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1 개요

成長板
Epiphyseal Plate, Growth Plate

뼈끝판, 골단판이라고도 한다. 동물의 길이생장을 담당하는 부위이자 사람의 키가 자라게 하는 신체 부위로, 장골(long bone)[1]의 끝부분[2]에 존재하는 일종의 연골(cartilage)이다. 조직학적으로는 유리연골(초자연골, hyaline cartilage)에 속한다. 성장판이라는 이명과 같이 장골의 길이 및 직경(주로 길이)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대 파충류는 포유류와 달리 성장판이 뼈 맨 끝에 위치하여 매우 크게 자랄 수 있었다고 한다. 공룡이 대표적인 예. 반면 포유류는 뼈의 끝과 중간 사이에 성장판이 위치하여 닫히면 더 이상 자랄 수 없다.

2 위치

무릎 쪽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성장판은 대부분의 뼈(관절 아님)마다 존재하며, 만약 이것이 정말 무릎에만 있다면 다른 뼈는 성장하지 않고 무릎만 자랄 것이다.

장골(long bone)의 구조는 크게 골간(diaphysis, 뼈대, 1차 골화점), 골간단(metaphysis, 뼈끝판, 연골이 뼈로 변하는 부위), 골단(epiphysis, 뼈끝, 2차 골화점)의 3가지 장소로 나뉜다. 골간이 뼈의 한중간이고 골단이 뼈의 완전 끝이다. epiphyseal plate라는 영어 이름상 성장판은 골단에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골간단에 위치한다. 사람에 따라 그냥 골간단과 골단 사이에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성장판이 열려있다는 말은 성장판이 연골 상태라는 뜻이고, 연골 상태에서만 길이 성장이 가능하다. 성장판이 닫히면 성장판이 있던 자리에는 그냥 선 형태의 흔적만 남게 되며, 이는 골간단과 골단을 나누는 선이 되기 때문에 골단선(epiphyseal line)이라 불린다.

3 작용 과정

뼈대는 뼈 형성세포인 조골세포를, 뼈끝판은 연골세포를 가지고 있다. 뼈끝판의 세포 중 뼈끝과 경계면에 있는 증식층에서만 세포분열이 일어난다. 이때 뼈대와 가장 가까운 연골세포가 세포분열을 멈추고 성숙층이 되며 크기가 커지면서 비대층이 형성되어 뼈끝판이 두꺼워진다. 커진 연골세포는 분화를 멈추고 죽어서 빈 공간이 생기고 뼈대의 조골세포가 빈 공간을 채우면서 석회화층을 형성해 뼈가 형성된다.

뇌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직접 뼈에 작용해서 뼈를 성장시킨다. 또한 성장호르몬은 간세포에 작용하여 뼈의 성장 과정을 촉진시키는 성장인자를 분비시킨다. 갑상샘호르몬은 성장호르몬이 뼈에 작용하는 과정을 매개한다. 안드로겐은 뼈가 형성되도록 하여 길이성장에 기여하지만 뼈끝판 전체에서 뼈가 형성되도록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연골세포가 남아있지 않아 뼈의 성장이 정지한다.

정리하면 골단에서 골간방향으로

  • 예비층: 휴지상태의 연골세포가 존재하는 층
  • 증식층: 연골세포가 성장호르몬의 영향으로 빠른 세포분열을 하는 층
  • 성숙층: 연골세포가 세포분열을 멈추고 성숙한 형태로 분화하는 층
  • 비대층: 세포내 물질 축적을 통한 세포비대(hypertrophy)를 이루는 층
  • 석회화층: 연골세포가 세포사하며 연골기질이 석회화되는 층
  • 골화층(부식층): 골간 쪽의 골세포와 골모세포가 석회화된 연골을 부수고 광화(mineralized)된 뼈조직으로 교체하는 층

4 닫히는 시기

성장판에서 세포분열이 일어나며 키가 점점 자라고, 그러면서 점점 닫히게 된다. 2차 성징으로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될 쯤에는 키가 자라는 속도는 증가하지만, 성호르몬의 분비 자체가 성장판이 빨리 닫히게 하는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닫힌다.[3] 완전히 닫히면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다.

사고로 인해 이것이 손상을 입으면 해당 부위의 뼈는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해 성장판을 다친 사람들이 다리, 팔 등이 비대칭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히 좌우대칭으로 다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대칭적으로 키가 작게 자란 경우는 교통사고 때문이 아니라 그냥 본인이 키가 작은 것일 확률이 더 높다.

5 성장판 관련 질병

당연히 성장판에 이상이 있으면 성장에 이상이 생긴다. 성장판도 일종의 연골이기 때문에 연골무형성증(achondroplasia)이 대표적인 질환인데, 연골무형성증 환자는 최종 키가 작게 된다.

성장판을 포함한 부분의 뼈가 부서지는 것을 살터-해리스 골절(Salter-Harris fracture)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성장판이 손상을 받았기 때문에 해당 뼈의 성장에 이상[4]이 발생한다. 보통 좌우 구분이 있는 뼈가 다치기 때문에 최종 성장 시 좌우 비대칭이 생길 수 있어 적절한 치료[5]를 받을 필요가 있다.

의학적으로는 성장판이 골단부와 골간단부를 가로막는 장벽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급성 혈행성 골수염(osteomyelitis)이나 관절염 등이 발생했을 때 성장판이 없는 경우가 골단-골간단 사이에 염증 파급이 더 잘 된다. 다만 성장판이 있는 경우 성장판 자체에 염증이 고이는 현상이 발생해서 파급이 덜 될지언정 해당 부위의 농양은 더 잘 생긴다.

6 성장판 자극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6] 주사도 있는데, 주로 소아과(그중에서도 소아내분비과)에서 처방한다. 실제로 성장호르몬의 부족이나 다른 질병 등의 이유로 인해서 키가 정상인의 하위 3% 이하밖에 키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에게는 이 성장호르몬 주사가 보험이 적용된다.[7] 그러나 최종 예상 키가 정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싸다.[8] 참고로 여러 차례 방문해서 맞아야 하기 때문에 효과를 보려면 지속적으로 병원에 방문해야 하며, 성장판이 닫힌 이후에는 주사를 맞아도 전혀 키가 크지 않으니[9] 적절한 나이대에 방문해야 한다. 적절한 나이대에 적절한 횟수의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다면 확실히 키가 크는데 효과 있으며, 하위 3% 미만인 사람도 평균 정도까지 키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방에서는 찜질팩이나 마사지를 해서 자극하기도 한다.

7 기타

성장판이 아니라도 뼈가 부러지면 부러진 부위에 연골이 생성되며 부러진 부분을 연결시켜주려고 한다. 따라서 부러진 간격만큼 키가 약간씩 크게 된다. 소위 '키 크는 수술'이라고 불리는 일리자로프 수술이 이를 이용한 것인데, 뼈를 부러뜨리고, 붙으려하면 다시 사이를 늘리고 를 반복해서 키를 크게 만드는 것이다. 다만 이 수술의 원래 목적은 다리 길이가 비대칭이거나 사고나 장애로 골격이 망가진 사람이 똑바로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용도이기 때문에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원래 미용 목적의 수술은 아니다. 다만 일반 수술과 달리 정말 한참 동안 기구를 달고 누워있어야 하고, 수술이 잘못되면 다리가 휘는 등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사실 순수하게 미용을 목적으로 이 수술을 하는 것을 권하지는 않는다.

성장판은 연골이기 때문에 일반 X-ray에서는 찍히지 않아 빈 공간으로 보인다.

완전히 똑같은 기관은 아니지만 식물에 생장점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길이 생장을 담당한다는 것에서는 같다.
  1. 뼈의 종류를 나눌 때 형태에 따른 분류이다.
  2. 아래 글을 보면 알겠지만 해부학적으로 완전한 끝은 아니다. 그래도 그냥 직관적으로 끝 방향인 것은 맞다.
  3. 성호르몬에의 노출은 당장은 키를 키우지만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한다. 따라서 성조숙증이 일어날 경우 일찍 키가 크긴 하지만 최종 키는 더 작아진다.
  4. 그냥 최종 길이가 짧아질 수도 있지만 골절 방향에 따라서는 휘어서 자라는 것도 가능하다.
  5. 하단의 기타 부분에 서술된 '일리자로프 수술'이 있다.
  6. 성장과 관련된 호르몬의 통칭이 아니라 그냥 growth hormone이라는 물질이 있다. 해당 항목 참조.
  7. 이런 사람들은 정말 비정상적으로 키가 작은 "병"으로 취급되어 저신장증(short stature)이라는 진단명을 받는다.
  8. 주사가 50-100만 원대라 한다.
  9. 키가 안 크는데 억지로 성장호르몬을 오래 맞으면 말단비대증(거인증)에 걸린다. 말단비대증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 최홍만 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