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노타입

Linotype

1 Mergenthaler Linotype GmbH

라이노타입 유한회사. 라이노타입 조판기를 제작, 판매했었던 회사. 현재는 디지털 폰트 관련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07년, 100년간의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모노타입 이미징 홀딩스 사에 합병되었다.

2 Linotype machine

공밀레의 극치를 느낄 수 있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조판기. '뜨거운 조판' 방식의 대표자. 독일 출신 시계공의 아들 오트마 머겐탈러에 의하여 발명되었다. 라이노타입이 개발되기 전에는 모든 활자를 식자공들이 하나하나 집어 캐스터라는 곳에 한줄 한줄씩 채워넣어, 그것으로 조판을 하고 있었다.[1] 산업화로 지식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면서 책도 그만큼 많은 수요가 늘어났지만,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었고 식자공의 노동도 조그만 활자들을 하나하나 끼워맞추는 고된 일이었기 때문에 19세기 중후반에 들어 자동식자기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들이 등장하게 된다.

라이노타입은 머겐탈러가 밑바닥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고, 어떤 자동식자기 프로토타입 같은 것을 머겐탈러에게 가져온 발명가의 물건을 보고, 시계공의 아들이었고 정밀기계에 능통했던 머겐탈러가 '내가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겠군!' 하는 생각에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머겐탈러의 발명품은 상당한 가능성이 있었기에 후원들이 잇따랐지만 개발이 서서히 늦어지면서 개발 후반기에는 후원도 끊기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1884년 라이노타입 머신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아쉽게도 그는 라이노타입이 세상에 널리 퍼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악화된 건강으로 45세라는 짧은 나이에 사망한다.

라이노타입의 원리는 너무나 복잡해서, 현재 사진식자를 거쳐 디지털 인쇄로 넘어간 시점에 그 자세한 원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간단하게 원리를 설명하자면 컴퓨터 키보드처럼 기계 앞에 자판이 있고, 이 자판의 자모를 두드릴 때마다 그 자모에 맞는 열쇠구멍같은 각각의 패턴들이 각인된 활자 자모의 주조틀을 인식하여 활자틀을 한 줄에 끼워 맞추고, 한 줄이 다 쳐지면 납물이 들어가 한 줄의 틀이 완성되고 굳혀져 아래로 떨어진다. 라이노타입이라는 이름에서 눈치챘을 지 모르겠지만, 'Line-of-type'라는 이름이 그 기원. 반면, 비슷한 시기에 발명된 모노타입(mono-type)은 타이핑을 하면 독립된 한자 한자씩 떨어져 나오는 개념이라는 점이 약간 다르다.

조판작업 도중 오타가 발생할 경우에는, 오타가 생긴 줄을 아무렇게나 글자를 쳐서[2] 채운 뒤 다음 줄에 제대로 된 내용을 써넣고, 나중에 인쇄하기 전에 이 실수한 줄의 활자만 버리곤 했다.

라이노타입 머신은 조판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식자공들의 노동을 줄일 수 있었다. 좋게 말하자면 그렇고 다른말로 하면 일감 빼앗는 거지만(...) 당연히 라이노타입과 같은 자동조판은 수동조판을 밀어내게 되었고 20세기 중반에 가면 서구권에서 수동조판을 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인터페이스와 기계구조의 발전 등 계속적으로 조판 속도는 올라갔지만 결국 훨씬 저렴한 유지비와 속도를 자랑하는 사진식자와 디지털 프린팅 등이 등장하면서 라이노타입의 시대도 20세기 후반에는 저문다.
  1. 즉 구텐베르크가 프레스 인쇄술을 발명했을 때와 전혀 큰 차이가 없었다.
  2. 주로 ETAOIN SHRDLU('에테이어인 슈러들루'라고 읽는다)라는 글귀가 많이 쓰였다. 라이노타입 자판 왼쪽 세로줄만 차례대로 죽 친 것. 라이노타입판 asdf 사실 이건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12글자다. 원래 라이노타입 자판이 알파벳의 사용 빈도 순대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