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등급의 역사

1 16세기 이전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몇단으로 노를 젓는가' 라는 자체 기준에 맞춰 군함의 등급을 나누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그저 많은 수가 모이는 것이 가장 확실했고, 3단노선(trireme) 등의 용어는 이 '군함의 수'에 포함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에 불과했다. 이러한 관점은 거의 2천년이 지나도록 별 차이가 없었다.

2 16세기 ~ 19세기

본격적으로 등급을 나눈 것은 전열함이 전성기를 맞은 17~18세기에 이르러서였는데, 영국 해군의 6등급 분류 체제가 가장 널리 알려졌다. 영국 해군은 배수량과 포문 수에 따라 등급을 나누었는데, 보통 2층 이하의 포갑판을 가진 프리깃은 5~6등급으로 분류되어 통상파괴전 및 함대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3층 포갑판을 지닌 전열함은 포문 수에 따라 1~4등급으로 분류되어 함대 결전에 동원되었다. 이 외에 콜벳이나 슬루프라 불리는 등외함도 존재해서 물자 수송이나 연락 등을 비롯한 각종 잡무에 활용되었다.

다만 이 당시의 군함은 당연히 전부 수제작이었고, 심지어 같은 설계도로 작업을 시작해도 중간 과정에 따라 최종 결과물은 다르게 나올 수 있어서 같은 등급이라도 전투력은 조금씩 차이가 났다. 덧붙여 신생 미국 해군은 본격적인 전열함을 건조하기엔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2층 포갑판이지만 3~4급 전열함급의 방어력과 화력을 갖춘 대형 프리깃[1]같은 변종을 건조하기도 했다. 영국식의 6등급 체제로는 대체 어디에 넣어야 할 지 알 수 없는 형태.

3 19세기 ~ 21세기

이후 19세기가 되어 증기기관철갑선, 그리고 대구경 유탄포의 출몰로 다시 한번 등급체계가 변화하게 된다. 같은 포문을 가졌다 해도 목제 범선과 철제 증기선의 전투력은 전혀 달랐고, 여기에 다시 사용하는 포에 따라서 또 전투력이 나눠졌기 때문에 이전의 등급체계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열강의 해군들이 모두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어떻게 활용해야 가장 적절한가를 고민하는 50여년간 온갖 형태와 종류의 군함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가장 적절하다고 평가받는 드레드노트(전함)가 등장하면서 19세기말에 건조된 온갖 형태의 전함들은 드레드노트급이라는 단일 분류에 때려넣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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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존의 전열함이 가진 함대결전 임무를 계승하는 전함순양함 등으로 등급체계가 안정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전함은 전열함과 달리 모든 국가가 잔뜩 마련하기에는 너무 비싼 무기체계였고 프랑스 등 해상 전력에서 뒤쳐지는 국가에서는 비대칭 전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19세기 말에 등장한 어뢰를 활용하는 어뢰정이나 잠수함 같은 새로운 무기체계가 프랑스 청년학파와 함께 등장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구축함이라는 새로운 함종이 등장했다. 여기에 항공기가 등장하면서 해상에서 항공력을 활용하기 위해 항공모함도 만들어진다.

양차대전을 겪으며 해전의 양상은 포격전에서 항공전 중심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이제 주력함으로서의 역할을 맡는 것은 항공모함이 되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존의 순양함과 전함도 항공모함을 방어하는 방향으로 임무가 변해갔고, 미사일 시대가 오면서 거대한 함포가 불필요해지자 이런 보조 함종은 구축함으로 수렴된다. 여기에 구축함과 항공전력의 방어를 뚫고 항공모함을 공격하기 위한 잠수함 정도가 현대전에서 유의미한 등급 분류로 남게 되었다.

여기에 덧붙여 과거와 달리 본격적인 상륙작전을 여러차례 수행하면서 이러한 임무만 전문으로 맡는 함선의 필요성을 모두가 느끼게 되었고, 자연히 병력과 중장비를 바다에서 육지로 직접 투입할 수 있는 상륙함, 수송함 등이 만들어진다.

물론 항공모함은 이전의 전함보다도 훨씬 많은 자원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무기체계이므로 모든 국가가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력함종은 대공/대잠/대함 모두 대응 가능한 구축함이 되고 이것을 보조하는 함급으로 호위함(프리깃)이나 초계함(콜벳) 같은 좀더 소형의 함정을 운영하게 된다.

4 관련 항목

  1. 지금도 미 해군 함선보유록에 첫번째로 올라있는 USS 컨스티튜션이 대표적이다. 미 해군 총기함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으나 그러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지 실제 기함같은게 아니다. 영국해군의 빅토리와는 달리 현재도 운행 가능한 상태로 있으며 수 년마다 항해를 가장한 뱃놀이에 나서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