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사예르

Guy Sajer

1927년 1월 13일 ~ 현재.
프랑스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그로스 도이칠란트 사단에 입대한 참전자이다. 1967년 회고록 잊혀진 병사를 출판하였으며 바로 베스트셀러에 등극, 30개국 언어로 번역되는 기염을 토한다. 한때 그가 대독일 사단에 입대했다는 것이 거짓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아래 참고. 만화가 일도 하였으며 쿠르스크 전투를 다룬 만화를 출판하기도 했다.

1 개요

1927년 1월 13일 알자스에서 출생했다. 형제로는 누나와 남동생이 있으며 아버지는 1차대전 당시 프랑스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가 되어 독일로 이송되었다가 독일인 여자를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와 결혼했다. 전쟁 중에 적국 여자를 꼬시다니 도대체 어떤 분이실까 그 독일인 여자가 바로 어머니. 당시 시대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따라 공장에서 일하다가 2차대전이 발발 피난길에 올랐다. 그러나 프랑스가 항복하고난 뒤엔 다시 돌아왔다가 1942년 독일군에 입대한다. 본인말로는 군대에 대한 환상과 모험을 꿈꾸며 입대를 택했다고...

그리고 지옥도를 보게됐다.

2 잊혀진 병사

1942년 7월 기 사예르는 폴란드 바르샤바 주둔 독일군에 합류하여 수송병으로서의 군사훈련을 받는다. 1943년 스탈린그라드 전투 후 전황이 급속도로 나빠지자 그의 부대도 벨로루시를 걸쳐 이동을 개시, 하르코프까지 간다. 곳곳에서 출몰하는 파르티잔과의 소규모 교전이 일어났지만 아직 전쟁이란 것을 깨닫게 해주진 못했고[1] 강추위를 제외하면 비교적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1943년 독일군은 소련군에게 밀려 하르코프에서 잠시 철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적 전투기의 폭격으로 친구 에른스트 노이바흐가 죽는다.[2] 하르코프 전투가 끝난 직후 친구 렌센과 할스, 린드베르크와 함께 그로스 도이칠란트(대독일) 사단에 입대한다. 1943년 5월의 일이다. 입대가 결정된 후 독일로 휴가를 떠나는데 이때 죽은 에른스트 노이바흐의 가족들을 만나러 베를린에 왔다가 같은 집에 사는 파울라를 만나는데 이후 등장은 없지만 그에게 편지를 전해주며 독일 내부의 상황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대독일 사단에 입대한 화자는 엄청나게 고된 훈련을 받고[3] 1943년 7월 쿠르스크의 벨고로트 전투에 투입된다. 여기서 그는 아우구스트 비너, 그가 고참병으로 불리는 병사와 처음으로 조우하는데 첫 만남 당시 사사건건 투덜거리고 딴지를 거는 고참병이 밉게 보였는 모양. 이 사람은 폴란드전에 참전했는데다가 나이는 30대로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았지만 같은 상병이던 렌센은 그를 패배주의자라고 욕하며 자주 충돌한다.[4] 전투가 시작되고 지뢰밭은 거쳐 소련군 진지를 돌파하고 과수원 등지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나 결국 전투는 소련군의 승리로 끝났고 사예르와 동료들 모두 부상을 입고 후퇴한다.
이때 그가 입은 부상이 얼마나 심각하냐면 트럭을 타고 이동하다가 트럭이 급정거한 탓에 앞유리를 뚫고 떨어져서 팔이 골절당했다. 정말이지 즉사하지 않은게 기적일 정도.

벨고로트에서 밀린 독일군은 드네프르 강변까지 후퇴하고 사예르는 간신히 비지선을 타고 강 건너편으로 후퇴한다. 간신히 강 건너편에 도착하지만 군사재판에 회부되는데, 앞의 중위는 장교용 물품 손실과 후퇴 등을 이유로 세 계급이 강등되었지만 사예르와 같은 사병들은 어찌어찌해서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질에 걸려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 바지에 설사를 지리고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한다.[5] 어느정도 회복한 후에는 다시 부대로 복귀하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포위당하고 탈출 과정에서 데리고 가지 못하는 부상병들을 어쩔 수 없이 두고 오는 일을 목격한다.[6]
다시 휴가를 받아 독일로 가지만 파울라는 보지 못하고 부대로 복귀하는 중 적 파르티잔을 습격을 받는다. SS 친위대와 합류하여 게릴라 사냥에 나서는데 이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게릴라 사냥'을 맛본다. 나중에 추측하기를 포로로 잡은 파르티잔 대부분 총살당했을거라고.[7] 다시 부대로 복귀한 사예르의 시선으로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드러나는데 툭하면 동상과 절단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실제로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소련군보다 추위를 더 두려워했다는 말을 여기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점령지 우크라이나에서 정예부대인 그로스 도이칠란트 사단 병사들도 식량이 없어 굶는판인데 정작 독일에서 파견나온 점령지 관료들과 공무원들은 호의호식하는 부분은 압권. 나중에 할스와 동료 병사가 이들의 식료품들을 훔치다가 걸린 탓에 영창에서 3일을 보낸 이야기도 있다. 그외에도 간신히 후퇴했는데 장교가 군복을 제대로 손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부분은 대한민국 국군을 연상케한다.

전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부대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경계에서 휴식하면서 잠시나마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지만 결국 소련군이 근처에 당도하자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단한 장교였던 베스라이다우 대위도 죽고 적의 공습으로 중대는 반토막이 난다. 소련군과의 전투 끝에 살아서 거의 몸만 남은채로 퇴각하는데 묘사가 일품. 거의 거지꼴이다. 후퇴 도중에 방치된 트럭에서 식료품을 얻지만 이걸로 헌병에게 검거되어 프뢰슈라고 불린 동료가 처형당하기도 한다.

1944년 동프로이센에서 기 사예르와 린드베르크, 렌센은 새로 배치된 소년병들과 함께 판처슈렉을 소련군을 저지하는 임무에 투입된다.
렌센의 활약으로 전차 몇대를 파괴하지만 그도 결국 전차에 깔려 죽고 홀로 남게된 그들은 자살까지 생각하지만 이때 SS의 반격으로 간신히 구조되어 부대와 합류 후 메멜로 보내진다. 메멜은 소련군에게 포위되고 처절한 포위전의 서막이 시작되는데 폭격 속에서도 피난선을 탈거라고 마냥 기다리는 피난민들의 모습과[8] 소련군을 막기 위해 애를 쓰는 병사들의 사투 등이 눈물겹게 펼쳐진다. 1월 30일 침몰한 빌헬름 구스틀로프호에 대한 소문이 떠돌며 사람들은 불안해하면서도 끝까지 배를 탈거라고 항구에 남고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은 징집되어 병사들과 함께 움직인다. 노인 둘이 트럭을 운전하다가 소련군의 공격에 죽고 자원봉사자들과 여자들까지도 지뢰를 운반하거나 함정을 설치하고 집단자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결국 고참병 아우구스트 비너도 소련군 전차의 전진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살아남은 일행은 간신히 피난선에 탑승하여 쾨니히스베르크로 후퇴한다.

쾨니히스베르크에 도착한 그들은 다시 걸어서 후퇴하다가 피난을 앞둔 민간인 집ㅇ네서 며칠 머무는 등의 작은 호사를 누리지만 소련군의 진격은 빨랐고 그들도 다시 배를 타고 덴마크로 간다. 덴마크에 도착한 일행은 덴마크의 빵집 주인으로부터 구걸하여 상한 케익을 얻어먹으면서도 행복해하고 다시 서부전선의 영국군을 막기 위해 전선으로 보내진다. 이미 사기는 바닥이었고 영국군 선발대가 나나타나자 공격을 가해 물러나게 만들지만 이후 영국군 본대가 오자 병사 한명이 그들에게 투항하러 참호에서 나온다. 아무도 그를 쏘지 않았고 사예르와 동료들도 옆에 있던 국민돌격대 노인의 조언에 따라 참호 밖으로 나가 영국군에게 투항한다. 포로수용소에서 영국군과 미군으로부터 모욕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들은 전쟁이 끝났다는 것에 안도하고 사예르는 프랑스인이라는 것이 밝혀져 프랑스군 장교들로부터 심문을 받는다. 그는 프랑스군에 입대하는 조건으로 풀려나지만 그의 동료들을 찾으러 나왔을 땐 이미 할스와 다른 동료들은 보이지 않았다. 알자스로 가는 기차에 올라 고향에 도착한 그는 마침내 가족과 재회한다. 그의 나이 19살, 최종계급은 상병이었다.

3 기타

처음 발간되자마자 프랑스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고 미 군사학교의 추천도서로 지정되는 등 엄청난 방향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잊혀진 병사 전에도 구데리안이나 만슈타인,슈페어 등이 회고록을 출판하여 사람들의 방향을 끌기도 했으나 그들은 전쟁 지도부로서 한 개인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전투에 참전한 병사의 그것보다 달랐다. 당연히 이런 일개 병사의 회고록이 그들 장성이나 지도부의 그것들과 비교해 상당한 이슈를 끌었다. 특히 저자가 독일군이라는 점도 이슈의 한몫을 차지하기도 했다. 전차 에이스인 카리우스의 진흙 속의 호랑이가 1970년대에 발간되었고 구데리안과 만슈타인의 회고록이 장성들의 입장에서 기술된 것이라 일반인들이 읽기엔 약간 어려움이 컸다는 점도 한몫했다.

다만 발간되고 시간이 흐른 후 역사가들이 책의 내용 중 일부가 실제 역사와 다르다는 점을 들어 그가 실제 대독일 사단 참전자가 맞느냐란 사실에 의문을 표했는데[9] 이에 사예르는 자신의기억에 의존하면서 썼다보니 실제와 다른점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경험담이 구라라고 주장하는 세력에게 맞서 실제 자신의 참전 카드와 관련 기록들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현재 외국 커뮤니티에선 그가 가짜라는 주장이 거의 사장된 상태이지만 책의 발간이 늦은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논란이 있는 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에 오류가 있는 것은 확실하나[10] 그가 그로스 도이칠란트 사단의 일원이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발번역. 프랑스 원어판을 직역한 것이 아니라 영어나 일어판을 번역한 것이 전체적으로 번역의 질이 매우 떨어지는데, 진흙 속의 호랑이로 유명한 이동훈조차 한 수 접어야될 정도로 개똥망이다. 일례로 '의무병의무병'이란 말이 본서에 등장하고 무슨 기관총인지 모를 슈판다우포[11][12]와 장갑척탄병이 아닌 탱크수류탄병전방수류탄이라 안한것이 다행이다, 마크2나 마크4 등의 이름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마크 2는 2호 전차로 번역할 수 있겠다. 정말 기본이 안되어 있다.


하지만 발번역 속에서도, 동부전선이 아비규환 같은 상황을 느낄 수 있는데, 소설이 아닌 회고록이긴 해도 주요 등장인물들은 거의 다 사망한다. 당시 독일군의 처참했던 상황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것과 함께 작품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추위에 관한 것이다.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추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더하여 이 작품에서는 참 군인의 표상인 "베스라이다우" 대위와 주인공이 "아우구스트 비너" 라는 이름 대신 나름의 애정이 담긴 별칭인 "고참병"으로 부르는 인물이 등장한다. "베스라이다우" 대위의 연설 부분은 발번역에도 불구하고, 독일 군인들 역시 조국애, 민족애라는 숭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지, 히틀러에 대한 광신이라던가 인종차별적 사상 등에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나름 작품의 백미 부분이다. 게다가 이 책은 실제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라 독일군과 소련군의 전쟁범죄에 대해서도 일말의 미화나 과장도 없이 그대로 묘사했다. 더하여 오랜기간동안 사병으로 근무했으며, 특히 동부전선의 지옥같은 전장에서도 계속하여 살아남은 "고참병"은 사병이지만 어지간한 장교는 저리가라할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력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맹을 보여 준다. 그런 고참병이 주인공과 그 친구 "할스"를 위하는 마지막 모습은 아마 이 발번역 작품을 나름 끝까지 읽었다면 가슴 뭉클한 느낌을 독자에게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2차대전에 관심이 있는, 즉 적어도 이 기나긴 나무위키의 문서를 여기까지 정독했을 만한 분이라면 읽어 보기를 권하는 작품이다. 발번역이 큰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지만, 실제 병사들이 이데올로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던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해, 또 동료를 위해 싸웠던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 전체를 요약한다면 "'전우애'" 라고 말하고 싶다.
  1.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이건 약과다.
  2. 전투기 총알이 트럭을 뚫고 들어왔다.
  3. 거의 모든 일상이 지옥훈련이다.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장교가 몸을 밟고 지나가는가 하면 실탄 사격을 피해 움직이는 위험천만한 훈련도 한다.
  4. 이외에도 고참병은 히틀러 청년단 소속(히틀러 유겐트였다가 국방군으로 편입된 병력인지 ss인지 구분이 불가능하다. 아는 사람은 추가바람) 병삳즐과 충돌하기까지 한다. 나중에 하사가 뜯어 말려서 싸움은 안났다.
  5. 이 부분에서 이질의 무서움을 처음으로 안 독자들이 많다.
  6. 당시 독소 양군 모두 이렇게 상대편에게 남겨진 부상병들을 가혹하게 대했는데 이렇게 남겨진 이들은 정말 상대방 지휘관이 신사이기만을 바라는수밖에 없었다. 아닐 경우엔...
  7.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도 게릴라는 테러리스트로 분류되어 현장에서 처형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8. 독일인부터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인, 전향한 소련인과 심지어 영국, 캐나다군 포로들까지 소련군에 대한 공포로 전부 항구로 모여들었다고.
  9. 다만 그가 실제 참전자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실제로 대독일 사단에 있었냐고 의문을 품은 것.
  10. 본인도 인정한 사항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회고록이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는 관계로 모든 회고록이 가지는 공통점인 문제이기도 하다.
  11. 유명한 블로거인 슈트름게슈쯔의 블로그에선 슈판다우포가 MG08이라고 썼지만 MG08은 이미 신형 화기에 밀려 후방부대나 2선급 부대가 사용했던 무기다. 저자가 속한 대독일 사단은 최정예인데, 이런 무기를 일선에서 굴린다는 점이 이상하지 않는가?
  12. 게다가 이 블로그는 잘못된 내용도 많아서 사진 보기라면 모를까 자료용으로 사용하기엔 무리다. 소련군의 SU-76 자주포를 페르디난트를 보고 만든 것이라 한다던가 사진은 SS인데 국방군이라하는 등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