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원

王遠

생몰년도 미상

후한 말의 인물. 자는 방평(方平).

동해 사람으로 효렴으로 천거되어 낭중이 되었다가 승진해서 중산대부까지 올랐으며, 오경에 박식하면서도 천문, 도참 등에 밝아 하락[1]의 요지를 알고 있었다. 천하 성쇠의 시기와 구주의 길흉을 미리 알고 있어 모든 것을 손바닥에 놓고 살피듯 했으며, 이후 관직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 수도해 도를 성취했다.

환제가 여러 차례 불렀지만 나가지 않았다가 환제가 군목을 시켜 강제로 싣고 수도로 오게 되었으며, 환제 앞에서 머리를 숙여 입을 닫은 채 임금의 물음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으면서 방금 오면서 있었던 일에 대해 궁문의 선판에 4백여 자의 글을 기록했다. 환제가 심히 증오해 이 글씨를 모두 깎아 없애도록 했지만 겉에서부터 깎아 나가자 그 안에서 다시 글자가 나와 글씨의 먹물이 모두 그 판자 안으로 스며들었다.

자손이 없어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내려오면서 대신 그를 받아들어 모셨는데, 동향 사람 진탐[2]이 왕원을 위해 도실을 지어주면서 아침 저녁으로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진탐은 복을 내려주고 재앙을 없앨 것만 바랬을 뿐 도를 배운 것은 아니었는데, 왕원이 진탐의 집에서 40여 년간 사는 동안 그 집에서는 노비까지 포함해 병들거나 죽는 사람이 없거나 육축[3]이 번성한 것과 농사와 양잠도 만 배가 잘 된 것과 함께 집안의 벼슬길이 높이 올라갔다.

그러다가 진탐에게 시기와 운명이 장차 다 한다면서 다음날 정오에게 출발할 것이라 얘기하니 다음날 화거했으며, 진탐은 화거한 것을 알고 슬프게 울어 탄식해 왕원이 화거한 지 백여 일 뒤에 죽었다고 한다.

화거한 이후에 평범한 서민인 채경이라는 자가 선인이 될만한 상이라 그의 집에 머물렀다가 10년 후에 다시 들렀는데, 다섯 마리 용들이 사람을 이끄는 행렬로 나왔다. 마고[4]에게 오랫동안 인간 세계에 있지 않다가 여기에 모였다면서 잠시 동안 와 달라고 했으며, 마고와 함께 채경의 집안 사람들을 보았는데, 왕원이 집안 사람들에게 술을 내리면서 하늘의 주방에서 가져온 것으로 속세의 사람들이 마시기에는 맞지 않다면서 이를 마셨다가는 창자가 허물어진다면서 물을 섞어 마시게 했다.

채경이 인간의 손톱과는 다른 마고의 손톱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등이 가려운 경우가 생기면 이런 손톱으로 등을 긁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채경의 생각을 꿰뚫으면서 마고는 신인인데 어찌 그 손톱으로 등을 긁을 생각을 했다면서 채찍으로 등을 때리게 했다. 그런데 그 채찍을 든 사람은 보이지 않았으며, 채경의 이웃에 사는 진씨라는 사람이 그 집을 찾아가 신인을 뵙게 해 달라고 빌었다.

왕원은 진씨에게 일어서 해를 향해 서라고 했는데, 그림자가 똑바르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바르지 못해 하늘의 선도는 가르쳐줄 수 없으나 지상의 주재자 직무를 주겠다고 해 떠나면서 하나의 부적과 한 권의 저서를 작은 상자에 넣어 진씨에게 줬다. 이후 왕원은 진씨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관련 사료

  • 신선전
  • 예문류취
  • 운급칠첨
  • 태평광기
  1. 왕이 하늘의 명을 받을 때 나타나는 상징
  2. 동해군 사람이라는 점이나 벼슬이 태위라는 점으로 볼 때 영제 때 간하다가 죽은 진탐과 동일인물이지만 신선전에서는 사서에 나온 죽음과는 차이가 있다.
  3. 집에서 기르는 가축인 소, 말, 양, 돼지, 개, 닭 등 6가지를 이르는 말.
  4. 고대의 여자 신선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