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키엘 드 에델가르드

레디메이드 퀸의 등장인물. 에델가르드 공작. 작중 세계관에서 에델가르드 가문은 유일한 공작 가문으로, 대대로 황실과 혼맥으로 이어져 있는 최고의 명문가이다. 황후 파사칼리아의 오빠인 클라우스 드 에델가르드, 즉 선대 에델가르드 공작의 아들로 비올레타와 미하일에게는 외사촌이 된다. 또한 비올레타가 백치임이 밝혀져 유폐되면서 유야무야 되긴 했지만 진짜 비올레타의 약혼자이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사촌이자 황태자인 미하일과 형제처럼 자랐으며, 고모인 황후 파사칼리아와도 사이가 돈독했다. 아버지와 미하일이 의문의 사고를 당해 사망하면서, 외동아들인 그가 젊은 나이에 공위를 물려받은 것으로 나온다. 형제처럼 자란 사촌 미하일과 아버지를 잃고 그 죽음이 외척인 에델가르드를 견제하기 위해 미하일의 아버지이자 황제인 루드비히의 방조 아래 이루어진 것임을 알고 속으로 칼을 갈기 시작한다.

젊은 나이임에도 머리가 비상하고 계략에 능한 인물이다.아버지와 미하일의 죽음이 정적인 카디링거 가문에 의한 암살이라는 정황증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 죽음이 결정적 한 수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사실을 덮을 정도로 냉정한 성품이기도 하다. 애초의 계획은 비올레타를 데려와 기존 계승 구도만 흩뜨려 놓으려는 것이었다. 비올레타가 백치이긴 하지만 어쨌든 핏줄로는 적통 황녀이므로. 그러기 위해 비올레타가 갇혀있는 유궁에 불을 지르고 비올레타를 탈출시키러 갔으나, 비올레타는 암살당하고 시녀인 에비가일만이 살아남은 것을 보고 계획을 수정한다. 그것은 죽은 비올레타와 에비가일을 바꿔치기하여 에비가일을 황녀로, 최종적으로는 여제로 만들고 자신은 그녀와 결혼하여 여제의 부군인 대공이 된다는 것.

처음에는 자신의 복수에 에비가일을 철저히 이용하려는 의도였지만, 점차 에비가일을 사랑하게 된다. [1]작품 내에서 시종일관 냉정을 잃지 않는 모습이지만, 종종 자신의 절박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한다.

에비가일이 여제가 된 이후에 그녀와 결혼하여 황태자 미하일(라키엘의 사촌인 황태자 미하일의 이름을 땄다.), 2황녀 아델라, 3황자 프리드리히를 얻지만 에비가일이 33살 되던 해에, 병이 들어 고통을 견디지 못한 그녀가 차라리 죽고 싶다고 애원하자 그 애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녀가 마실 와인에 독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에비가일이 죽은 후 섭정이 되어 아들 미하일을 보좌하고, 미하일이 제 스스로 통치하게 된 후엔 섭정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추밀원의 수장이자 재상부의 실세로 최고의 권력자로서 자타공인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 바라던대로 야망을 이뤘고 일찍 사별하긴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했으며 자식들과의 사이도 돈독하기 이를 데 없어서 남들이 볼 땐 행복하기 그지없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봄이 되면 에비가일의 초상화 앞에 라일락 꽃[2]을 가득 가져다두곤 하며, 그 앞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에비가일이 죽은 건 병 때문이었지만 궁극적으로 그 병의 원인이 다른 사람으로서 삶도 죽음도 제 것이 아니라는 절망과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이 진짜 비올레타의 것을 빼앗은 것이라는 자책, 황제가 되기까지 희생시킨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 언젠가 거짓이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었고 그녀를 그 모든 감정을 느끼도록 황녀 비올레타의 대역으로 만든 건 라키엘 본인이었기 때문에 평생 마음 한켠에 고통을 느끼며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로서도 다른 방법이 없긴 했지만...

젊은 날의 자신과 성격이나 지향점 등이 꼭 닮은 콘라드 로드리고(칼 로드리고의 아들)와 결혼하겠다고 조르는 딸 아델라에게 욕심 많은 놈은 그 마음대로만 세상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결국 주변사람까지도 괴롭히고야 만다며 "네가 그놈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그놈이 네 아비와 같은 종자기 때문이다.", "그놈과 혼인하면 넌 네 어머니처럼 고생하며 살 거다."라고 회한 섞어 말하기도. 그나마 어머니는 행복하게 살았다고 확신을 담은 아델라의 말에 에비가일이 불안 속에서도 자신과 함께했던 나날들을 행복해했다는 걸 깨닫고 위안을 얻는다.
  1. 언제부터 라키엘이 에비가일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나오지 않고, 그 전까지는 대외적인 약혼자이긴 해도 별다른 감정의 흐름이나 계기가 없었기 때문에 에비가일이 다른 남자(이카르트 드 베론)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키스한 후 갑자기 연인처럼 굴기 시작한 걸 보고 그런 라키엘의 모습이 뜬금없어 보인다고 비판하는 독자도 있다. 작가 블로그의 후기에 따르면 라키엘이 그녀에게 처음 반한 시점은 정작 소설 초반부, 에비가일이 처음 우는 모습을 봤을 때... 작가 본인도 하필 우는 모습에 반하다니 좀 변태 같다고 평했다.
  2. 에비가일이 생전에 죽는다면 봄에 죽고 싶다며 라일락꽃 피는 계절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때 그녀는 몰락귀족으로 전락하기 전 어린시절을 보냈던 라일락꽃 가득한 핀스치 성의 정원을 떠올렸다. 라키엘은 그 말 평생 기억할 테니 다시는 자신 앞에서 그런 목소리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말하며 자신은 오래 살 것이니 너도 오래 살라고 당부했다. 결국 이 소원은 하나도 이루어지 못했다. 에비가일이 죽은 계절은 봄이 아니었으며 라키엘은 형제 같은 사촌과 아버지, 고모를 잃은 데 이어 아내인 에비가일과도 너무나 이르게 사별하고 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