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생물학)

1 개요

DNA의 복제를 설명한다.

Replication. 복제 방법이 참으로 독특한데, 이중 나선이 지퍼처럼 '풀린' 후, 반대편 지퍼를 만들어 붙인다.(반 보존적 복제라고 칭한다). 이런 복제 방법은 한 쪽에 이상이 생겨도 반대쪽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꽤나 안전한 복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2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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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순서는 다음과 같다.

2.1 가닥의 풀림

DNA에 '헬리케이스(Helicase)'라는 효소가 붙는다. 이 헬리케이스라는 효소는 DNA의 5'이나 3'중 하나에 붙어 마치 지퍼를 풀어 당기 듯 염기쌍을 미친 듯이 풀어내기 시작한다. 푸린 및 피리미딘 염기쌍의 수소결합이 풀리며, DNA는 두 가닥이 된다. 이 틈을 타서 갈라진 부분에 '단일사슬 결합 단백질(Single-Strand Binding Protein)'이 붙어서 풀린 DNA가 다시 붙는 것을 막는다. 여기서 3' 사슬을 선도 가닥(Leading strand)이라 부르고, 5' 사슬을 지연 가닥(Lagging strand)이라 칭한다.

2.2 RNA 프라이머 결합

선도 가닥은 3'에 RNA 프라이메이스(RNA primase)가 RNA primer를 붙인다.

지연가닥은 그림처럼 프라이머(그림에서 빨간색)가 덕지덕지 붙는다. 그리고 각 프라이머마다 'DNA중합효소III'가 또 붙는다.

2.3 DNA 신장

RNA 프라이머가 붙은 자리에 'DNA중합효소III'가 붙는다(참고로 DNA 복제에선 효소가 움직이지 않고 DNA가 움직인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염기를 이어 붙이면서 복제한다. 복제되는 사슬은 5' → 3' 방향으로 자라난다(5' 염기에 다른 염기가 달라붙어 3' 쪽으로 사슬이 길어진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선도 가닥의 방향성은 5' → 3'이므로 그냥 계속 이어 붙이면 끝이지만, 문제는 3' → 5' 방향으로 자라야 하는 지연 가닥이다. DNA 가닥 복제는 5' → 3' 방향인데 이놈은 방향이 반대라서 특이한 방법을 사용해 복제한다. 아래에 그 방법을 소개한다.

위처럼 지연가닥의 곳곳에 RNA 프라이머가 붙는다. 그 다음 'DNA중합효소I'이 RNA 프라이머로 DNA를 복제해 붙인다. 최종 마무리로 DNA 리게이스(Ligase)라는 효소가 덕지덕지 복제된 DNA 조각(오카자키 절편 Okazaki fragment)의 틈을 메워주는 것으로 DNA 전체가 복제될 때까지 이 모든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선도가닥보다 합성과정이 복잡하기에 지연가닥 쪽은 선도가닥보다 복제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DNA 복제는 어떻게 두 가닥이 동시에 시작해서 동시에 끝나는가 하면, 간단하다. 지연가닥 쪽엔 DNA 합성효소 두개가 달라붙어 복제를 진행하기 때문에 선도가닥과 속도를 맞출 수 있다 .(위 그림에는 나타나지 않음)

2.4 초나선(Super helix)

또 문제가 하나 있다면, DNA가 주욱 풀리는 과정에서 뒤쪽 DNA는 점점 더 꼬이게 되는데(꼬인 두 가닥의 실을 양 가닥을 잡고 좍 벌려보시라.) 이것을 양성 초나선(Superhelix)이라고 한다. 하지만 신비로운 우리 생명체는 애처롭게 스스로 얽히고 설킨 DNA를 풀어주는 효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현대인들은 'topoisomerase'(DNA 회전효소)라고 부른다.[1]효소가 DNA 꼬임을 어떻게 푸느냐 하면, DNA를 그냥 뚝 자르고 돌려서 다시 붙인다. 근데 요 과정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게, 꼬일 대로 꼬인 DNA의 중간을 TOPO2[2]가 자르면 DNA 두 가닥이 풀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게 되는데(이때의 속도는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자동차 엔진급의 회전속도라고 한다.) 이때 TOPO2가 회전하는 DNA 가닥을 잡아 원래대로 다시 붙여준다. 열심히 돌아가는 자동차 엔진에 찍힌 점 두 개를 구분하는 정도의 일이 지금 우리 세포마다 일어나는 것이다. 역시 생명의 신비

2.5 복제 후

복제가 완료되면 DNA 두 개가 생긴다. 다만 DNA의 5' 양 말단에 RNA 프라이머가 결합되었던 부위만큼은 복제가 안 되기 때문에[3][4] 복제품의 길이는 원본보다 약간 짧다. 이 때문에 복제를 거듭할수록 DNA는 점점 짧아진다. 결국 어느 수준 이상 복제하면 세포는 죽는다. 이 말단을 텔로미어라고 하며, 체세포에서는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텔로머라제(다른 명칭 : 텔로머레이스)라는 효소에 의해 텔로미어가 회복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무한분열이 가능한 생식세포가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줄기세포와 암세포에서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그냥 늘어나는 것이 관찰되기도 한다.

3 기타

다만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다보니 복제 과정에서 종종 문제가 발생되는데 주로 암과 같은 질병이 이 과정에서 일어나게 된다. 약 100만 염기서열당 1개의 실수가 발생하며 인간의 DNA 염기 개수가 30억개쯤 되므로 복제가 한번 일어날 때마다 약 3000개의 염기에서 오류가 일어나게 된다.

30억개라는 인간의 염기 개수에 비해서 문제가 일어나는 염기의 개수가 적어 보이지만, 이중 인간 생리에 미치는 염기의 수는 6억개 정도이며, 염기 하나만 치환되어도 인체는 다른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겸상 적혈구 빈혈증'으로, 염기 딱 하나가 다른 염기로 치환되어 생기는 병이다. 아미노산 하나가 바뀌었다고 사람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치명적인 결과가 나온다. 물론 이는 특이한 경우다.

다행스럽게도 DNA는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 스스로 고치거나, 최후의 방법으로 세포를 파괴하여 결함이 있는 DNA의 전파를 막는다. DNA 복제 과정은 항상 완벽하지 않으며 지금도 우리 몸 속에서는 온갖 실수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도 보완 메커니즘이 빵빵하니 걱정 마시라. 결과적으로 염기 서열에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는 염기 10억 개당 1개 정도로 줄어든다. 현대의 그 어떤 수선기작으로도 이 정밀도를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험실에서 쓰이는 DNA 합성기로도 100염기쌍 중 한두 쌍 정도는 에러가 난다.
물론 반대로 한번 제대로 고장나면 곤란하다. 복권을 수천억 장 사면 하나 쯤은 당첨될 수밖에 없듯이 오래 살면 이러한 '고장'이 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암은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따라나올 수밖에 없는 질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복제 과정에서의 오류와는 별도로 DNA 자체도 망가질 수 있다. 아니, 잠시도 거르지 않고 엄청나게 자주 망가진다. DNA 역시 화학 물질이니 체내 화학 반응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는 없는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몸 속에서 일어나는 신진 대사의 부산물로 자주 나오는 활성 산소들은 DNA 염기를 산화시켜서 망가뜨리는 주범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산화 손상의 동네북(...)인 구아닌[5]이 산화되면 8-옥소 구아닌으로 바뀌고 이 8-옥소 구아닌은 그 구조적 특성 때문에 원래 짝이어야 할 시토신(C) 대신 엉뚱하게도 아데닌(A)과 짝을 지어 버린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복제 과정에서 잘한다고 해도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염기 산화 정도는 애교이고 염기가 바로 옆의 염기하고 붙는다거나 염기와 당이 결합을 만드는 등 별의 별 해괴한 방법으로(...) DNA 염기가 망가진다.

다행히도 우리 몸 속에는 이런 식으로 망가진 DNA를 고치는 역할을 하는 수많은 효소들이 항상 DNA를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만약 고치는데 실패하여 엉뚱한 복제가 일어날 경우 그 엉뚱한 복제까지 막는 일종의 백업 시스템까지 있다. 이런 효소들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심하면 암이 발생한다는 것까지 알려져 있다.
  1. 위상, 즉 토폴로지(topology)가 다른 동소체(isomer)로 바꿔주는 효소라는 뜻이다.
  2. topoismoerase는 4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중 DNA 복제 과정 중 초나선을 풀어주는 효소를 TOPO2라고 한다.
  3. DNA 중합효소는 주형 DNA에 상보적으로 결합된 RNA 프라이머나 DNA의 3'말단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만 중합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5'말단에 RNA 프라이머가 결합된 길이만큼은 3'말단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DNA복제가 불가능하다.
  4. 바이러스는 안그래도 게놈 크기가 작은데 프라이머까지 붙이면 곤란한 처지에 있어서 위 방법으로 복제하지 않는다.
  5. 실제로 네 염기 중 구아닌이 가장 산화되기 쉬워서 툭하면 맛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