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74~1975년 간 있었던 초유의 언론탄압 사건. 흔히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라고도 불린다. 계약된 광고들이 모조리 해약되어 광고면이 백지로 나간 사건.
2 내용
1974년 겨울부터 동아일보의 광고면이 하나 둘씩 비워지기 시작했다. 당시 광고는 예약제였기에 미리 동판을 만들고 강판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예약한 광고주들이 돌연 광고를 철회했기 때문. 당시 유력 일간지였던 동아일보는 일주일 치 분량의 광고를 예약받는 환경이었는데, 순식간에 일주일 치 광고가 빠지면서 그 자리를 급히 채울 여건이 안된 것이다. 채우려면 동판을 다시 제작하고, 광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
원인은 자세히 밝혀진 게 없지만 유신정권의 사주라는 것이 중론. 당시 자유언론의 기치를 성실히 수행했던 동아일보는 유신정권에게는 눈엣가시였던 존재인 모양이다. 당시 광고주였던 기업들에게 은근슬쩍 압력을 넣어 광고를 해약하라고 한 후, 모조리 광고가 빠져나간 것이다. 광고수입으로 벌어먹고 사는 신문사에게는 타격도 그냥 타격이 아닌 셈.
얼마간은 백지로 광고면을 보냈다. 하지만 동아일보 독자들이 자신의 사비를 털어 빈 광고면에 작은 개인광고를 넣기 시작했다. 보통 신문 한 면을 다섯 단으로 쪼개는데, 전면광고가 없던 당시에는 아랫단의 5단 광고가 가장 큰 광고였다. 통째로 빈 이 공간을 쪼개고 쪼개 한줄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크기로 독자들이 광고를 낸 것. 다수 공모자들의 투자를 받는 펀드와 비슷한 개념이다.
75년 새해가 밝고 빈 지면들은 대다수 시민들의 자비광고로 채워졌다. 정권의 의도와는 다르게 다시 광고면이 채워진 셈. 당시엔 고교생부터 노인까지 많은 시민들이 광고를 접수했다. 성원에 힘입어 상반기 말에 들어서는 광고 예약이 원궤도에 올랐다.
3 이후
광고해약사태는 정상궤도로 오르는 듯 했으나 내분은 끊이지 않았다. 75년 3월 동아일보 경영진은 일부 부서 폐지와 함께 기자를 해고했다. 경비를 절감한다는 목적. 일부 기자들은 과도적인 필체로 동아일보 편집방침과 다르다는 이유로 해직되었다. 광고해약사태로 충격을 먹은 경영진이 정권 편에 든다고 항의하는 기자들이 제발로 대거 나가기도 했다. 이당시 나갔던 사람이 송건호 편집국장. 후에 이들은 만리재에 모여 의를 맺으니... 그것이 바로 한겨레신문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