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붉고(紅) 단(糖) 무
고전적인 단어로 얼굴이 새빨개졌을 때 이를 비유적 단어로 쓴다.
흔히 당근과 혼동하지만 사실은 붉은 비트의 일종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3배맛있겠지
2 Poil de Carotte (당근털=적발)
프랑스의 삽화가 "프한시스크 뿔보 (Francisque Poulbot)"의 홍당무 삽화들, 홍당무의 작가 쥘 르나르와 같은 시대의 사람이기에 원작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모습을 잘 반영하였다.
쥘 르나르(1864~1910)가 쓴 소설로 그가 어릴 적 겪은 일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니라고 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소설과 달리 부모는 꽤 자상하고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다. 그럼에도 이렇게 알려진 것은 쥘 르나르가 쓴『일기』에서 <홍당무>를 작가의 유년기가 투영된 분신으로 설명한 것 때문이다.
"저는 홍당무 덕분에 이중적인 삶을 누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894년 2월 22일.
세 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홍당무의 이야기를 써내리고 있다.[1] 전체적으로 홍당무의 가족의 분위기는 친자식인 홍당무를 대놓고 차별하는 비정상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있다. 이 소설의 배경이 현대라면 가히 아동학대로 분류될 행위[2] 가 판치는데다, 홍당무의 형제들도 그에 동참하고 있다. 가족에게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3] 모자간의 불화라는 상황상 꽤 심각한 전개로 갈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등장하는 개그와 상황의 반전때문에 분위기는 무겁지 않고, 오히려 홍당무의 수난을 재밌게 묘사해놔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가족 내에서의 소외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부담이 없긴커녕 마음이 몹시 무거울 수 있다.
작가인 쥘 르나르는 어릴적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았고 평생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하는데 본인 스스로 홍당무는 어릴적의 자신을 모델로 삼은 소설이라고 밝힌적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면에서 볼 때 이 소설은 쥘 르나르의 모친에 대한 복수극인 셈이다. 이 소설 덕분에 홍당무의 어머니는 지독한 어머니의 대표상으로서 세계적인 영구까임권을 얻었으니까.의외로 르파크 부인도 어머니다운 모습을 보일때가 딱 한번 있었다. 사냥한 물고기를 손질하는 홍당무의 등을 쓰다듬다가, 커다란 낙시 바늘에 손가락을 뚫린다(!) 어찌어찌해서 바늘은 빠지고, 홍당무는 엄마가 기절까지 한게 보통 일은 아니니 더 크게 혼날것을 예상하고 맞을것을 대비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이 책에서 처음으로 홍당무에게 네 잘못이 아니니 원망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이 때는 레알로 개념부모같은 모습(...) 홍당무는 처음 보여준 어머니의 따뜻한 모습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었다.[4]
이렇게 가정 내에서 매번 학대당하는 홍당무인 만큼 애정결핍적인 행동양상이 에피소드 곳곳에 드러나는데 애정결핍증세가 대놓고 보이는, 또한 이로 인한 홍당무의 비뚤어진 안타까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붉은 뺨 에피소드[5]를 좀 보자면 다음과 같다.
홍당무가 주먹으로 다른 유리창을 힘껏 내리치면서 소리쳤다. "제길! 왜 쟤한테는 뽀뽀해주고, 나에게는 뽀뽀해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유리에 찢겨 피가 흐르는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덧붙였다. "나도, 내가 원한다면 뺨을 빨갛게 만들 수 있다고요!" |
하지만 일상생활속에 콕콕 박혀있는 유머와 황당함 덕분에 심각한 분위기는 적다.
예를 들어 홍당무가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이빨이 새로나서 그걸 아버지에게 편지로 얘기했더니, 아버지가 보낸 답장에 홍당무가 이빨이 난 날 자신은 밥먹다가 이빨이 하나 빠졌고 결국 우리 가족의 총 이빨 수에는 변함이 없기때문에 그다지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헛소리를 하는가 하면, 참다참다 폭발한 홍당무의 반항에 눈이 뒤집힌 어머니가 온 동네를 상대로 아들 잘못 낳았다는 드립을 치는 등[6] 읽다보면 웃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되는 황당한 에피소드가 많다.참다참다 한 번 약하게 반항해 봤다 비슷한 일을 겪어 본 독자라면 울고 싶을 것이다.
집의 하녀인 오노린 할멈은 눈이 나빠질대로 나빠져있었다. 어느 날, 늘 집안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던 홍당무는 난로를 보게 된다. 물이 전부 졸아 없어진 냄비를 치운것이 화근이랄까. 눈이 거의 장님이다시피한 오노린 할멈은 냄비가 그대로 있는 줄 알고 난로에 물을 부었고, 난로안의 재가 구름처럼 일어나 오노린 할멈을 덮쳐버렸다. 이 일을 계기로 잘됐구나 싶은 어머니는 오노린 할멈을 해고하고 그녀의 손녀인 아가트를 고용한다. 오지랖 부리다가 한명의 실직자를 만든 셈. 물론 홍당무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으나 어머니는 꺼지라며 으르렁댄다. 네놈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면서.
또한, 가재사냥에 고양이 고기가 제일 좋다는 말을 듣고 늙고 병들어 미움을 받던 동네 고양이를 헛간으로 데려와 불쌍히 여기며 우유를 먹인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홍당무는 '너의 처지가 마치 나의 처지와 같구나'라며 한탄을 한다. 그리고 홍당무는 엽총을 들어 고양이의 한쪽 눈을 겨냥하여 그대로 격발한다. 고양이는 나뒹굴다가 남은 눈으로 홍당무를 노려보는데 그것을 보고 홍당무는 '이노무 고양이가 죽지를 않아?'하며 힘껏 껴안아 목을 조른다. 그렇게 긴 시간을 뒤엉켜 온 헛간 안을 뒤흔들던 홍당무는 결국 고양이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기운이 빠진 나머지 자신도 기절하고 만다. 기절한 홍당무는 가족이 발견해 집으로 데려오는데, 이 일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고, 홍당무는 그날 밤에 거대 가재가 나오는 악몽을 꾸게된다(!)
하루는 아버지와 사냥을 나갔는데 둘러멘 가방 안에는 술이 들어있었다. 홍당무는 한두모금씩 마시다가 결국 병째 비우게 되는데, 아버지에게 혼날까봐 귓구멍에 파리가 들어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면서 귀에 술을 부어 파리를 죽이겠다고 한다. 아버지는 허락을 했고 홍당무는 술을 귀에 붓는 연기를 하며 말한다. '이제 파리가 윙윙거리지 않아요! 하지만 파리가 술을 몽땅 마셔버렸어요'. 바보인건지 귀여운건지...
이러저러한 혹은 미치광이같은 에피소드가 많지만 결국 홍당무는 난생 처음으로 어머니와의 격돌을 감행하고 집안을 뒤흔든 후, 아버지와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홍당무만의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날, 어머니는 홍당무에게 버터를 한근 사오라며 심부름을 시키는데 끝까지 가지 않겠다고 뻐팅긴다. 이에 어머니는 극을 치닫는 분노를 하며 가족들을 불러모았다.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어! 아가트도 나와보거라. 저놈이 내 지시를 거역하는구나? 세상이 뒤집히려나보다. 누가 저 사나운 짐승을 길들일테냐?'라며(진짜 엄마란 사람이 할 소린가...). 이에 아버지는 조용히 홍당무를 끌고나간다. 둘만의 시간을 갖게된 부자는 서로 속내를 터놓게 되고 어머니를 피해 독립을 하겠다는 둥, 나도 일을 하며 자립할 수 있다는 둥,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둥 그간 참고 지내느라 응어리진 한을 성토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직은 넌 학생으로서 공부를 해야하며 가족과 함께 지내야한다고 한다. 또한 누구나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고 누구나 죽고싶어할 때가 있다고 한다. 덧붙여 '나라고 니 엄마를 사랑하는 줄 아느냐?'라고 대꾸한다. 아버지의 속내를 좀 알게 된 홍당무는 개운하게 집을 향해[7] 욕을 한다. "야이 망할놈의 여자야! 난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싫어!!" 이에 아버지가 "그래도 네 엄마다."라고 말하자 홍당무가 재빠르게 "엄마한테 말한건 아니야!"라고 대답하며 끝. 아동용으로 개작한 버전에서는 그냥 '홍당무가 아빠에게 위로받고 착한 아이가 되기로 한다'는 식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만... 엄마란 사람이 하는 짓을 보면 글쎄다...
여담으로 르나르는 시의원 및 시장까지 지내며 정치인으로서도 활동하고 드레퓌스 사건 당시 드레퓌스와 에밀 졸라를 옹호하기도 했다.하지만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형과 아버지를 일찍 죽게한 집안 유전병에 결국 그도 걸려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단지가, 묘하게 홍당무와 비슷한 면을 지니고 있다.[8]
3 애니 이나즈마 일레븐의 등장인물 시시도 사키치의 한국명 이름
- ↑ 사탕 파이프를 제외하고 아버지가 3남매에게 사준 선물 중 홍당무만 자기 선물을 늘 어머니에게 빼앗긴다.
- ↑ 한 예로, 홍당무가 밤에 자다가 이불에 실례를 하자 그 결과물을 몰래 수프에 넣어 홍당무에게 먹여놓고서 다 먹은 다음 그 사실을 말해준다. 단순한 아동학대를 넘어 S 기질이 있는 것으로 의심마저 들 정도(...) 그걸 또 홍당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심드렁하게 넘기는 장면을 보면 이에 준하는 사례가 몇 번이나 있었을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다(...)
- ↑ 부친인 르피크씨는 이 상황에서 모두를 똑같이 대하기때문에 차별아닌 차별을 한다. 물론 대놓고 차별하는건 어머니 뿐이고, 부친은 3남매를 항상 공평하게 사랑해주며, 누나와 형은 홍당무가 온갖 궂은 일을 다해주기 때문에 그냥 호구로 생각할 뿐 미워하는건 아니다.
- ↑ 당시 상황이 홍당무의 울음 때문에 주위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라서 주위의 이목을 신경쓰는 르파크 부인의 성격 상, 일부러 꾸민 컨셉이었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상황이 어느정도 좀 풀리자 '정말이지 그 순간에 쟤(홍당무)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니까! 내가 쟤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 했어.'라는 듣는 사람들의 어이를 안드로메다로 출타보낼 것만 같은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며 엄살을 떨기 시작한다(...)
이런 장면이 대단치 않을 정도로 작품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만큼 현살에 저런 막장부모가 한둘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소름이 끼친다 - ↑ 홍당무의 기숙학교 동급생 중 뺨이 쉽게 붉어지는 아이가 있었는데,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그 아이를 조금 귀여워하는 편이었다. 어느날 밤에 사감 선생님이 그 아이에 볼에 잘자라며 뽀뽀해주는 것을 본 홍당무는 질투심에 그 아이에게 시비를 걸고, 세면 시간에도 일부러 사감에게 반항을 하다가 결국 교장에게 불려가게 된다. 이때 홍당무는 교장에게 일러바치고, 반항했다는 잘못으로 홍당무도 징계를 받지만 사감도 결국 이 때문에 쫓겨나게 된다. 아래 인용된 부분은 사감이 쫓겨날 때 징계용 독방에 갇힌 홍당무가 유리창을 깨며 소란을 피우는 장면.
- ↑ 별로 심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키는 걸 "싫어요"라고 한마디 한 것 뿐인데 그 난리 법석을 떨었다
- ↑ 즉 집에 있을 어머니에게.(듣지는 못하겠지만)
- ↑ 다만 상황은 단지가 좀 더 나쁜 게, 홍당무는 어디까지나 어머니만 못되게 군 것이지 아버지는 홍당무를 이해하려고 하고 형누나들도 홍당무를 호구로 보는 거 말고는 별 다른 터치는 없지만, 단지는 그나마 단지에게 호의적인 늦둥이 동생을 제외하고 모든 가족이 단지를 학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