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나라 얼음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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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판타지 소설. 출판사는 청어람. 전 5권 완결.

1 개요

이상혁의 전작인 데로드 앤 데블랑과 이 책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이상혁이란 작가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가 있다. 책 군데군데 복선이 들어가있고 묘사력도 훨씬 진보한 모습이다.

데로드 앤드 데블랑의 시대로부터 수백년이 흐른 시대, 데데2부 아르트레스에 나오는 '탈신성 프로젝트'에 의해서 마법이고 정령이고 뭐고 모두 잊어버린 시대.

마족들의 '탈신성 프로젝트'에 의해서 자연과학이 발달해서 지구로 치면 근대에 가까운 수준까지 문명을 쌓아 증기기관방직기 등이 존재한다[1].

이 세계에서는 왕과 귀족의 지배계층과 서민의 피지배계층 간의 대립이 극으로 치달은 상태이며, 곳곳에서 시민전쟁이 일어나거나 공화정이 들어서기도 하며, 왕정인 곳도 왕당파와 입헌파의 대립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에서도 그랬겠지만 여기의 귀족들은 입장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공통적으로 '백성 따위 어리석고 게을러서 우리들이 이끌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뿌리깊이 박혀있으며, 이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오셀루나마저도 동일하다. 정작 작중 등장하는 귀족들은 모두 평민 사기꾼인 오실룬에게 머리로나 화술로나 지식으로나 아무것도 이기지 못하지만.

데데2부인 아르트레스에서 이카르트를 살리려고 여행을 하는 아르페오네의 이야기에서 엔딩 즈음으로 추측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작가는 그때부터 이미 이 작품을 쓰려고 계획을 잡아둔 듯 하다.

2 스토리

1년 중 반 이상이 겨울인, 눈의 나라 르 에페.

막대한 돈이 난방비로 지출되며, 동사하는 이가 매년 몇십명씩 나오는 나라다. 십수년전 르 에페의 왕은 수도 근처의 탄광에 거대한 보일러를 만들고, 1m 굵기의 단열재 파이프를 이용해 여기서 뜨거운 물을 흘려보내서 수도를 덥히는 '왕실의 은혜'를 제작하고는 사적인 난방을 금지하고, 왕실의 은혜의 유지비인 열세(熱稅)를 받는다.

그러나 '왕궁 → 귀족 저택 → 부유층 거주지 → 하층민 거주지'의 순서로 도는 물은 당연히 서서히 식어서, 서민들에게는 찬물만 공급된다. 이 때문에 파이프에 손을 대어 열을 훔치는, 도열(盜熱)이 행해지는데, 하찮은 평민이 고귀한 왕실의 은혜에 손을 대는 도열 죄의 벌은 일가족 사형.

한날 한시에 태어나 귀족가의 영애와 하인의 자식 이라는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단 둘이 있을때는 친구로 지내던 오셀루나와 오실룬. 그런데 오실룬의 아버지가 도열의 죄를 저지르고 오실룬은 살기 위해 도주한다. 그리고 십년후 오실룬이 귀국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3 등장인물

  • 오실룬
주인공. 뜻은 얼음의 정령. 은발에 보라색 눈을 지녔으며 자세한 묘사는 없지만 필시 미남자로 추측됨. 마법이 모두 사라진 시대인데다가 비록 구식이지만 총이 보급된 세상이기에 무력은 전작 주인공들 중에서 최하. 10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불명.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싸움을 못하는 척 한 것으로 밝혀진다. 정식무술에서 더러운 뒷골목 싸움까지 웬만큼 통달한 사내. 작중 최강의 무력을 지닌 기사가 인정했으니 확실할 것이다.
  • 오셀루나
뜻은 눈의 정령. 백작가의 딸. 어릴때부터 폐병의 일종을 앓고 있지만 그 외에는 문제가 없는지 뛰어난 여검사다. 폐병이라는 핸디캡이 언제 드러나서 질지 모른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유일한 왕위계승권자인 공주의 호위 책임자로 지내다가 공주가 여왕으로 등극한 후, 여왕의 최측근이 되었다.

4 결말에 대한 평

적절한 개연성과 짜임새있는 스토리로 독자들을 작품의 막(幕)까지 이끌고가나 대부분의 독자들이 결말부분에서 큰 허무함을 느낀다. 사상이나 정치에 대한 열변의 중반을 뒤로하고, 주인공 오실룬과 오셀루나와의 관계에 100%의 초점을 두는채로 종막의 시작점을 울린다. 그러나 그들의 원동력이 된 꽃의 존재, 오셀루나의 불신, 오실룬의 희생……. 그것들이 어우러져야 할 종막. 안타깝게도 그러한 '사건'들이 얽히고 얽혀서 '일어났다'정도에서 그쳐버리고 밋밋한 엔딩을 맞이한다.

종장인 5권의 초반부를 읽을 때가되면 누구나 결말을 짐작하게되고 당연하고도 정석적인 결말이지만 충분히 감동을 이끌어낼수 있을거라 예상하게된다. 그도 그럴것이, 저자 이상혁이 5권까지 충분히 긴장감을 주며 팽팽하게 내용을 진행해 왔고, 그에 대해 결말에 기대를 거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이나, 어쩌면 독자를 너무 기대하게 만든 건지, 작가가 귀찮아 졌던 건지 스토리는 괜찮은데 전해지는건 없는 용두사미식 결말은 감동을 자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아쉬움을 전달한다.

다른 평가도 있는데 위기-절정부분에서 템포를 한껏 끌어올려서 독자를 긴장시켜 집중하게 만들었다가, 결말에서 한 번에 풀리는 순간 깊은 여운을 느끼는 독자들도 많다.
  1. 총이야 데로드 시점에서 이미 개발은 되 있었지만.... 하르마탄 시점까지는 명중률이 극악. 어느정도냐면, 벽에다 총을 고정시켜두고 세번을 쏘면 세번 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수준. 착탄군 형성은 고사하고, 수십~수백명이 모여서 화망을 뿌려 '맞을놈은 맞아라 아니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