에게 수정의 힘을 부여하였고, 둘이 융합하며 브래컨이 등장하였다.

주위가 사라지자 둘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브래컨과 인간 모두 이 새로운 사실의 무게에 짓눌린 채 침묵하고 있었다.

인간의 실수가 그들의 생명을 앗아갔고, 인간의 실수가 그들을 무에서 창조해내었다.

스카너는 분노와 슬픔에 휩싸인 채 괴성을 지르며 방 여기저기로 꼬리를 마구 휘둘렀다. 그는 마치 죽어가는 형제들의 모습을 마음 속에서 몰아내려는 듯 집게발로 땅을 계속해서 내려쳤다. 간신히 몸을 피한 버트랜드는 스카너의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버트랜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역사학자는 고귀하게도 이 놀라운 역사의 발견에 대한 자신의 흥분을 감추려 애썼지만, 형편없는 시도였다.

브래컨의 목소리는 상실의 무게에 짓눌린 채 거칠고 낮았다. "우리의 종족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기억될 수만 있다면 이런 슬픔은 수천 번이고 다시 겪어도 좋다. 너희들이 원하던 답은 모두 얻었는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많이 얻었군요." 버트랜드는 경이로워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더 볼 일은 없겠군."

버트랜드는 그 생명체를 위로하려 했지만, 그가 아는 어떤 말도 위안을 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깊이 고개를 숙인 뒤 몸을 돌려 로브를 휘날리며 방에서 뛰쳐나갔다.

스카너는 방에 남아있었다. 쓰디쓴 깨달음이 남아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이 이상한 세상에는 그가 이해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었다. 이 전설의 리그League of Legends에서의 매 호흡, 매 순간, 매 싸움이 다시 한 번 브래컨들을 되살릴 수 있는 데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길이기를, 그는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