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별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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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문 화백이 1977년에 <소년세계>지에 연재한 SF만화.

철인 캉타우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거대로봇물이다. 그런데 철인 캉타우가 리메이크되거나 혹은 애니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그래도 잊혀지고 않고 현재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인 반면에 이쪽은 좀 잊혀진 상태. 한국만화 역사에 독창적인 디자인을 가진 거대로봇물이 무척 드물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 하지만. 잊혀진 데는 이유가 있다. 이는 후술한다.

줄거리 : 태극호가 우주로 떠남. 태극호의 목적은 공해로 오염된 지구를 대체할 녹색별을 찾기 위한 것임. 그러나 우주는 상상을 초월하게 무서운 곳이었다...

1 등장인물

●공태호 박사 : 태극호의 유일한 인간. 동면중에 불행히도 운석을 맞아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수술을 받아 뇌만 남게 됨. (유일한 인간 캐릭터가 이 모양이다!)

●해모스 1호와 2호 : 공태호 박사를 돕는 로봇. 소년처럼 생겼고 본인이 직접 움직이지 못하는 공태호 박사를 대신하여 활동하는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보였는데, 왕킹에게 붙잡히고 전자두뇌가 바꿔쳐서 왕킹의 부하가 된다(...)

●철인 라이져 : 잠을 자고 있던 정체불명의 거대 로봇. 해모스1,2호가 긴 잠에서 깨웠다. 생긴 것은 캉타우처럼 완전 악당 로봇. 하지만 인공지능이 있고 마음씨가 좋아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계속 쫓아다니면서 태극호를 위험에서 구한다. 일단 주역 메카이긴 한데 도대체 누가 왜 만들었을까?

●왕킹 : 왕킹제국의 지배자. 태극호를 통해 지구의 존재를 알고 지구를 정복하려 함.

●타샤 : 녹색별의 생존자로 태극호의 친구가 됨. 일단은 히로인.

2 스토리의 난맥상

●주인공의 무능함 : 공태호, 해모스1,2호, 타샤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들은 왕킹을 쓰러뜨리는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 해모스1,2호는 왕킹의 부하가 되어 버리고, 공태호는 뇌뿐이고, 타샤는 아주 좋은 인질이다! 한 명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라이져가 있다. 라이져가 혼자서 왕킹제국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박살낸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라이져는 태극호가 잠에서 깨워줬다는 은혜가 있어 도와주고 있을 뿐 기본적으로 사건과는 관련도 없는 '지나가던 사람'이란 것이다. [1]

●라이져의 비밀 : 게다가 라이져는 왜 만들어졌고 왜 잠을 자고 있었는지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이 불명이다. 왜 계속 태극호를 쫓아다니면서 돕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에 그를 잠에 빠뜨린 것으로 보이는 '메칸 혹성'이라는 원수가 있는 모양인데, 메칸 혹성은 작중에 나오지도 않는다. 라이져가 한동안 안 보이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 아마 메칸 혹성을 파괴하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만이 가능하다.

●불친절한 리타이어 : 주인공이 너무 어이없이 죽어버린다. 해모스1,2호는 갑자기 악당의 부하가 되어 태극호와 라이져의 내부를 파괴하려다가 내부 방어 시스템에 의해 죽는다. 주인공이 스토리에 아무런 기여를 못 함(...) 타샤는 태극호가 블랙홀에 빠졌을 때 굶어죽는다(...)본격 히로인이 굶어죽는 만화 게다가 이들이 죽는 장면은 묘사도 전혀 없고 딱 한 컷씩만 나옴.

●황당한 결말 : 순전히 라이져의 덕이지만 어쨌든 왕킹제국을 무너뜨렸을 때만 하더라도 태극호의 사기는 높았다. 다시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별을 찾아보자고 공태호,해모스1호(한번 죽었지만 수리됨),타샤가 새로운 항해를 나선다. 이 만화를 끝내려면 차라리 이 지점에서 끝냈어야 했다. 그런데 블랙홀이 갑툭튀하더니 태극호를 삼켜버린다. 타샤는 굶어죽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 블랙홀을 빠져나오자 기가 꺾인 공태호가 '바닷고기가 강물에서 살 수 없듯이 지구인은 지구에서 살아야 해'하고 지구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난다.

3 결론

부조리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 스토리 전개가 모든 것을 망쳤다(...) 철인 캉타우만큼만 제대로 된 구성이 있었더라면 이 만화도 70년대 거대로봇만화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었다. 특히 라이져처럼 독특한 디자인의 거대로봇이 잊혀지고 만 것은 한국만화사에서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1. 왕킹의 명대사 : 저 수수께끼같은 라이져 철인은 나하고 무슨 원수가 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