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문서 : 화물선(이터널시티2)
1 보트에서 무전이 들려오다
보트를 완전히 고친 후,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로 출발하기 전 고장났던 부분을 최종 점검하던 중에 패널 한편에서 붉은 램프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싶어 확인해보니 구조요청이였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깜빡이기 시작한 붉은 램프를 확인하고 바로 무전기를 들었으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일에 의문이 생기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선 다시 한번 구조 요청이 왔을때 확인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던 도중, 빛을 잃었던 램프가 다시 요란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무전기를 들고 위치를 물어보자 건너편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듯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ㅇ..여기는 피..피닉스 컨테이너...입니다. 이 무전을 받으신 분이 계시다면 저희를.. 저희들 도와주세요.."
위치와 상황등을 물어보았지만 남자는 어떠한 대답도 없이 무전을 끊어버렸다. 끊어버린 건지 끊긴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우선 바다 한가운데에 조난당한 자들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로 가기 전에 보트조작을 연습해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구조요청이 온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레이더의 커다란 점이 나에게 다가왔다. 메뉴얼을 보고서 규모가 클 수록 큰 점으로 표시된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보트조작이 익숙해진 덕분에 속도를 더 빨리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속도를 올릴수록 보트는 푸른 바다를 가로질렀다. 하지만 속도를 올릴수록 어째선지 마음 한구석이 막막하고 착잡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런 기분이 드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컨테이선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매우 거대했다. 갑판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사다리가 배치되어있었지만, 함부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 갑판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갑판 쪽으로 소리쳐보았지만 몇분이 지나도록 어떤 반응도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보트에 다시 구조요청이 들어왔다. 요청이 오는 곳을 보자 바로 옆의 큰 점이었다. 이 컨테이너선에서 구조요청이 온다는 것을 확신하고 분명 배에 문제가 생겨서 구조요청을 했으리라 생각하며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2 피로 물든 갑판
어째서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동안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이렇게 많은 변이생명체들이 움직였다면 무슨 소리라도 났을텐데.. 아니, 어쩌면 배가 너무 커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구조 요청을 보낸 생존자를 찾아 갑판 위를 수색해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죄다 변이생명체뿐이었다. 변이생명체를 피해 바다로 도망쳤지만 선원 중에 이미 감염돼 있던 자가 있었던 것인가?
추격해오는 변이생명체들을 따돌리려고 하였으나, 수가 너무 많았다. 거기다가 갑판 위는 마치 미로처럼 얼기설기 꼬여있는 컨테이너때문에 따돌리기도 쉽지 않았다. 그것들의 다리와 허벅지, 발목을 쏴서 움직임을 만들고 내달리는걸 반복하며 수십분이 지났을때, 갑판 저 멀리에 수많은 문이 보이는 브릿지가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하나는 작동하리라 생각되어 있는 힘껏 해치를 돌렸지만 어째서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힘을 줘 해치를 돌리자 옆에 붙어있던 패널에서 경고와 함께 잠금장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출력됐다.
맘같아선 문을 부시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변이생명체들을 띠돌릴 방법이 없어진다. 저 멀리서 변이생명체들이 쫓아오자 다급한 마음에 패널을 아무렇게나 마구 누르니, 패널에서 2중 보안카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출력됐다.
메시지를 확인하기 무섭게 변이생명체들이 더욱 가까워졌다. 도망치며 곰곰히 생각해보다 '2중 보안카드는 아마도 갑판 위의 변이생명체들 중 하나에게 있을 것이다' 라는 데까지 생각이 닿자, 도망치던 발걸을음 되돌려 방아쇠를 수없이 당기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을 만큼 방아쇠를 당겨 변이생명체를 쓰러뜨리고 품을 뒤져 쓸모 없는 물건은 모두 버리는 것을 여러번 반복했을 때, 비로소 해치의 잠금 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카드를 찾을 수 있었다.
보안 카드로 해치를 열어젖히고 안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추격해오던 변이생명체들이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곳이라고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갑판에 변이생명체로 가득한 이상 다른 곳에도 변이생명체가 발생했을 것이다. 서둘러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3 연결통로
발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통로를 따라 낮은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손전등을 비춰보며 이곳이 연결통로라는 건 알 수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그것들을 경계하며 생존자를 찾는 것보단 안전한 곳을 찾고 배의 구조를 알아내는게 급선무였다.
다행히 몇걸음 걷자 당직실이라 쓰여진 철문이 보였다.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해치를 살짝 돌려보자 다행히도 자연스레 해치가 돌아갔다. 내부는 생각보다 매우 깔끔했다. 방 안을 모두 수색해보았으나 배의 구조를 알만한 것은 찾지 못햇다. 하다못해 간단한 약도라도 있기를 바라며 조사하던 중, 누군가 적어놓은 메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메모에는 비상사태 발생 시 대처요령이 적혀 있었다.
비상사태 발생 시, 대처요령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모든 선원은 대피시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불가피하게 대피시설로 대피하지 못했을 경우 당황하지 마시고
취침시설 혹은 창고에 몸을 숨기시고 구조를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비상사태 관리팀
배의 구조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연결통로에 대피시설, 취침시설, 창고가 있다는 것은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전을 보낸 생존자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 메모에 따르면 대피시설로 대피하는게 최우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취침시설이나 창고에서 구조를 기다리도록 되어있다.
갑판에서 본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변이됐다면, 대피시설 또한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택인 취침시설이나 창고를 조사해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구조요청을 보내온 생존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이상 빨리 움직여야한다.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오히려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