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지구

Snowball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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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개요

현대로부터 24억~21억 년 전(기원전 24억년~기원전 21억년)에 해당하는 휴로니안(Huronian), 8억 5천만~6억 3천 5백만년(기원전 8억 5000만년~기원전 6억 3500만년) 전에 해당하는 크라이오제니안(Cryogenian)[2] 동안 지구 전체가 얼어 붙어 있었다는 가설.

2 역사

1964년, 적도 부근인데다 고도도 그리 높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3] 지층에서 빙하 퇴적물이 발견된다는 기이한 현상이 보고되었다. 학계는 당연히 이 발견을 의심했지만, 수 차례에 걸친 검증 끝에 빙하의 발달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저위도 지방이 얼어붙었을 정도였다면 사실상 지구 전체가 얼어붙어야 될 것이라는 추론이 '눈덩이 지구' 이론의 기반이 된다.[4]

3 환경

'눈덩이 지구'가 정확히 어떤 환경이었을지에 대한 추론 역시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단단한 눈덩이 지구'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모종의 이유로 빙하가 확장되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지구의 반사율도 늘어나며, 태양빛이 더 많이 반사됨에 따라 기온이 내려가고 그만큼 빙하가 확장되는 양의 되먹임 반응이 일어난다. 이 과정은 점점 가속하여 결과적으로 1km가 넘는 두께의 얼음이 활화산 정도를 제외한 지구 전역을 뒤덮는다. 당시의 평균 기온은 -50ºC, 고위도 지방은 -80~-110ºC. '눈덩이 지구'의 시작이다. '눈덩이 지구'는 대략 300만년 간 지속되었으며, 지표와 해수면이 전부 얼어붙어 이산화탄소의 침전이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화산 활동을 통해 유출된 이산화탄소는 꾸준히 대기중에 농축되어, 최종적으로는 현대의 350배에 이르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한 강력한 온실 효과에 의해 평균 기온은 영상 40도까지 치솟고, 얼음은 다시 빠르게 녹아내린다.

4 원인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빙하의 확장 원인으로 제시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휴로니안 빙하기 - 단세포생물인 남조류의 출현. 광합성을 하는 남조류는 대량의 산소를 방출하며, 처음에는 당시 바다에 녹아있던 철을 소비하여 산화철로 만들었지만, 철이 모두 소비된 이후에는 대기중으로 퍼져 당시 온실효과의 원인이던 대기 중의 메탄과 결합하여 그 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온실효과가 사라진 것.[5]

크라이오제니안 빙하기 - 규산염이 탄산염으로 바뀌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온실효과를 일으키던 이산화탄소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며 온실효과가 사라졌다고 한다. [6]

5 해동

화산활동에 의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뿌려지고, 얼어붙은 대양과 지면이 이것을 흡수하지 못했기에 점점 온실효과가 심해졌으며, 그것이 한계에 도달한 순간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해동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지구의 판 운동이 지속될 경우에만 가능한 방법이다. 판 운동이 멈추면 대륙 이동은 물론이고 화산활동도 멈추게 되며, 그러면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공급할 방법이 사라지므로 지구를 녹일 수가 없다!

6 다른 근거들

1. 을 포함하고 있는 지층이 빙하층과 연계되어 나타난다. 이는 긴 기간 동안 바다를 완전히 차단한 빙하기가 진행되면서 바닷속의 산소가 부족하게 되었음을 의미할 수 있다.

2. 해당 지층의 탄소 안정동위원소 값이 낮다. 이는 생명 활동이 감소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여겨진다.

6.1 반박

저위도 지방의 빙하라는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눈덩이 지구 이론이 아직 '가설'로만 남아있는 것은, 눈덩이 지구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다수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1. 탄소 안정동위원소 값이 낮은 것은 퇴적물이 속성작용을 받으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7]

2. 호주[8], 오만[9], 브라질[10] 지역의 고지자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빙은 단기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10만 년에서 100만 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3. 빙하기 동안에도 물의 순환[11], 빙하의 발달 및 해동, 기후 변동[12] 일어나고 있었다.

4. 넓은 면적에, 또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바다가 분명히 존재했으며[13] 다수의 대륙은 일부분만 빙하에 덮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14]

이 외에도 다수의 지질학적 / 고기후학적 증거들이 눈덩이 지구 이론을 부정하고 있다.

7 대안

눈덩이 지구 이론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증거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적도 부근에 빙하가 존재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설명하기 위한 대안 / 절충안이 존재한다.

1. 진창눈덩이 지구(Slushball Earth) / 눈덩이에 가까운 지구(Near-snowball Earth)[15]

해당 기간 동안 지구가 얼어붙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규모가 '단단한 눈덩이 지구'에 비해 덜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가설. 일부 바다 지역은 얼어붙지 않고 드러나 있었으며, 해빙 역시 한번의 큰 사건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가설.

2. HOLIST 가설[16]

높은 기울기, 저위도 빙하, 강한 계절차(High Obliquity, Low-latitude Ice, STrong seasonality)의 약자. 당시에는 지구의 기울기가 현대와 같은 23.5º가 아니라 60º 이상으로 큰 값이었으며, 때문에 저위도 지역에만 빙하가 발달한 것이라고 보는 가설. 지구의 기울기가 높아진 이유로는 생성에 관여한 대충돌설을 지목하고 있다. 지질학적 증거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지만 지구가 현대의 기울기로 변화할 수 있었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8 기타

일부 학자들은 이로 인해 생물의 진화가 촉진되었다고 보고 있다. 해빙 시 열수분출공 등을 통해 지구 안에서 나온 영양분이 잔뜩 쌓였고, 남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과도한 이산화탄소를 대량의 산소로 바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콜라겐 성분의 생성을 도와 세포와 세포가 더욱 잘 붙게하여, 생명체의 대형화에 일조하였다.[17]

어쨌든 다시 일어나면 인류는 물론,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들이 전멸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구 일부가 빙하로 뒤덮이는 정상적인(!) 빙하기라면 몰라도, 지구 전체가 얼음이 되는 수준의 빙하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태양은 계속 뜨거워지고 있으며,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기 때문에 저위도-고위도 지방의 열교환도 강해져 고위도 지방에서 빙하가 크게 발달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도 기나긴 지질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일단 많은 양의 탄소가 해양에 잠재되어 있고 식물이 꾸준히 지표면에 묻히면서 탄소를 가두게 되는데 사실 이건 먼 훗날 지구멸망의 단초를 제공하는 원인이 될 공산도 있다. 자세한 사항은 지구멸망 항목 참조.

2017년에 개봉예정인 도라에몽 극장판 노비타의 남극 카치코치 대모험이 이 이론에 기반한 작품이다.
  1. 사진의 지구는 현재의 대륙 모형을 띄고 있으나 가설의 대상인 시대는 휴로니안(기원전 24억년~기원전 21억년), 크라이오제니안(기원전 8억 5000만년~기원전 6억 3500만년)이므로 사진과는 전혀 다른 대륙 모형이었을 것이다.
  2. Cryo- 자체가 '추위'를 의미한다.
  3. 고도가 높으면 만년설 등의 빙하가 발달할 수 있다.
  4. Kirschvink, J.L., 1992. Late Proterozoic low-latitude global glaciation: the snowball Earth. In: Schopf, J.W., Klein, C. (Eds.), The Proterozoic Biosphere: A Multidisciplinary Study.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pp. 51–52.
  5. 참고문헌 추가바람.
  6. 참고문헌 추가바람.
  7. McKirdy, D.M., Gammon, P.R., Smith, H.D., Hayward, H.R., Sonter, S., 2005. Biogeochemistry of Neoproterozoic cap carbonates — a speculative hypothesis. Organic Geochemistry: hallenges for the 21st Century. 22nd International Meeting on Organic Geochemistry, Seville, Spain, September 2005, Abstracts, vol. 2, pp. 815–816.
  8. Li, Z.X., 2000a. New palaeomagnetic results from the ‘cap dolomite’ of the NeoproterozoicWalsh Tillite, northwestern Australia. Precambrian Research 100, 359–370.
  9. Kilner, B., Mac Niocaill, C., Brasier, M., 2005. Low-latitude glaciation in the Neoproterozoic of Oman. Geology 33, 413–416.
  10. Font, E., Trindade, R.I.F., Nédélec, A., 2005. Detrital remanent magnetization in haematite-bearing Neoproterozoic Puga cap dolostone, Amazon craton: a rock magnetic and SEM study. Geophysical Journal International 163, 491–500.
  11. McMechan, M.E., 2000. Vreeland diamictites — Neoproterozoic glaciogenic slope deposits, Rocky Mountains, northeast British Columbia. Bulletin of Canadian Petroleum Geology 48, 246–261.
  12. Rieu, R., Allen, P.A., 2006. Compositional and mineralogical changes associated with Neoproterozoic glacially influenced deposits, Huqf Supergroup, Oman. Snowball Earth 2006, Monte Verità, Ticino, Switzerland, 16–21 July 2006, p. 92.
  13. Williams, G.E., Schmidt, P.W., 2004. Neoproterozoic glaciation: reconciling low paleolatitudes and the geologic record. In: Jenkins, G.S., McMenamin, M.A.S., McKay, C.P., Sohl, L. (Eds.), The Extreme Proterozoic: Geology, Geochemistry and Climate. American Geophysical Union Geophysical Monograph, vol. 146, pp. 145–159.
  14. Rose, C.V., Prave, A.R., Benn, D.I., Calder, A., 2006. The Port Askaig Formation, Scotland: evidence for non-marine glaciation and dynamic ice sheet glacial processes during the Cryogenian. Snowball Earth 2006, Monte Verità, Ticino, Switzerland, 16–21 July 2006, 95.
  15. Crowley, T.J., Hyde, W.T., Peltier, W.R., 2001. CO2 levels required for deglaciation of a “Near-Snowball” Earth.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8, 283–286.
  16. Williams, G.E., 2008. Proterozoic (pre-Ediacaran) glaciation and the high obliquity, low-latitude ice, strong seasonality (HOLIST) hypothesis: Principles and tests. Earth-Science Reviews 87, 61–93.
  17. 22억 년 전의 지구동결이 끝난 후, 원핵생물은 진핵생물로 변했으며 산소 농도도 1% 정도로 증가했다. 6억 년 전의 지구동결이 끝난 후에는 산소농도가 20% 이상으로 증가, 콜라겐 형성에 필요한 산소가 충분해졌으며 이로 인해 다세포 생물이 등장, 현재 인간의 눈에 보일 정도로 대형화된 생물들이 나타난다. 참고문헌 추가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