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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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Realism

IR(International Relations) 이론의 분파 중 하나. 이 분파로 분류되는 이론들은 대체로 국제관계에서 분쟁, 충돌, 전쟁이 없어지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기원을 찾아보면 이탈리아의 니콜로 마키아벨리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Thucydides)의 저작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인식이 이론화되서 국제관계를 조망하는데 쓰이게 된 것은 1930년대부터다.

이러한 인식 외에도 한 가지 더 특징이 있다면 이 분파에 속하는 학자들은 국제관계를 객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의 의견, 요구, 요망 등을 이론에 넣는 것을 싫어한다. 이론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식하는 것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실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는 이들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현실주의의 초창기 이론들은 고전적 현실주의(Classical Realism)이라 불리며 2차 대전 종전 후에 케네스 왈츠를 시작으로 떠오르는 이론들을 신현실주의(Neo-realism)이라고 부른다. 학계에서는 거의 신현실주의가 대세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구분은 후술한다.

2 고전적 현실주의

Classical Realism

고전적 현실주의자들은 먼저 인간의 본성에 다른 인간을 지배하려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다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힘, 권력이 필요하고, 따라서 사람들은 이것을 위해 행동한다. 이러한 성질은 국가의 성질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본질적으로 국가는 다른 국가를 지배하려고 하며 그러므로 국가들은 서로 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다. 따라서 그들이 바라보기에 분쟁이나 전쟁은 국가간 정치적, 이념적 차이보다는 이러한 인간 본성에서 비롯되었다.[1]

국가들은 권력이라는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여, 이러한 행동은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전략을 쓰게 만든다. 왜냐하면 국가 사이에는 힘의 격차가 존재하고, 강한 국가를 상대로 권력을 획득하기는 어려우니 다른 비슷한 위치의 국가와 동맹 등을 맺어 강대국을 적대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지고 있었던 권력이라도 보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체로 긴장은 별개로, 평화를 유지하게 된다.

고전적 현실주의자들은 이러한 힘의 균형이 전쟁을 통해 깨지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봤는데, 하나는 국가 지도자가 공격적인 경우이고 나머지 하나는 국내 정치 체제가 탐욕스러운 지역주의 혹은 민족주의 세력에게 권력을 주어, 팽창적 외교정책을 펼칠 기회를 주는 것이다.

3 신현실주의

Neorealism

신현실주의는 이후 IR 연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이론이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고전적 현실주의가 인간의 본성을 국가간 갈등과 전쟁의 원인으로 보았다면, 신현실주의는 국제관계의 구조(Structure)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요약하자면 국가들은 구조 안에 있으며, 국내 정치가 어떻든 간에 국제관계 상에서는 이 구조에 맞춰서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국내 정치에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 설령 극단주의자가 국가 지도자라고 한들,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인물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이론이 제공하는 예측 범위에 있기 때문이다.

구조 속에서 국가간 충돌이 일어나는 논리는 대체로 이와 같다. 먼저 국가는 생존을 추구한다. 따라서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국제 구조는 무정부 상태이며, 따라서 국가 간의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국가는 자조적(self-help)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헌데 국가들은 군사능력을 가졌고, 이는 불확실성에 의해서 그 의도를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국가들은 서로에게 잠재적인 위협이다. 특히 한 국가가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경우, 다른 국가들은 이 움직임이 방어를 위함인지 공격을 위한 건지 알 도리가 없다. 따라서 이에 맞춰서 자국의 군사력도 증강시키려고 한다. 따라서 안보딜레마 같은 현상이 일어나며 극단적으로 흐를 경우에는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다. 각 국가에게 있어서 합리적인 행동이 분쟁과 전쟁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드는 샘.

세부적인 사항은 다를지 몰라도, 신현실주의자들은 이 논리를 사용해서 주장을 전개해나간다. 다른 경우는 대체로 다른 이론을 반박하기 위한 주장을 끼어넣는 경우가 많은 편.

가령, 공격적 현실주의자, 존 미어샤이머는 상대 이득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이론을 비판하면서 구조를 이렇게 묘사한다.

첫 번째 가정, 국제관계 속에서 국가들은 무정부 상태다. 이는 국가보다 상위의 권위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가정, 국가들은 다른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군사능력을 가진다. 따라서, 국가는 다른 국가에게 잠재적으로 위험하다.
세 번째 가정, 국가들은 다른 국가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설령 과거나 현재의 의도를 알 수 있더라도, 미래의 의도는 알 수 없다.
네 번째 가정, 국가들은 생존을 추구한다. 국가들은 자신의 주권을 유지하길 원한다.
다섯 번째 가정, 국가들은 전략적으로 국제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동한다.

이상을 통해 세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 번째 결론, 국제구조 속의 국가들은 서로를 두려워한다. 그들은 서로를 의심을 가지고 대하며, 전쟁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한다.
두 번째 결론, 국제구조 속의 각 국가는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움직인다. 국가가 위험에 처하면 도와줄 국가보다 상위에 있는 권위체가 없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잠재적 위협이기 때문에 안보차원에서 국가들은 다른 국가를 의존할 수 없다. 즉, 국가는 자조(self-help)적이다.
세 번째 결론, 국제구조 속의 국가들은 자신의 상대 이득(Relative gain)을 극대화하는 걸 추구한다. 왜냐하면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군사적으로 유리할 수록, 더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국가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패권을 얻는 것이다. 이는 국제구조 내에서 거의 절대적인 생존을 보장한다.

이 개념 등장 이전에는 다강체제가 양강체제보다 국제 정세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으나, 케네스 왈츠는 이 개념을 들고 오면서 미국과 소련 양강체제가 기존 정세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평화로울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대체로 맞아 떨어졌다. 다만, 냉전이 소련의 항복으로 종식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며 이는 현실주의 이론의 커다란 실패로 남게 된다. 냉전 종식 이후 IR 연구에서 신자유주의자와 구성주의자가 득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구조라는 개념이 주는 강력한 함의는 IR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새롭게 등장한 신자유주의나 구성주의 이론들도 이 개념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주장을 전개하는 걸 보면 명백한 사항. 다만, 위 이론들도 결국 구조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법론적 구조주의라고 싸잡아서 비판받는 경우도 많다.
  1. 이러한 차이를 강조한 이유는 이 주장이 처음 나온 시기가 1939년, 2차대전의 도중이었는데, 2차대전이 이념갈등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관점이 대세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