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

1 친구의 다른 표현

과거에는 '동모', '동메'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던 토착어휘로 특히 18세기 이후 조선 후기에 광업이 발전하면서, 같은 덕대 밑에서 동업하는 광부들이 서로를 부를 때 쓰던 표현에서 비롯되었다. 원래부터 북쪽에서 쓰던 말인 셈이다. 북한정부가 들어서기 이전만 해도 '동무'라는 어휘는 남북한 막론하고 친근한 사이를 지칭할 때 쓰던 어휘였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속담도 본래는 "동무 따라 강남 간다"였다. 그리고 가끔씩 동요에도 "동무"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친구로 대체되어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어깨동무', '길동무'같은 합성어로만 쓰이고 있다.어떻게 보면 '인민'처럼 좋은 의미의 낱말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금기어가 된 경우이다.[1]다만 '어깨동무'가 3공-유신 시절 사실상 대통령의 사조직이나 다름없던 육영재단에서 소년지 제호[2]로 사용된 점을 놓고 볼 때는 경을 칠 정도의 금기는 아니었던 셈이다.[3] 그러나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사건에서 억울한 누명을 썼던 정원섭 씨에 따르면, 1964년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교회 전도사로 가서 '모여라 동무야 여름성경학교로'라는 펼침막을 교회 앞에 걸었는데 '동무'라는 말을 썼다고 경찰에 끌려가 온종일 맞았다 한다. 그리고 계속 감시를 받았다. [4] 또한 실제로 70년대에 제주도 한 고교의 교사가 술에 취해 동무라는 말을 내뱉었다가 전기고문 당해서 정신병자가 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북한말 쓰는 게 일본말 쓰는 것보다 더 심하게 금기시되던 시기였다.

2 북한에서 쓰이는 "혁명을 위해 함께 싸우는 사람"

북한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함께 싸우는 사람"의 의미로 쓰인다. 동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쓰이지만, 동지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동무는 나이가 비슷하거나 어린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북한에서 "동무"는 대체적으로 상대방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동무나 동지나 영어로 번역하면 모두 캄레이드(Comrade)가 되지만, 실제로 그 둘은 한국어에서 서로 다른 말이다. 동무와 동지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뭔가 애매한 구분은 존댓말반말이 존재하는 북한에서 발달한 특유의 화법이라고 볼 수도 있다. 2인칭을 가리키는 말로 '동무'나 '동지'를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5].

동무와 동지가 왠지 발음도 비슷한 것 같고 똑같이 동으로 시작하니까 같은 계열일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 둘은 전혀 다른 말로서 동무는 순우리말(번역노걸대[1517])이고 동지(同志)는 한자어다. 같을 동에 뜻 지로서 이름그대로 풀이하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뜻. 하나의 뜻을 위해 뭉친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동무는 어깨동무라는 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가까운 벗을 허물없이 부르는 말이다. 북한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 즉 계급투쟁 운운하며(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게 문제) 캄레이드를 표현할 최적의 말로서 동무를 선택한 듯하다. 벗이나 친구가 사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동무는 계급이 없는 평등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 만약 북한이 진정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이루었다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도 동무라 불렀을 지도 모르는 일.

본래 '동무'나 '동지'는 같은 당원들끼리 나이나 계급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단어이지만 북한 에서는 '높낮이'에 따른 구분이 있다. "동지"는 계급이나 직책이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 쓴다. 단순히 나이나 항렬 등 손윗사람에게는 '아바이'라는 말을 쓴다.

그래서 "경애하는 김정일 지도자 동지"는 괜찮지만 "경애하는 김정일 지도자 동무"라고 하면 요덕 수용소아오지로 간다. 물론 가장 높으신 분에는 수령님, 장군님 등 버라이어티한 호칭도 함께하고 있다. 이런 전제주의 반동들...

이걸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장 동무 함께 가자요!" (X)
"대장 동지 함께 가자요!" (O)
"위원장 동무 제가 아침에 아파서 좀 늦었시다." (X)
"위원장 동지 제가 아침에 아파서 좀 늦었시다." (O)
"동무(손윗사람) 인차(서둘러) 가겠습니다." (X)
"아바이 인차 가겠습니다." (O)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북한편에서 이 일화가 나오는데, 안내하는 나이 지긋한 북한 교수한테 '아바이 동무!'라고 했다가, "남조선에는 존댓말과 반말을 같이 쓰는 말도 있습니까?"라고 반문 당한다.

북한이나 중국 조선족 사이에서는 부부 사이의 호칭도 "동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조선족 중에 나이 드신 분들이 부부 간에 동무라는 말을 써도 이상하게 보지 말자. 그냥 "여보"의 뜻일 뿐이다.[6]

북한 정부 수립 이후 남한에서는 '동무' 대신 고유어를 쓰고자 할 때에는 '벗'으로 바꾸어 사용한다. 하지만 친구에 밀려 '벗'도 사장되는 추세다. 반면 북한에서는 상대방을 동무라고 부른다고 해서 다 친구가 아니고, 진짜 친구는 따로 있다고한다. 한 반에 같은 동급생들끼리 서로서로 동무라 불러도 진짜 친한 친구는 친구라고 따로 부른다고 한다. 이는 북한에서 오랜 기간동안 "봉건 잔재 청산"을 목적으로 아무나 다 동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동무 자체의 의미가 많이 희석된 탓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님"이라고 붙는 호칭도 거의 없으며,[7] 아가씨, 영감, 도련님같은 호칭도 이제 거의 쓰이지 않는다.[8] 대부분 OOO동무라고 이름+동무의 방식으로 부른다.

그리고 아무나 동무 호칭을 쓰는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같은 편끼리만 쓰는 거다. 즉 체제 밖의 사람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 북한에서 남한 사람을 지칭할때 보통 남조선 인민이라고 하지, 남조선 동무라고 쓰는 경우가 별로 없듯이. 물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는 남조선 동무라 호칭하기는 한다. 일반적인 남북 접촉[9]의 경우 '~선생' [10] 으로 호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어의 'Mr.', 남한 한국어의 '씨' 정도에 해당한다.

프로야구 선수 김원섭은 특유의 북한군을 닮은 외모로 인해 동무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홈런을 치면 대포동 발사등의 드립이 쏟아져나온다(...)

3 언어별 명칭

  1. 사실 금기어가 되기 전에는 어린아이들끼리 '동무' 대신 '친구'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지나치게 거창하다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2. 육영재단이 원래 발간되던 잡지를 인수한 형태이긴 하지만, 어쨌든 박정희 대통령 친필 제호를 달고 역사상 가장 반공 정서가 강했던 70년대를 넘긴 잡지이다.
  3. 단, 이건 합성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경우로 나치즘을 겪은 독일에서 'Führer'라는 표현은 백안시되는 반면, "~führer" 계열의 합성어들은 지금도 많이 쓰인다.
  4. [1]
  5.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나온 1980년대까지의 조선어 교재에서 '你'를 '동무'로 번역하곤 했다. '你去不去?' - '동무는 가시겠습니까?'
  6. 현재 북한에서는 여보를 오히려 촌스러운 표현이라 생각해서 "OO이 아버지"나 "OO이 어머니"라고 부르는걸 즐긴다고 한다.
  7. 님이 붙는 호칭은 대부분 수령님, 혹은 장군님. 흠좀무... 대신에 아직도 교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것은 남아있다.
  8. 이 단어들이 바로 그 봉건사회의 잔재라고 여겼던 것들이다. 그런 만큼 안 좋은 쪽으로 변질되기도 해서, 아가씨의 경우 한국에서 백조와 비슷한 의미로 쓴다.
  9. 이를테면 개성공단
  10. '선생님'이 아니다
  11. 이 단어는 나치에서 당원간의 호칭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나치 청산의 일환으로 현재는 거의 사장되었다. 대한민국의 '동무'와 매우 비슷한 운명을 밟은 셈이다.
  12. 원시 슬라브어 tovarъ +‎ *-iščь가 어원이다.
  13. 주로 외국인을 가리킬때 쓰인다. 북한의 '~선생'과 비슷한 용법.
  14. 친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이성 간에 쓰일 때는 남사친/여사친의 뜻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