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점

1 개요

라그랑주 점(點) 주점(酒店)이 아니다!
Lagrangian point
수학자, 천문학자인 조제프 라그랑주(Joseph Louis Lagrange)가 발견한 지이라는 뜻.

라그랑주점은 두 개의 천체 주변에서 중력적으로 안정적인 지점을 말한다. 삼체문제의 특별한 경우로, 삼체문제는 일반해가 없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으며, 라그랑주점과 같은 특수해만이 발견될 뿐이다. 세 물체의 상호작용에 관한 일반해가 없다는 증명은 훗날 카오스 이론의 모태가 된다.

'중력적으로 안정적이다'는 것은, 질량이 커다란 물체 M1과 그 물체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질량의 물체 M2가 있을 경우, M1과 M2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질량을 가진 M3가 M1과 M2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태양과 지구가 있을 때, 태양과 지구에 비해서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물체가 태양과 지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위치라는 이야기다. 물론 지구와 달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우주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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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점은 다섯 곳이 존재한다.

2.1 직선상의 라그랑주점

태양과 지구를 예로 들 경우, 태양과 지구를 이은 직선상에 위치하는 라그랑주점으로 L1, L2, L3이 있다.

L1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존재하며, L2는 지구의 태양 반대편에 존재하고, L3은 태양의 지구 반대편에 존재한다.

원래 L1과 L2의 경우, 지구보다 공전궤도 반지름이 작거나 크기 때문에 공전주기도 달라진다. 공전궤도 반지름이 작아지면 공전주기도 짧아지며, 반지름이 길어지면 공전주기도 길어진다. 지구보다 금성의 공전주기가 짧고 화성의 공전주기가 긴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L1, L2는 지구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지구의 중력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L1은 원래 지구보다 빠르게 공전하게 되지만 지구가 뒤로 잡아당겨 공전속도가 느려지게 되며, L2는 원래 지구보다 느리게 공전하게 되지만 지구가 앞으로 잡아당겨 공전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고로 L1과 L2는 지구보다 태양에 가깝거나 먼 궤도를 돌면서도 지구와 같은 주기로 공전하게 된다.

L3은 지구 정반대편에 있으며, 공전궤도 반지름은 지구보다 조금 더 크다. L2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지구보다 더 느린 속도로 공전하게 되지만, 태양과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속도가 빨라져 지구와 같은 주기로 공전하게 된다.

이 지점들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원래 위치에서 M1-M2를 이은 선의 수직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면 M1과 M2의 중력에 의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M1이나 M2 중 하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면 원래의 위치에서 벗어나게 된다.

2.2 비직선상의 라그랑주점

태양과 지구의 직선상에 있지 않은 라그랑주점으로는 L4, L5가 있다.

L4와 L5는 트로이점이라고도 하는데, 이건 태양-목성의 L4, L5에 위치한 트로이 소행성군[1][2]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위치들은 M1과 M2를 이은 선을 밑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의 꼭지점에 위치하는데, 원리는 L1, L2, L3과 마찬가지로 M1과 M2의 중력에 의해 이리저리 잡아당겨지면서 한 곳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천체 문제에서 완전한 정다각형이 등장하는 일이 드물기에, M1이 M2보다 훨씬 무거운 리밋에서 정삼각형이 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계산을 해 보면 두 천체의 질량비에 전혀 무관하게 언제나 정삼각형의 꼭지점 위치에 L4, L5가 있게 된다.

L4와 L5는 L1, L2, L3보다 안정적인데, 이거 M2에 지나치에 가까이 있지 않으면서도 M2와 같은 궤도를 돌기 때문이다. 이 경우, M1과 M2의 질량비가 24.96:1보다 큰 이상(그러니까 M2가 M1에 비해 작으면 작을수록),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도 코리올리 효과에 의해 원래 위치로 되돌아게가게 된다.[3]

물론 M2가 너무 작아서 M3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가 안되면 이러한 안정성은 깨지고, M3의 위치는 변하다가 결국 M2와 충돌하거나 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이 형성되었다고 추정되고있다. 태양-지구의 L4 지점에 작은 천체들이 몰렸고, 처음에는 안정적으로 그 자리에 있다가 점점 자라면서 더이상 지구에 비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여, 결국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지구에 충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달의 여러가지 특성(행성 대비 지나치게 큰 크기, 크기에 비해 낮은 밀도 등등)을 설명하므로 정설로 취급받고 있다.

3 용도

라그랑주점은 우주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SF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요소다.

L1은 태양-지구에서 태양 관측 위성이 위치하기에 좋아서 많은 위성이 돌고 있다. 현역으로는 SOHO가 대표적. 지구-달에서 L1은 최소한의 델타-V로 지구와 달을 왕복할 수 있어 우주 정거장이나 스페이스 콜로니를 설치하기에 적절하다. 또한 지구-달에서 L1은 지구와 달 사이에 끼어 있는 지라 지구와 달 양쪽 모두와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놓여 있고(엄밀히 말하면 지구보다는 달 쪽에 더 가깝긴 하다), 따라서 지구와 달을 연결하는 중계지점으로서 적합한 위치에 있는 편이다(또한 달로부터 채굴한 각종 자원을 공급받기도 편리한 위치이기도 하다.). NASA는 지구 자기장 연구 미션인 THEMIS 미션에서 발사된 다섯 위성 중 두 대를 달 자기장 연구용 ARTEMIS 미션으로 떼어내느라 지구-달의 L1 및 L2에다 리사쥬 궤도[4]를 돌려버리다가 달 궤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L1 및 L2는 다른 궤도로 옮겨가기 전 좋은 타이밍을 기다리며 가져다놓는 일종의 주차 궤도 용도로도 이용된다.

L2는 태양-지구에서 항상 지구의 그늘에 위치하기 때문에, 우주 망원경을 설치하기에 적절하다. 여기 근처에다 갖다놓으려고 난리부르스를 떨고 있는 물건이 바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지구-달에서 L2는 달 뒷면에 설치할 통신위성의 위치로 적합하며, 우주 정거장이나 스페이스 콜로니를 설치하기에도 적절하다. 또한 지구-달에서 L2는 지구에서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시에 달과는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는 편이며(그렇기에 L1이 그러했듯이 달로부터 채굴한 각종 자원을 공급받기 편리한 위치이기도 하다.), 더불어 지구·달을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특히 화성이나 목성 등의 외행성들)이나 소행성들(특히 소행성대의 소행성들)과 연결하는 중계지점으로서 적합한 위치이기도 하다.

L3는 태양-지구에서 태양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위치라 제2의 지구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설정이 SF에서 사용되곤 한다. 물론 실제로는 지구의 공전궤도가 약간 타원형이라 종종 L3위치에 있어야할 천체가 보이곤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고, L3위치에 존재하는 천체에 의한 중력적 효과도 관측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직접 탐사선을 보내보아도 100km보다 큰 물체는 발견하지 못했다. 탐사선의 한계로 100km 이하의 물체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게 있더라도 제2의 지구와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라그랑주점은 M1과 M2에 대해 질량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인 M3에 적용되는거라, L3지점에 제2의 지구가 있었더라도 이미 중력적으로 불안정하여 다른 위치로 튕겨나가거나 지구와 충돌했을 것이다. 물론 중력적으로 안정된 위치인건 같으므로, 태양계 단위로 활동하는 문명이라면 이 위치에 대형 우주 정거장을 설치하여 사용할 수가 있다. 또한 지구-달에서는 우주 정거장이나 스페이스 콜로니를 설치하기에 적절하다.

L4와 L5는 가장 안정적이라, 태양-지구든 지구-달이든 항구적인 우주 정거장스페이스 콜로니의 건설에 가장 적절한 위치이다. 중력적으로 가장 안정된 위치들이기 때문에 L1·L2·L3에 비해서 보다 많은 수의 우주 정거장과 스페이스 콜로니를 건설할 수 있다. 또한 우주 정거장이나 스페이스 콜로니 등으로 대표되는 인공천체는 안정적으로 위치할 수 있지만 반면 자연천체는 중력적인 불안정함으로 인해 위치하기 어려운 L1·L2·L3과는 달리, L4·L5에서는 자연천체 역시 안정적으로 위치할 수 있기도 하다.
  1. 나아가 다른 행성들의 L4, L5에 있는 소행성들의 통칭으로 확장 되었으나, 금성, 지구, 천왕성은 각각 꼴랑 하나밖에 없고, 화성이 7개, 해왕성이 18개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목성의 트로이 소행성군의 총수는 6천개가 넘는다.
  2. 앞서가는 L4를 그리스군(Greek), 뒤따라오는 L5를 트로이군(Trojan)이라고 세분해서 칭하기도 한다.
  3. L4 (M2의 진행방향 앞의 지점)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L4보다 약간 더 앞에 있으면 M2에 의해 당겨지고, L4보다 약간 더 뒤에 있으면 M1에 의해 당겨져서 원위치로 되돌아가게 된다. M1~3과는 달리 모든 방향으로 안정된 궤도인 것.
  4. Lissajous Orbit. 라그랑주점을 공전하는 궤도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게 예정되어 있는 헤일로 궤도가 리사쥬 궤도의 특수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