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

일본 만화로 故마쯔다 류우지-원작, 후지와라 요시히데-그림의 공동작품. 정발명은 '권법 소년'이었다.

1 개요

아이큐 점프의 부록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으며[1], 팔극권(八極拳) 킹왕짱의 원인이 된 만화이기도 하다. 당시에 뭐도 모르는 애들이 진각(震脚)[2]을 한답시고 쿵쾅거리다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팔극권부터 가라데, 대동류 합기유술, 태극권(太極拳), 팔괘장(八卦掌), 소림사 권법, 심의육합권(心意六合拳)까지 일본 무술과 중국무술을 꽤 폭넓게 다루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했기에, 이런 자료도 꽤나 귀중하고 희귀한 자료였다.

주인공인 켄지[3]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으며, 그 와중에 만나는 무술의 인연들로 다양한 무술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작품도 나름 괜찮은 편이다. 격투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서양의 격투기들을 너무 허접하게 그린 점이 매우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 점은 원작자 마쯔다 류우지가 무술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수련도 제대로 안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며, 실제로 마쯔다 류우지의 무술실력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은 없으며, 개문팔극권의 오련지 노사도 그를 '무술 사기꾼'이라고 불렀다. 지못미 다만 고인을 위해서라도 한 마디 덧붙이자면, 그는 중국무술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에 큰 공헌을 했다 할 수 있다.

아이큐 점프에 연재되었을 당시엔 제목이 '태권 소년'이었고, 작중 배경이나 인물들도 한국식으로 로컬라이징이 되었는데[4],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권법 소년'이란 제목으로 바뀌었고, 한국식으로 바뀐 인명, 지명도 일본판 그대로 변경되었다. 역자는 조은경, 사실 90년대 초에 연재가 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단행본은 상당히 늦게 출간되었는데, 국내판이 2000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래 현재는 절판된 상태이고 서울문화사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 드래곤볼을 비롯한 일부를 제외하곤 재판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중고책 이외엔 구하기가 힘든 실정.

2 스토리

주인공 켄지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무척 사이가 좋았다. 방학 때 할아버지 댁에 놀러간 켄지는 마침 그곳을 찾은 송도관 사범과 할아버지의 무술 교류를 보게 되고, 방학기간동안 할아버지에게서 팔극권을 전수받게 된다. 그리고 방학이 끝난 후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할아버지는 어느 날 홀연히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겠다는 마음을 품은 켄지는 팔극권을 꾸준히 수련하면서 청소년이 되고, 켄지의 할아버지를 찾는 여정(+ 무술교류의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3 만화로서의 권아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소년 무협만화 형식을 따라간다. 새로운 장소에 새로운 무술, 그에 따른 시련과 극복, 스토리 라인을 관통하는 라이벌의 존재 등 의외로 소년만화적인 모습에 충실하다.

연재 시기가 시기인 것도 있지만, 주인공이 10대 소년인 것 치고는 당시 유행하던 성인 극화풍(지저스, 크라잉 프리맨 등)의 작화가 특징. 내용이 시종일관 진지하고 만화적인 과장과 현실적 묘사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느낌이라, 무협만화로서는 나쁘지 않다. 근데 이 묘한 현실감이 권아라는 만화가 악평을 듣는 원인이 된다.

4 그런데 무술자료로는 아니다

단적으로 말한다. 만화다. 이건 무협만화다. 물론 생소한 무술에 대한 '소개'로는 무척 좋다. 작품의 메인인 팔극권부터 그렇고, 권아가 나오기 전에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송도관 가라테와 강유류 가라테가 언급되었으며, 다케다 소카쿠의 대동류합기유술, 중국의 공원이나 광장 등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나 하는 걸로 알았던 태극권이 아닌, 실전성으로 이름 높은 진식태극권을 소개했다.[5] 거기다 현재 나무위키의 중국권법 항목에 있는 거의 모든 중국 무술이 짤막하게나마 소개가 되었다. 근데 여기까지다.

만화는 팔극권의 전투장면을 현실감 있어 '보이게' 묘사했지만, 그렇다고 진짜 만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전투할 거라고 상상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소림사 편에서 소림권을 쓰는 악역이 추퇴(揪腿)를 쓰는데[6] 이걸 초식인양 묘사했다. 실제로는 아무 쿵후도장에 가도 배우는 기본공[7]인데다가 만화 속처럼 초식같이 그 기술 하나만 딱 쓰는 것도 아니다. 즉 중국무술이나 각 무술이 가지는 전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기본적으로 작가인 마쯔다 류우지의 중국무술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마쯔다 류우지가 연무하는 팔극권 영상을 보면, 아마추어 눈으로 봐도 엄청 엉성하다[8]. 말하자면 딱 만화로 그릴 만큼만 알고 있었다.



마쯔다 류지의 팔극권 시범영상



마쯔다 류지의 번자권 시범 및 스파링 영상



마쯔다 류지의 추수와 촌경 강의동영상 늘 그렇듯이 강의중에도 은근히 복싱을 깐다.

물론 무술자료처럼 느껴지게 하는 건 있다. 골치 아프게도 투로(套路)를 실어버리고, 소위 요결(要訣)이라는 걸 실어버렸다.[9] 하지만 이것 역시 '소개'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운동은 실제로 움직이고, 좋은 스승에게서 배워서 체화(體化)해야 하는 거다.

5 그렇지만 의의도 있어요

가장 큰 의의는 마이너 중의 마이너에 불과했던 팔극권의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늘려버린 것, 그리고 마찬가지로 마이너 무술이었던 진식 태극권[10], 심의육합권, 형의권, 팔괘장(八卦掌), 벽괘장 등등을 알린 공이 있다. 즉 90년대에 홍콩발 무협영화 약발이 다해가고 00년 이후로 종합격투기의 흥행으로 뇌리에서 완전히 잊힐 뻔한 중국 무술, 그 중에서도 마이너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한 것이다.

6 기 타

2013년 현대에는 거의 잊힌 듯하다. 더 아쉬운 점은 이 만화가 언급되면 대부분이 '팔극권의 실전성'이니 뭐 이런 종류로 빠진다는 점이다. 실상 만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재미있는 만화인데, 쓸데없이 현실적으로 보인 게 이 만화의 독이라면 독. 엄밀히 말하면 만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않으려 한 사람들 때문이지만.

  1. 아이큐 점프에 연재되기 전엔 '권법소년', '용소야', '프라레슬러 대장군'으로 유명한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에서 '영무자'란 제목으로 나온 적도 있다.
  2. 중국무술에서 위력을 내기 위해, 발을 지면에 힘껏 딛는 동작. 소위 침추경(沈墜勁)을 끌어올리기 위한 동작이라고 하며, 당연히 그냥 발만 냅다 쿵쿵 딛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3. 한자로 권아(拳兒)
  4. 고 켄지 - 조용권, 요코하마 - 인천..이런 식..
  5. 물론 진식태극권의 전래 자체는 쿵후가 유행했던 70~80년대 부터 거의 다이렉트로 수입된 적도 있긴 했지만, 아는 사람만 알았지 대부분 몰랐다. 그리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90년대 들어서라는 게 보다 정확하다.
  6. 작중 묘사에서는 다리걸기와 손으로 걸어넘어뜨리기가 동시에 있는 기술. 원작자의 저서를 통해 소개된, 제법 알려진 대련용 투로, 칠수권(七手拳)에 있는 기술인 파도수추퇴(破刀手揪腿)와 거의 같다.
  7. 이는 중국무술이 널리 보급된 이후, 정확히는 당랑권의 실용성이 알려지면서 널리 퍼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세력이 컸던 중국무술들 중의 하나가 당랑권이었던 탓도 있다.
  8. 참고로 작가는 이 만화 그리고 나서, 자신이 무슨 팔극권의 달인이라도 되는 양 사업을 하려고 했다고 카더라. 이 맥락에서 오련지 노사가 '사기꾼'이라고 한 것.
  9. 이것 때문에 한때 한국에서 팔극권 독학해서 고수돼야지 항가항가하는 인종들이 많았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 PC 통신 등에서도 이 만화로 비롯된 팔극권 열풍 탓인지, 일본의 통신교재 등까지 구입하여 팔극권 독학하고는, 스스로 은거한 화교노인 등을 사부로 내세워 고수인 척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실제 무술을 수련하던 실력자들 중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그들의 거짓말을 밝혀내거나, 심지어는 직접 찾아가 대련을 신청하여 망신을 준 내용이 PC 통신의 무예동호회(대표적으로 나우누리 무예동) 등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중국의 개방 이후, 중국에까지 가서 유명 노사에게 돈으로 수료증 등을 사와서는 다시 고수흉내를 내기도 했다. 수련모임이나 지도회 등까지 만든 사람들도 있는데, 그 와중에서 자신의 수련모임에 온 사람들 중 실력 있는 수련생들, 엄밀히 말하면 타 무술을 수련하던 사람이 무술대회 등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그것이 자신의 지도 덕분에 이루어진 것처럼 포장하여, 나는 모든 걸 다 이루었다는 식으로 떠들어대어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하긴 이소룡도 그 비슷한 짓을 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일방적인 매도나 조소도 조금은 곤란한 것이, 나름대로는 수련이나 운동이라는 걸 꾸준히 하다 보니, 그저 그런 무술 조금 한 사람들보다는 나은 실력을 갖추게 된 사람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그런 모임들 중에서는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것도 어찌 보면 무술의 보급이니, 권법소년(권아)의 영향력이 대단했던 셈.
  10. 오늘날 한국에서야 태극권 하면 대부분이 진식태극권을 표방하는 도장이라서 의외일지 모르지만, 만화가 나온 일본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태극권하면 백이면 백 양식(혹은 양가: 楊家)태극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