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CC

1 개요

Tactical Combat Casualty Care. 테러와의 전쟁 기간을 거치면서 미군과 그 동맹군들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야전에서의 신개념 응급처치법으로, UDT/SEAL을 비롯한 한국군 내 일부 부대에서는 ‘전투의무’란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1]

2 TCCC가 필요한 이유

민간 방식의 응급처치법은, 수 많은 세월 동안 많은 환자들에게 적용되면서 여러 차례 개선되어진 훌륭한 스킬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문제는 민간에서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한 탓에 야전에서 그대로 적용하기엔 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일단 민간에서 자주 발생하는 외상의 유형들과, 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외상의 유형들은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었고, 환자들이 처한 환경도 민간과 군은 너무나 다르며, 치료하는 의료인력의 질, 환자를 후송하는데 걸리는 시간 등 모든 것이 민간과 전혀 딴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민간에서의 환자는 즉시 깔끔한 병원응급실을 거쳐 입원하게 되어, 노련한 의료진들과 최신 의료장비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야전이라면 어떨까?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 한 명이 교전 중 총상을 입었다고 가정을 해 보자. 다친 장소는 해발고도 2,000미터가 넘는 돌덩어리 힌두쿠시 산맥이고, 한겨울이라 그 추위 또한 영하 수십도는 된다. 현재 시각은 04시 27분. 허벅지에 총상을 입은 상태로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적의 총격은 계속되고 있다. 접근 자체도 힘들고, 설령 접근을 한다고 쳐도, 어두워서 어디가 환부인지 보이지도 않는데다 라이트를 잠깐이라도 켰다간 주위의 집중사격에 노출될 판이다. 설령 CASEVAC를 당장 부르더라도 도착까지는 30분이나 남았다. 당신이 의무병이라고 생각 해 보자. 응급처치는 고사하고 환자 위치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상황이다. 이렇듯 민간의 응급처치 방법은 그대로 군사적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기본적인 주위 환경부터가 전혀 딴판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환경 속에서 민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납득이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높으신 분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전혀 무지하거나 최소한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일선에서 느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비해 획기적인 변화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냐고? TCCC에서 치료 가능한 사망 원인 중 전장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3가지[2]중 하나로 당당히 선정해 놓은 팔다리에서의 과다출혈에 필수적인 지혈대를 예로 들어 한번 간단한 썰을 풀어보겠다.

2.1 일선과 교리의 괴리 : 지혈대

파일:Attachment/TCCC/wwii tourniquets.jpg

지난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된 지혈대이다. 마치 벨트처럼 끈과 버클을 이용해서 조이는 방식인데, 겉보기엔 그럴싸 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1945년 4월판의 AMEDD(Army Medical Department) 학술지에서 나온 증언이다.[3]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지혈대 정도는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지, 베트남전 당시 사용된 지혈대를 보도록 하자.

파일:Attachment/TCCC/TOURN/79667 zoom.jpg

끈의 색깔만 달라졌을 뿐, 기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의무병들은 지난 제2차 세계대전 때처럼, 민간 방식 그대로 교육받고 있었다. "지혈대의 경우 장시간 착용시에는 조직이 괴사해서 적용시킨 아래쪽을 절단해야 하니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세여." 아니, 허벅지에 동맥이 끊어질 경우에, 제때 지혈 못하면 사람이 3분만에 죽는데? 결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와 같았다. 월남전 당시 미군 사망자들 중 2,500명 넘는 사람들의 사인은 사지출혈이었다. 이들에게 출혈 외의 다른 부상은 없었다. 구태의연한 교리와, 전혀 도움되지 않는 지혈대가 불러온 결과였다. 지난 제2차 세계대전 중 그 한계가 이미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저 지혈대는 언제까지 썼냐고? 1990년대까지 사용되었고, 교육 내용도 그대로였다. 국군의 경우는 지금도 저런 지혈대를 보급 받고, 민간 방식의 지혈대 사용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전방 GOPGP, 비무장지대JSA 등의 최전방 사단 의무병에게 밑에서 서술할 국산화한 한국형 FAK(First-Aid-Kit)가 보급중이다. 성냥이 없는 것을 제외하면 미군과 품질은 별 다를 바 없는 수준.

2.2 TCCC의 탄생과 전파, 그리고 그 효과

이런 현실을 개탄하던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프랭크 버틀러라는 미 해군 SEAL 요원이 있었다. 결국 그는 다니던 군대를 때려치고 의대에 입학해서 의사양반 공부를 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다시 SEAL에 들어갔다. 재입대라니,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그 뒤, 그는 1996년에 "Tactical Combat Casualty Care in Special Operations"라는 저서를 집필하면서 TCCC가 태동하게 되었다. 초창기엔 미 해군 특수전부대에서만 사용되던 방법이었지만, SOCOM을 통해 이리저리 입소문이 퍼지면서 여러 미군 특수부대에서 점차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테러와의 전쟁 기간을 거치면서 이제는 일반 정규군은 물론, 동맹군에게까지 전파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극적이었다.

http://news.hankooki.com/lpage/world/200909/h2009091423134422470.htm

파일:Attachment/TCCC/f0083218 4f8685c41d396.jpg

최근 미군 응급 외상 치료 방면의 급격한 발전을 축하합니다. 여러 학술지와 출판물에서 보듯이, TCCC가 전장에서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습니다."

Dr. Jeff Salomone
</br>미국 외과의 협회, 외상 위원회
</br>응급 외상 부위원회 위원장
</br>06. 10. 2008.

3 TCCC와 민간 방식의 차이점

일단, 몇가지 정리해 놓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편이 앞으로의 설명에 도움이 될 것 이기에 몇가지 적어놓고 시작하자.

TCCC의 세 가지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전투 중 자신을 구하고,
1. To save your life in a combat zone,

2. 동료들의 생명을 보호하며,
2. To save your teammate's life in a combat zone,

3. 임무를 완수하기 위함이다.
3. To complete the Mission.

그리고, TCCC는 다음과 같은 세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1. 전투 중의 처치(Care Under Fire; CUF단계)

2. 전술현장 응급처치(Tactical Field Care; TFC단계)

3. 전술적 부상자 후송(Tactical Evacuation; TACEVAC단계)

TCCC가 어떤 응급처치법인지 간단히 요약설명하자면, 전투 중 임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살릴 수 있는 환자는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조치하는 방법 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보도록 하자. 위에서 살펴본 "TCCC의 세 가지 목적" 항목에서, 3번 항목 "To complete the Mission."에 내포된 의미는, 임무수행이 응급처치보다 우선한다는 점이다. 약간의 거부감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이는 군사작전 상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실전사례로 들어가 볼까?

엔테베 공항에 억류되어 있언 에어 프랑스 여객기를 구출하러 간 이스라엘군 특수부대의 기습작전인, 그 유명한 '선더볼트 작전' 중, 현장 지휘관이었던 네탄야후 중령인질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인 집입 초기에 테러범으로부터 가슴에 피격을 받고 쓰러졌다. 하지만 팀원들은 사전에 정한 대로, 쓰러진 지휘관을 무시하고 교전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인질의 안전을 확보했다. 참고로, 작전 중 내부 진압 단계에는 약 90초가 소요되었다. 90초 후에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생존률에 큰 차이가 있었을까? 반대로, 내부 진압이 90초 간 지연됐다고 가정을 해 보자. 과연 우리가 기억하는 인질구출작전의 신화인 썬더볼트 작전은 어떤 꼴이 되었을까? 못해도 수십 명의 인질이 사상되는 대참사로 끝났을 것이다. 몇년 전, 이라크 팔루자에서 저격수에게 당한 동료를 구하려다 같이 저격을 당하는 미 해병대원의 모습은 미담으로서는 어떨 지 몰라도, TCCC의 개념에 입각해서 봤을 때는 의미없고 비효율적인 일이었던 셈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봐서, 과연 저격수의 총알이 시도대도 없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대로 한복판에 쓰러진 부상자를 구출하고 와서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수행 할 수가 있었을까?

TCCC는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단순한 응급처치법이 아닌 전술의 일종인 것이다. 그렇다면 TCCC의 원칙에 입각했을때, 팔루자의 미 해병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일단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종의 CUF단계라고 볼 수 있는 그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환자는 가능하면 자신의 부상을 스스로 처치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과다출혈의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지혈해주어야 하는데, 팔/다리 부상의 경우에는, TCCC에서 적극 추천하는 지혈대인 'CAT 지혈대'[4]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혼자서도 자기 스스로의 상처를 효율적으로 지혈할 수 있는 지혈대이기 때문이다. 조직이 괴사해서 팔다리를 잘라낼 걱정은 하지 마라. 동맥이 끊어진 경우, 제때 지혈을 못 못한다면 환자 자신은 3분 안에 사망할 것이다. 죽는것보단 팔 하나 못 쓰는게 낫지 않겠는가. 게다가 지혈대 사용 = 팔다리 절단도 아니다. 2008년, 바그다드의 전투지원 병원에서는 232명의 환자들이 지혈대를 사용한 채 실려왔지만 팔다리를 절단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파일:Attachment/TCCC/cat tourniquet anatomy.jpg
CAT 지혈대의 모습. 기존의 구형 지혈대와는 달리 혼자서 자신의 환부에 적용하기에도 용이하고, 지혈능력도 훨씬 우수하다.

환자가 자신의 출혈을 지혈할 동안, 그의 동료들은 가용화력을 이용해 적을 제압하여야 하며, 환자 자신도 가능한 한 적과 교전하는 편이 좋다. 기도확보, 지혈대를 사용하기 힘든 부분의 지혈같은 손이 많이가고 상대적으로 복잡한 응급처치는 환자를 일단 안전한 장소로 옮긴 후에나 가능하다. 전장에서 최고의 의무는 화력우세이다.

TFC 단계에서에서는 보다 세부적인 응급처치에 들어가는데, 핵심은 위에서도 언급했던
치료 가능한 사망 원인 중 전장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3가지를 비롯해, 야전에서 응급처치가 가능한 부상들에 대응하는 방법들 위주이다.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과감히 포기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외상을 입은 상태에서의 심정지 환자의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TCCC에서는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지침을 내리고 있다.

전장에서 심폐소생술은 금지한다."

"No Battlefield CPR"

…보다 정확하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심각한 외상을 입은 상태에서의 심정지 환자의 경우이다. 일반적인 심정지 환자들의 경우에는 당연히 CPR이 시도된다. 하지만 왜 심각한 외상을 입은 경우에는 시도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을까?

1. 민간에서의 경우: 138명의 인원 전 심장마비 외상환자들을 소생하기 위해 CPR이 사용되었지만, 전부 사망했다.

2. 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데 드는 비용 :

- 술자도 죽을 수도 있다.
- 임무가 지연된다.
- 부상자는 그대로 남게 된다.

실제로 이와 같은 실전사례로서 자주 인용되는 것이, 83년 그레나다 침공작전중 레인저의 실전사례이다. 비행장에서 적과 교전 중이던 레인저는, 교전 도중 한 병사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맥박과 호흡 모두 정지했으며, 즉시 레인저 의무관은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혀 차도가 보이지 않았고, CPR을 하는 동안 작전은 지연되었다. 결국, 레인저 의무관은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Stop CPR and move out!"


이제 TACEVAC단계로 넘어가보자. TACEVAC는 MEDEVAC(의무후송)과 CASEVAC(부상자 후송)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의 단어로, 일선 병력들은 환자 후송을 위한 가용자산을 요청할 때 이 두 단어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여야 한다. 이걸 제대로 못하면 대참사가 벌어 질 수도 있다. 비록 전술적인 승리에 가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아 드랑 계곡의 미군 제 1기병사단 7기병연대 1대대의 경우는, 이걸 혼동한 나머지 CASEVAC이 아닌 MEDEVAC를 요청함으로서 부상자 후송지 지연되었고, 영화에서도 나오듯 나중에야 일반 헬기들이 CASEVAC을 실시했지만 많은 부상자들이 제때 후송을 가지 못해 전사하는 사태가 발행하였다. 그렇다면 MEDEVAC와 CASEVAC의 차이는 무엇일까?

MEDEVAC 차량과 항공기는 부상자 치료를 위해 특별히 개량된 물건들로, 장갑 앰뷸런스나 구급헬기, 구급차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적십자 표시가 되어있으며, 이런 자산들은 무장이 제한되어있고[5], 따라서 적 공격의 위협이 큰 장소에서는 부상자 후송을 실시하지 않는다.

CASEVAC의 경우는 일반적인 차량이나 항공기들이 전투현장에 들어가 부상자들을 후송하는 경우로, 본래의 용도에 적합한 상태이며 적십자가 없으므로 무장에도 제한이 없고 무장병력을 수송하는 것이나, CAS 지원에도 제한이 없다. 만약 이아 드랑의 미군 기병대대가 제때 CASEVAC을 요청했더라면, 교두보 유지를 위해 수시로 날아오는 헬기들이 자리를 뜨면서 바로바로 환자들을 후송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출처: http://www.naemt.org/Education/IGa%20Intro%20to%20TCCC%20with%20Notes%202-17-09.pdf 를 비롯한 여러 인터넷 자료들.

  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16/2012011600089.html 인터뷰 내용을 보니 석해균 선장을 살리는데도 미군 SEAL에게 전수받은 TCCC 노하우와 미군식 응급처치키트가 큰 도움을 준 듯 하다.
  2. 팔/다리에서의 출혈, 긴장성 기흉, 기도 폐쇄등 기도 문제
  3. http://www.naemt.org/Education/IGa%20Intro%20to%20TCCC%20with%20Notes%202-17-09.pdf
  4. 현재 미군의 제식 지혈대이기도 하다.
  5. 적십자/적신월 마크를 달고 무장을 하는 것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 사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