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분류

(타원 은하에서 넘어옴)

파일:허블 분류.jpg
허블의 은하 분류를 사진 한장으로 잘 요약한 예.

1 개요

허블 분류(Hubble’s classification)

은하를 형태에 따라 구분한 분류법 중 하나로, 1920년에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제안하였으며,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는 은하 분류법이다. 뒤의 설명은 위 사진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쉽다. 렌즈형 은하(S0)를 원점 삼아 크게 타원은하(E), 나선은하(SA), 막대나선은하(SB)의 형태로 나누며, 이러한 형태에 속하지 않는 이상한 형태의 은하를 불규칙은하로 분류한다.

처음 허블은 은하를 분류할 당시, 타원은하가 점차 진화하여 새로운 가스를 연성해서나선 은하로 변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타원 은하 쪽을 조기형(Early Type), 나선 은하의 Sd형태로 갈 수록 만기형(Late Type)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사실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다. 처음에 가스가 뭉쳐져 생겨난 여러 은하들 중 상당수는 나선 은하였지만 이들이 병합을 거듭하면서 점차 타원 은하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별들의 나이를 비교해봐도 타원 은하가 월등하게 늙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타원 은하에 새로 가스가 유입되어 나선 은하로 변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은하의 진화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며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현재도 조기형 은하와 만기형 은하라는 용어가 천문학계에서 편의상 쓰이고 있지만 아무도 이 명칭을 가지고 은하의 실제 진화와 연관시키지는 않는다. 용어를 계속 사용하다가 그대로 굳어진 경우.

2 종류

2.1 타원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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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원은하(elliptical galaxy)

말 그대로 모양이 타원 형태인 은하이다. 기호로 나타낼 때 E0 ~ E7로 나누어지는데, E0일수록 구형에 가깝고 E7에 가까울수록 납작한 타원 형태이다.[1] 중심으로부터 주변으로 가면서 완만하게 어두워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타원은하에는 가스 등의 성간물질이 거의 없고, 대부분 구상성단과 비슷한 항성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타원은하는 흡수물질에 의한 내부 구조나 밝기가 결여되어 있어 구조가 단순하다.

이러한 타원은하는 늙은 별을 많이 포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붉은 색을 띠며 은하내의 별들은 비교적 불규칙한 공전궤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나선 은하의 별들이 규칙적인 궤도를 그리는 것은 은하 탄생 후 각운동량 보존에 의해 생겨난 가스 디스크에서 탄생했기 때문. 타원 은하는 이러한 디스크가 형성될 시간도 없이 폭발적으로 별 탄생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원반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타원은하는 이때까지의 관측결과나, 대부분 나선은하보다 크다는 점으로 보아[2] 은하간 상호작용 때문에 여러 은하들이 합체하여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2.1.1 거대 타원 은하


Abell S0740 은하단 중심에 위치한 ESO 325-G004.

주로 BCG(Brightest Cluster Galaxy), 또는 cD 은하로 표기한다.
좀 규모가 큰 은하단의 중심부에는 대부분 이 거대 타원 은하가 위치하고 있다. 크기와 질량 면에서 독보적으로 은하단 내의 다른 은하들을 압도한다. 좀 거대한 BCG들은 사실상 은하단의 본체 그 자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질량이 크며 실제로도 은하단의 포텐셜 우물 가장 밑바닥에 위치해 있다. 이 은하들이 가지고 있는 별은 적어도 수조 개에 달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 놀라운 것은, 위 사진에서 보이는 부분, 즉 별들의 질량은 실제 질량에 1%에 불과하다는 것. 나머지 99%는 암흑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괴물 은하가 탄생하는 이유는 은하의 합병 때문. 거대 타원 은하는 적어도 수천~수만 개의 은하들이 합쳐져 생겨난 결과이다. 현재도 계속해서 주변의 은하들을 조석력으로 붕괴시켜 섭취중이다. 파괴된 은하의 핵 부분은 구상성단이 되는데, 거대 타원 은하에서는 수만 개 이상의 구상 성단이 발견되고 있다. 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헤일로가 된다. 거대 타원 은하가 다른 은하들보다 비정상적으로 밝은 헤일로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현재 인류가 발견한 가장 큰 은하인 IC1101도 이 종류에 속한다. 이 은하의 크기는 400만 광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멀리까지 퍼져있는 헤일로의 크기를 잰 것으로 실제 은하의 지름은 50만 광년 정도이다. 물론 이 정도 크기만으로도 다른 은하들에 비해 넘사벽으로 거대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2.2 렌즈형 은하

파일:Attachment/허블 분류/렌즈은하.jpg

렌즈형 은하(lenticular galaxy)
원반이 존재하지만 나선팔을 확인할 수 없는 은하이다. 허블 도표에서 타원은하와 나선은하의 중간에 해당하는 특성을 가진 은하.[3] 기호로는 S0로 나타낸다. 형태적으로 나선은하와 타원은하의 사이라고 보면 된다. 원반부에 비해 큰 돌출부를 지니며, 전체로서 볼록렌즈를 옆에서 본 듯한 형태이다.

막대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기호로 SB0로 표현한다. 물론 막대가 존재하고 나선팔도 존재하면 막대나선은하로 분류되고, 렌즈형은하의 형태를 지니지만 막대 역시 보유한 경우에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이 은하들은 성간물질을 모두 소진했거나 대부분 잃어 타원은하와 비슷하게 별 형성이 매우 적게 일어나기 때문에 주로 늙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먼지가 거의 없는 타원 은하와 달리 이들은 원반에 상당한 먼지를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분명하지 않은 나선팔 때문에 이런 은하가 위 사진처럼 정면으로 경사져 있으면 찌그러진 타원은하와 구별하기 힘들다.[4] 렌즈형은하와 타원은하는 형태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스펙트럼 특징, 규모관계, 모두 적어도 근방의 우주에서 소극적으로 진화하는 조기형은하로 간주되는 점과 같은 특징을 공통적으로 갖는다.

2.3 정상나선은하


M51 소용돌이 은하(Whirlpool Galaxy)


M31 안드로메다 은하(Andromeda Galaxy)

나선은하(spiral galaxy)
중심에는 팽대부(bulge)를 지니고 있으며, 그 주위를 여러 개의 나선팔이 휘감고 있는 형태의 은하이다. 막대가 있는 경우와 분류하기 위해서 막대가 없는 나선은하를 정상나선은하(normal spiral galaxy/unbarred spiral galaxy)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를 들 수 있고, 우리 은하도 나선은하에 속한다. 다만 과거에는 우리 은하가 막대가 없는 나선은하라고 생각했으나, 현재는 막대나선은하로 분류한다.

막대가 없는 나선은하는 형태에 따라서 SAa ~ SAd로 분류하며, 뒤로 갈수록 팽대부의 비중이 줄어들고 나선팔의 비중이 커지며, 나선팔이 팽대부를 덜 촘촘하게 감싸는 형태에 가까워진다. 일반적으로 SAd쪽의 은하에서 별 형성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따라서 색 역시도 푸르게 보이는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나선팔 구조의 형성 원리는 아직 확정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현재까지 가장 지지받는 설은 밀도파 이론(density wave theory)이다. 만약 나선팔들을 이루는 별들이 정해져 있으며, 은하가 회전하면서 나선팔(즉 나선팔을 이루는 별들)도 따라서 회전한다는 가설을 세워보자. 즉 나선팔을 회전하는 선풍기 중심(은하 중심)에 달린 선풍기 날개처럼 생각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설의 문제는, 나선은하의 중심부에 가까운 별들이 멀리 떨어진 별들에 비해서 공전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나선팔이 점점 감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이 맞는다면, 은하의 평균적인 나이와 별들의 공전주기를 고려했을 때 최소한 몇몇 은하에서는 매우 감긴 형태의 나선팔들을 볼 수 있어야 할텐데, 아직 그런 은하들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뭔가 다른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5]를 설명하기 위해서, 밀도파 이론에서는 이러한 나선팔이 (마치 선풍기의 날개처럼) 고정된 "물질"이 아니라, 밀도가 높아서 밝게 드러나는 특정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은하 내의 별들이 공전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밀도가 높은 영역에 들어오고, 다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나선은하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나선팔을 가진 것은 아니다. 밝은 알갱이들이 뿌려진 것 같은 불분명한 형태의 나선팔을 가진 나선은하를 flocculent spiral galaxy라고 한다. 나선팔의 개수(multiplicity)는 은하마다 다르며, 두 개의 나선팔이 존재하는 경우는 특별히 grand design spiral galaxy라고 부른다.

2.4 막대나선은하


막대나선은하의 대표적인 예인 NGC 1300

막대나선은하(barred spiral galaxy)
어떻게 생각하면 나선은하의 특징 중 하나라고 간주할 수도 있지만, 위 허블 분류에서 보다시피 막대가 없는 나선은하와 막대가 있는 나선은하를 각각의 거대한 두 분류로 나누어 보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우리 은하 역시도 막대나선은하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는 SBa ~ SBd와 같은 형태로 나뉘며, 형태에 따른 변화의 경향성은 나선은하와 비슷하다. 사실 막대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은하에도 막대가 있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기도 하는 등, 막대도 존재 여부가 항상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상은 아니다. 이 때문에 막대가 확실히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애매한 은하들을 분류하기 위해서 SA도 아니고 SB도 아닌 SAB라는 분류 기호까지 사용된다. (...)

2.5 불규칙은하


불규칙 은하의 대표적인 예인 대 마젤란 은하(Large Magellanic Cloud)

불규칙은하(irregular galaxy)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형태의 은하들을 불규칙은하로 분류한다. Irr 혹은 그냥 Ir로 표기한다. 대표적으로 마젤란 은하, M82 은하가 있다. 이름은 불규칙 은하지만 나선 은하와 비슷한 구조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은하들은 '마젤란형 은하'라고 부르며 별도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러한 은하들은 극단적으로 만기형인 나선 은하들(Sd형 이상)과 특징을 공유한다.

불규칙 은하는 보통 규모가 작고 가스가 풍부해 별 탄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불규칙 은하 자체가 크기가 작기 때문인데, 다른 은하와의 합병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별 탄생률이 비교적 적어 현재까지 가스를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 E7을 넘어가는 형태의 타원 은하는 역학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알려져 있다.
  2. 단, 타원은하 중에서도 매우 작은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왜소타원은하라고 따로 부른다. 대표적인 예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위성은하인 M32.
  3. 그러한 방향으로 실제로 진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형태적으로 중간적이라는 의미이다.애시당초 허블분류는 은하의 진화와는 무관한 가시광선 영역의 관찰에 의한 형태적인 분류다.
  4. 물론 위 사진의 경우 벌지와 원반부, 먼지 띠가 확연하게 구분되지만, 영 좋지 않은 해상도의 이미지였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5. 영어로는 winding problem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