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수표

1 수표

1.1 일반적인 의미

말 그대로 수표에 지급자 서명만 써있고 금액이 써있지 않은 수표의 총칭.

액수는 자기 맘대로 정할 수가 있다. 그리고 당연히, 발급한 사람은 쓰는 사람이 얼마를 적든지 내줘야 한다.[1] 보통 한국에서 이런 일은 거의 없고 미국과 같은 외국에서 많이 볼 수가 있다. 특히 영화나 만화에서 흔히 나온다.

허나, 저 백지 수표를 받으려면, 그만큼 자기가 무능하지 않아야 한다. 보통 그 회사에서 엄청나게 유능한 엘리트나, 회사 발전에 지대한 공을 키웠다거나, 뭐 하여튼 보통 백지수표 받는 사람은 거의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예전에 정통부 장관이었던 진대제가 미국 IBM에서 근무했을 당시, 1998년에 외환위기가 발생해, 한국으로 돌아가려 하자, IBM측은 가지 말라는 조건으로 백지수표를 주었다고 하였지만, 거절하였다고 한다.그 돈 받아서 한국으로 송금하면 됐잖아 백지수표를 받은 것으로 잘 알려진 사람으로 광고 음향효과 분야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김벌래씨가 있다. 펩시콜라의 병 따는 효과음[2]을 만들고 백지 수표를 받았다고. 집 사려고 100만원(1960년대 말이란 걸 생각하면 적은 돈은 아니지만)[3] 을 적었다는 후문이...

한국의 경우에는 백지수표는 사실상 없다. 개인당좌수표 발급은 가능하나, 일부 은행을 제외한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속어음당좌수표가 백지수표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약속어음의 경우 사실상 종이쪼가리나 다름이 없는데, 자세한 사항은 어음항목을 참조하자.

한편, 당좌수표는 지급자가 계좌에 돈을 집어넣고, 그 계좌 안에 있는 돈을 빼서 가져가라고 하는 수표이다. 백지수표도 여기에 근접하다고 볼 수가 있다. 물론 계좌 안에 돈이 없으면, 돈을 받을 수가 없다. 당연히(?) 이 경우에도, 예금주는 부도처리된다. 경제신문이나 신문의 경제란에 '당좌거래정지' 하는 칸이 있다. 즉 여기 실린 사람의 당좌수표는 꽝이라는 것. 그리고 형사처벌로 끝나게 된다. 수표법에서 직접적으로 부도수표의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실제 백지수표를 손에 넣었더라도, 수표를 발행한 사람의 경제적 신용도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따져서 적절한 금액을 적어서 쓰던지, 아니면 현금 같은 다른 것으로 바꾸는 편이 낫다. 게다가 법적으로도 수표 발행인의 지급 의무를 10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받자마자 사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그래서 의외로 사용하기 까다롭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여담으로 외국인들이 백지수표를 주는것은 고도의 협상전략이다. 보통

  1. 구매자가 시장가격을 잘 모를 때,
  2. 판매자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을 때 (특히 예술가, 나이가 젊고 경험이 적지만 자부심은 높은 사람들),
  3. 판매자가 이런 금액을 언급하는것을 부끄러워하는 문화권인 경우(특히 한국, 중국)

등에게 이런 전략을 쓴다. 이런 경우 체면을 따지다가 제대로 된 가격을 부르지 못하는 것, 회사에선 구매 예상가보다 오히려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되려 상대를 인정해주는 척 하면서 가격을 스스로 낮추도록 유도하는 것 이다. 그리고 결제 계좌에는 회사가 예상하느 가격정도만 넣어두는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예상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부르면? 그 때 다시 협상하는 것이다. 상술했듯이 계좌를 초과되는 금액을 수표에 적어도, 수표발행 수수료만 몇달라 물 뿐이지, 그 회사가 부도나는 일은 없다.

비슷한(?) 물건으로 백지위임장이 있다.

1.2 법률적인 의미

위의 설명은 사람들이 백지수표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거나 생각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법률적인 의미의 백지수표는 약간 다르다.

수표를 유효하게 발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써야 하는 요소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위에서 언급되는 발행액 이외에도 지급인, 발행일, 발행지 등이 있다(수표법 제1조). 법률적 의미의 백지수표란 위 요소들 가운데 하나 또는 그 이상을 기재하지 않고 발행하고, 발행상대방에게 그 백지로 발행된 부분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수표를 말한다.

백지인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권한을 백지보충권이라고 하는데, 이는 발행인이 허락, 위임한 범위 내에서 행사하여야 한다. 따라서 부여된 보충권을 넘어서 임의로 보충한 부분은 무효이다. 예를 들어 500만원 한도에서 보충할 권한을 부여하고 금액을 백지로 발행하였는데 700만원으로 보충하였다면 500만원을 초과하는 200만원 부분은 무효이다.

물론 보충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정하지 않는다면 위에서 설명하고 있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백지수표도 가능할 것이다.

수표는 발행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지급인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물론 수표소지인이 행사할 수 있는 다른 권리가 있기는 하다).

2 미국 영화

원제는 Blank Check.

프레스톤 워터스라는 11살짜리 소년이 퀴글리라는 탈주범의 자동차에 자전거가 깔리고 만다. 퀴글리는 배상을 해주겠다며 개인발행 수표책을 꺼내 서명을 하고, 지급액수를 적으려는 순간 갑자기 경찰이 와서 도망간다.

그렇게 지급액수가 적히지 않은 수표를 손에 넣은 프레스톤은 수표에 백만달러를 적는다.(...) 개초딩이 요기있네? 그런데 사실 범죄자인 퀴글리가 은행지점장에게 "내일 백만달러를 받을 사람을 보내겠다" 라고 해둔지라, 은행은 별 의심 없이 현찰로 백만달러를 지불한다. 나중에 진짜 퀴글리의 심부름꾼이 도착해서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범죄자에게 백만달러를 강탈한 개초딩을 찾아 헤멘다.

한편 프레스톤은 TTS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부동산 회사에 전화를 해서 '매킨토시'라는 가공의 명의로 저택을 구입하고, 자신이 그 대리인이 되어 초딩이 생각할법한 방법으로 돈을 펑펑 쓰고 다닌지라 매킨토시 씨는 지역의 명사가 된다.

그러나 백만달러라는 돈이 초딩이 생각한 것 만큼 큰 액수는 아니였던지라, 퀴글리가 프레스톤을 붙잡았을 때는 이미 오링 난 상황이였다. 열받은 퀴글리는 프레스톤을 죽이려고 하지만, 이미 지역 명사가 된 매킨토시 씨의 이름을 자신이 사용해서 신분세탁을 할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찾아온 공무원들에게 "내가 매킨토시요" 라고 하고, 그 자리에서 돈세탁 혐의로 체포.(…) 아니 경찰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돈은 쟤가 쓰고 내가 체포라니?

  1. 미국의 경우 계좌잔고 안에서만 해당된다. 개인수표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나 편리성을 이유로 백지수표를 쓰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은데 이때 받은 사람은 얼마를 찾을건지 통보해주고 주인이 액수를 준비 할 수 있게끔 하는게 보통이다. 금액이 계좌잔고를 초과하는경우 우리나라처럼 신문에 이름이 오르고 집에 빨간딱지가 붙는 등 가정이 무너지는게 아니라 $10-20남짓의 부도수표 수수료만 내고 그 수표는 무효가 된다
  2. 콘돔을 최대한 부풀린 뒤 담뱃불로 지져 내는 소리였다.
  3. 당시 집 한채 가격이 100만원이라 100만원을 적으려다가 잠깐 생각하고 98만5천원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빠진 돈 1만5천원은 당시 김벌래씨가 가진 현금이 그만큼 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