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셋

DEAD SET

영국 E4에서 만들어진 좀비 드라마(2008). 총 5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묘사나 폭력성에서는 여느 좀비 영화 못지않다. 아니 더하면 더하다. 영국은 미국과 달리 총기 소유가 불법이기 때문에 기존 할리우드 좀비 영화 새벽의 저주같이 총기 액션 장면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사실 액션신보다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인간군상이 중요 볼거리. 마치 빅 브라더 쇼처럼 정말 여러 성격의 인간이 이런 극한상황에 놓일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스토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 브라더의 세트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빅 브라더' 프로그램의 자체 생존이 가능한 세트장에 출연자들을 가둬놓고 그 안에서 서로 치고받고 하는 모습을 세트장 여기저기에 설치된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중계하는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 당연히 외부와는 격리되어 있다. 기간을 정하고는 한 명씩 탈락자를 정한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탈락자 선출 때 감염폭발이 일어나고, 세트장 주변은 순식간에 생지옥이 된다. 세트장 안에서 채소도 기를 수 있고 자체 정수도 되며 어찌어찌 살아남을 수는 있긴 한데... 언제나 그렇지만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좀비보다 빅 브라더 쇼가 가지는 의미, 그리고 극한상황에 몰릴 때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일 때 일어나는 일에 좀 더 집중해 보는 것도 좋다.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에 많은 이들이 경악하였다. 다만 이 마지막 장면은 이미 30년전 이탈리아나 스페인 여러 좀비 영화에서 나온 구성이긴 하다.

여담이지만 빅 브라더라는 쇼는 1999년 네덜란드의 유료프로그램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빅 브라더 쇼는 영국, 호주 등 영미권으로 급속도로 전파되었고, 쇼의 컨셉은 물론 드라마와 같다.

사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드라마 내 출연자들 사이에서 인종차별, 인격비방, 성추행 등 각종 구설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지만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이 쇼를 아주 즐겁게 보고 있다. 속설에 따르면 출연자를 뽑을 때도 일부러 지저분한 싸움을 일으킬 조합을 만든다고 한다. 어쨌든 방송사 입장에서는 절대 그만둘 수 없는 프로그램.

그런 리얼리티 쇼를 비판하기 위해서인지 등장하는 인물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짜증스러운 타입이다. 주인공의 전 남자친구부터 생각이 없는 남성 출연진들,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여성들, 어그로 하나는 기가 막히게 끄는 PD까지. 그나마 활약하는 주인공 역시 믿음직하다기보다는 그냥 히스테리컬해서 뭔가 합리적인 등장인물이나 이야기 같은 걸 기대하고 보면 굉장히 짜증 난다.(...)

유일하게 빅 브라더 관련 인물 중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등장인물이 게이다. 친하게 지내던 흑인 여성이 좀비에게 물리자 다른 사람들은 손 놓고 있는데 혼자 치료를 하기 위해 약을 찾고, 약을 구하기 위해 일행이 떠난 뒤 그녀를 간호하다가 좀비가 되려 하자 죽이려 하나 죽이지도 못하고 물려버린다. 그럼에도 좀비가 된 그녀가 남아있던 출연진 두 명을 습격하려 하자 옷을 붙잡고 제지하려고 하였다.

작중 초반에 등장해 좀비가 돼 끈질기게 감독을 공격한 여자 진행자 다비나 맥콜은 영국판 빅 브라더 쇼의 실제 진행자이기도 하다.

리얼리티쇼와 시청자, 연출자, 출연진의 관계를 좀비물로 비유하고, 비틀어서 표현한 것이 볼거리이다.
대표적인 장면은 좀비들이 출연진을 에워싸고 환호하는 것처럼 손을 뻗어 잡아먹는 장면으로, 마치 팬들이 촬영장이나 공항에서 유명인을 대하는 것 같다.

네이버의 한 댓글 조플린은 멍청해서 문을 연 게 아닙니다. 일부러 연 겁니다. 찌질한 성격으로 많이 놀림을 당하고 마지막에 패트릭이 조플린의 동료에 대한 분노를 자극했습니다. 팀에 대한 소외감, 자기를 인간 이하로 대우하는 동료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문을 여는 자폭행위로 이어졌던 것이죠. 조플린이 문을 열지 마라는 패트릭의 말을 무시한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2화 인가 3화에서 인간은 저것들보다 영리하기 때문에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켈리의 말이 교차됩니다. 인간은 영리할 지 모르나 때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