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브 트릴로지에 나오는 소설.
저자는 카라무로 카라무스.
엘 필딘에서 지어진 책인데 어째서 티라스일에서 벌어진 영웅전설3에서 이 책을 모으는 지 알 수 없다. 토마스가 들고 왔나(...) 그건 그렇고 저자는 가가브 때문에 인세를 못받는다
다 모았을 경우 명검 실핑이나 왕자의 커틀러스 둘 중 하나로 교환 받을 수 있다.
여검사 사피를 시작으로 질풍의 라빈, 사기꾼 프로드등, 영웅전설에서 책을 모으는 서브 퀘스트가 하나씩 생겨났다. 다 모으면 준 최강무기나 최강무기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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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영웅전설4에서는 원래부터 있던 소설... 이긴 한데 중간에 작가인 카라무로 카라무스가 사라져버린다. 일행이 그를 찾아주면 소설이 완성되고 어빈이 후속작 모델이 된다. 후속작이 바로 질풍의 라빈이다.
신영웅전설에서는 내용이 달라져서, 카라무로가 이미 여검사 사피를 완결 낸 상태. 그 뒤로 소재거리를 찾던 카라무로에 어빈이 눈에 띄어 질풍의 라빈을 쓰게 된다.
여검사 사피 - 카라무로 카라무스.
제 1권 ~두 사람의 검사~
그녀가 어째서 사피라고 불리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적다.
눈동자가 사파이어와 같은 파란색이라
그렇다고 하는 자도 있는가 하면
마음이 보석처럼 차갑기 때문이라는 자도 있다.
그녀의 레이피어는 바람보다도 잡기 힘들며
태양의 존재보다도 확실했다.
남자 검사들 사이에 끼어있어도
그녀의 기술은 모자라기는 커녕
오히려 찬란함을 뿜어내는 듯 했다.
그런 여검사 사피가
유일하게 호적수로 인정하는 인물이 있었다.
발하라의 검사 브래드.
이 두 검사의 명성은 왕족의 귀까지 닿았고,
그들의 검은 두려운 줄을 몰랐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기 전 까지는…
제 2권 ~어느날의 결투~
사피와 브래드의 첫 만남은
사무치게 추운 어느 초하룻날 밤이었다.
사피는 토르마린 자작에게 고용되어
어떤 결투에 엮이게 되었다.
상대는 사교계에서 모르는 자 없는
비취 남작가의 장남, 가넷.
도를 넘어선 그의 행동,
토르마린 공작은 자신을 덮친
굴욕을 눈물로 참을 수가 없었다.
당시 귀족 사이의 결투에서는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이 상식이어서
토르마린가는 사피를
비취가는 브래드를 지명한 것이다.
서로의 의뢰인을 뒤에 대기시킨 채,
두 사람의 검사는 서로를 마주했다.
사피와 브래드에게 결투개시 신호는 필요없었다.
서로의 눈동자에 살기가 떠올랐을 때,
검을 빼드는 날카로운 울림이 달밤에 울려퍼졌다.
제 3권 ~흔들리는 보라빛 연기~
사피의 레이피어가 달빛을 반사하며 곡선을 그린다.
그것을 받아내는 브래드의 카틀러스는
곡선을 제어하려는 듯 직선의 움직임을 보인다.
사피는 공격을 주고받는 상대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렵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사실 그녀의 빠른 찌르기를
모두 막아낸 것은 브래드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브래드 역시, 그녀의 천성적인 유연함에
조금씩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힘이 누군가를 향한
증오로부터 온다는 사실에.
강철과 강철은 어둠속에서 별이 된다.
두 사람이 내뱉는 숨결은 은하의 구름이 된다.
토르마린 자작은 가넷 남작에 대한
적의도 잊은 채, 늠름하게 젊은 검사와 겨루는
가녀린 소녀의 검술에 매료되었다.
한편 가넷 남작은 태연한 척
파이프를 피우고 있었다.
그 연기의 의미를 사피와 브래드가
알 리 없었다.
제 4권 ~팔의 상처~
영원히 이어질 듯하던 두 사람의 공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결말을 맞는다.
사피가 특기인 재빠른 반격으로
브래드를 향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의 왼팔이 격한 통증이 느껴졌다.
브래드가 이 틈을 놓칠리가 없다.
카틀러스가 귀청을 찢는 듯한 금속음을 내며
사피의 레이피어를 튕겨냈다.
자세가 무너진 사피에게
브래드의 최후의 일격이 날아들었다.
사피는 꾸욱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브래드는 등을 돌리고는 잡목림을 향해
카틀러스를 내던졌다.
순간, 둔탁한 소리를 내며 크로스보우를 든 남자가
지면으로 쓰러진다.
사피는 왼팔에 깊게 꽂힌 화살을
잡아빼면서 일어섰다.
그 눈에는 제 삼자를 개입시킨 가넷을 향한
분노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살기를 내뿜는 사피를 막은 것은 브래드였다.
어둠을 틈타 화살을 쏘게 한 가넷 남작은
결투의 룰 위반으로 작위를 박탈당한다.
이미 검사의 역할은 끝이 났다.
제 5권 ~회색 거리~
동이 트려 하고 있었다.
사피는 상처입은 왼쪽 팔을 감싸며
그레이타운의 좁은 길을 걷고 있다.
왕국의 쓰레기장, 빈민가, 하층민의 주거지.
그레이타운을 원래 이름대로 부르는 자는 적다.
사파이어라고 불리기 시작하며
그녀는 그곳에 정착을 했다.
거의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이 보였다.
정체도 불분명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사는 곳.
사피가 아메지스와 사는 방도 그곳에 있다.
여기에 사는 자들에게 부족한 것은
약간의 돈과 최저한의 배려이다.
소수의 귀족계층은 그들로부터 빵을 빼앗는다.
빵을 위해 사람은 양심을 판다…
『지금의 나에게 어울려…』
사피는 그런 마음과 팔의 통증으로 인해
쓴 웃음을 지었다.
솜이 삐져나온 조잡한 침대가 지금은 기쁘다.
이제 막 8살이 된 아메지스가
사피를 맞아준다.
세상의 더러움을 모르고 웃는 얼굴을 보자
사피는 의식이 흐릿해 지는 것을 느꼈다.
제 6권 ~악몽~
양초에 흔들리는 그림자.
불길하게 빛나는 단도의 빛.
며칠 밤 동안 반복된 악몽.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도.
그림자가 광기의 칼을 들어올린다.
『도망쳐!』
몇 번이나 반복되는 말.
벽에 흩날리는 선홍색의 액체.
피를 흘리면서 사라져가는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
시체를 눈 앞에 두고 멍해 있던 어린 날의 자신.
결투 후의 브래드의 한 마디가 생각난다.
『검에 담긴 증오는 스스로를 무너뜨려.』
어린 자신이 피투성이 검을 든 사피로 변한다.
굳게 다문 입술, 하나로 묶은 블루넷.
보는 이를 떨리게 하는 차가운 파란 눈동자.
『아니야!』
사피는 자신의 비명에 악몽으로부터 깨어났다.
제 7권 ~아버지의 검~
식은땀이 뺨을 타고 내린다.
아메지스가 걱정스럽게 사피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결투 후, 4일 동안 계속 잤다.
사피는 아메지스에게 미소를 보였다.
작은 남자아이는 당차게 한시도 자지 않고
그녀를 간호한 것이다.
안심한 아메지스는 잠이 들기 전에
사피에게 작은 가죽봉투와
봉인된 양피지 두루마기를 전해주었다.
그녀가 잠든 동안, 누군가 배달한 물건이라 한다.
안에는 잘 세공된 사파이어가 들어있었다.
토르마린 자작의 멋진 보수였다.
그리고 무덤덤하게 양피지를 펼쳤다.
사피는 정성스럽게 쓰인 문자를 눈으로 쫓으며
빨라지는 고동을 한껏 억눌렀다.
어전시합의 소집장.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가 드디어 왔다.
그녀는 벽 사이에 숨겼던 한 자루의 칼을 꺼내들고
평화롭게 잠든 아메지스의 얼굴에 속삭였다.
『이 검이 모든 것을 끝내줄 것이야…』
제 8권 ~다시 싸울 때~
토파즈 국왕의 어전시합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검사들이 모였다.
그 중, 브래드와 사피는 주목의 대상이었다.
전날의 결투를 모르는 자가 없었다.
피와 기술에 굶주린 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래드와 사피는 연승을 하며
결국 또 다시 실력을 겨루게 되었다.
이 싸움의 승리자에겐 일급 검사의 칭호가 내려진다.
하지만 사피에겐 칭호따위는 전혀 가치가 없다.
브래드를 응시하며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눈 앞의 남자만 쓰러뜨리면 검사로서의 인생은 끝이다.
사피는 오랫동안 길들인 사베를 빼들고는
질풍과도 같은 공격을 선보였다.
머리에 찌르기 두 번, 옆구리에 한 번,
규칙에 맞게 약간의 흐트러짐도 없이.
당초 밀리는 기색이었던 브래드는 날렵하지만
단조로운 공격을 계속하는 사피에게 반격을 시작했다.
사피는 틈을 보고 같은 공격을 되풀이 할 뿐,
승패는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사피는 발버둥치듯 같은 공격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 때, 손목을 비틀어 머리를 노렸다.
속임수라고 눈치챘지만 브래드의 몸은
집요한 공격으로 익숙해진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사베르가 이마를 찌른 순간,
브래드는 말없이 카틀러스를 던졌다.
여검사가 국내의 검사들을 제압한 것이다.
제 9권 ~복수의 칼~
사피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토파즈 국왕이 왕좌로부터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남자였다면 궁중검사가 되었을 것을.』
친근하게 다가온 국왕은 사피가 가진
검을 보고 힘없이 중얼거렸다.
『…실핑…』
예전에, 이 명검을 자유자재로 쓴 검사가 있었다.
그 유능함은 왕족의 비밀로 이어져
당연한 죽음을 맞았다.
그 명령을 내린 것은 토파즈 국왕이었다.
국왕의 이변을 눈치채고, 달려드는 병사들보다 빨리
사베르의 칼날이 국왕의 목 근처로 날아들었다.
사피의 눈동자는 지금, 차갑게 타오르는 보석이었다.
증오를 원료로 계속 타오르던 사파이어.
한 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왕의 늙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자
사피는 브래드의 말이 떠올랐다.
『검에 담긴 증오는 스스로를 무너뜨려.』
증오는 새로운 증오를 부른다.
사피가 싸워온 것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파랗게 타오르는 증오였다.
그녀는 조용히 실핑을 칼집에 집어넣고
천천히 그 장소를 떠났다.
누구하나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그 눈동자의 불꽃은
천천히 호수의 고요함으로 변해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