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마르셀 뒤샹)

나오자마자 평론가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인 작품. 백문이 불여일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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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aine>, 1917

이건 마르셀 뒤샹이 세심하게 만든 도자기 같은 것이 아니다. 당시 화장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평범한 소변기였다. 뒤샹(1887~1968)이 한 것은 단 하나, 소변기에 제작사(R.Mutt)의 서명을 한 것 뿐이다. 당연히 나오자마자 평론가들에게 "이게 무슨 예술이야!" 소리를 들었고, 전시회의 큐레이터는 이걸 전시장 한 구석으로 치워버렸다. 결국 당시 전시된 작품은 쓰레기인지 알고 버려져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남아있는 건 뒤샹이 나중에 똑같이 재현한 거다.

지금에 와서는 레디메이드 개념을 최초로 예술에 도입한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작품이 나오던 시기는 예술이란 예술가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여기서 예술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예술가가 어떤 대상을 보고 그것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평가가 어떻든, 20세기 이후의 예술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사물을 볼 때, 기존의 선입견 내지는 고정관념을 배제한 채로 본다면,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은가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예술로 볼 수 있다. 저 변기 역시 변기라는 고정관념을 백지화한 채로 본다면, 적당한 곡선과 눈부신 흰 색을 갖춘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볼 수 있다는 소리. 멀리 갈 것도 없이, 각종 코미디물에서 등장인물이 처음 보는 물건을 전혀 엉뚱한 용도로 잘 사용하는 장면들이 나오는 걸 생각해보면 된다. 원시인이나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현대문명의 물건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자신들의 생활에 알맞게 개조해서 쓴다던가, 요강을 예쁜 도자기라고 생각해서 장식품으로 쓴다는 등 각종 사례들이 많다.

"내가 우리집 화장실에 마르셀 뒤샹의 <샘>을 들여놨지 뭐야."라고 하는 스노비즘 유머가 있다.집에 좌변기 말고 소변기도 있다니 대단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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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유머가 수록된 서적은 프랑스 철학 도서인 "원숭이는 왜 철학교사가 될 수 없을까". 국내 정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