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시즘

1 기본 개념

Eroticism
그리스어 ἔρως, 로마자로 바꾸면 eros에서 파생된 개념.

성적인 욕구를 미학적으로 환원시켰을 때 나오는 결과물이다. 단순히 특정 주체가 특정 성적 대상에 대해 가지는 성적인 충동은 성욕으로서 그 자신만이 향유할 수 있지만 이를 미학적으로 대상화를 한다면 에로티시즘이라고 할 수 있다.

A가 B에 성욕을 느끼고 성적인 충동을 가속시킨다면 이건 혼자서 그런 충동을 즐기고 있을 뿐인데, 이걸 누군가가 보고 이건 이런 거라고 정의를 해버리고 그걸 어디다 가져다 쓰기 위한 사례로 환원시킨 다음에 학술적인 것과 상관 없이 사회적인 현상으로서 미학적인 취향으로서 받아들이고, 이를 미학적 생산물에 대입을 해서 사용을 한다면 에로티시즘이 된다는 것이다.

즉 에로티시즘은 개별적 사례로서의 성욕을 추상적 차원으로 이끌어올렸을 때 가능한 것인데, 예를 들어 누군가가 성행위를 하거나 자위를 한다면 그건 그냥 성욕의 발산일 뿐이지만 그걸 보는 관점을 대입을 시키고 그 관점을 통해 그러고 있는 사람을 미학적으로 판단한다면 그건 에로티시즘이다.

요컨대 에로티시즘은 관점을 전제한다. 성욕의 대상으로서의 속성을 사적 영역에서 끄집어내어 공적 영역, 판단 가능한 영역으로 가져오는 행위를 전제한다는 이야기다.

쉽게 예를 들어 보면 이런 것이다.

그냥 자기 누드를 찍어 연인에게 보여주면 그건 사적인 건데, 전문가가 기술적인 전문성을 살려서 누드를 찍어 작품으로서 전시를 하면 그건 공적인 것이다. 그리고 공적인 것이기에 에로티시즘 미학을 이용해 만들어낸 미학적 생산물이 되는 것이다.

2 포르노그라피와 에로티시즘

성적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을 공적 영역으로 가져오는 대신 순수하게 상업적으로 유통을 시키는 것을 포르노그라피라고 하는데, 포르노그라피는 성적인 것을 그 자체로 대상화 하지 못하고 여전히 성적인 대상으로 남겨 두기 때문에 에로티시즘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에로티시즘이 될 수 있으려면 그 자체로서의 해석을 전제해야 한다. 포르노그라피는 그런 상품이 나온 이유를 외부 요인을 들어서 생각해볼 수 있지만[1] 그 자체로 생각할 건 없다.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학은 그걸 겪고 있을 당시에는 결코 완전히 객관화 할 수 없는 현실을 재현하는 수단이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일들을 겪고 심신이 피폐해진 상황을 퇴폐적인 성행위에 몰입하는 것으로서 그려낸다면, 이는 에로티시즘 미학을 통해 현실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보카치오데카메론은 흑사병 이후의 유럽 상황을 그 작품 내에서 에로티시즘을 통해 그려낸 작품인데, 작품 전체를 에로티시즘이 관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인 상황을 에로티시즘 미학으로 반영해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1. 배우의 인지도, 그 당시 유행하는 포르노그라피의 성향, 촬영 기법 등을 말이다. 당연히 이는 미학적인 것이 아니라 상업적인 것이다. 미학의 전제인 판단을 요구하지 않고 개인으로서의 취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