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변

1 배출되지 못하여 뱃속에서 묵은 배설물

본래 숙변(宿便)이라고 함은 묵은 변, 즉 오래된 변으로서 제시간에 배변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변을 가리키는 말이다. 변비 상태가 되면 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장에 계속 쌓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숙변.

장에 남아서 연동운동에 문제를 주고, 장내에서 부패해서(오랫동안 굳어 있으니까) 유독물질까지 배출한다.

즉 장에 관련된 병에 걸려있지 않다면 생길 일 없다.

2 1의 개념을 변질시킨 것

언제부터인가 이른바 디톡스 다이어트라는 게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 디톡스 다이어트 관련자들이 자신들의 상품판매를 위해서 숙변이란 1의 개념을 고의적으로 변질시키기 시작했다. 어차피 대중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잘 믿지 않기 때문에 디톡스 다이어트 상품에 있어서 가장 단기간에 확실하게 물질적으로 보여줄수 있는게 바로 대변이었다. 더욱이 다이어트에 열광하는 주 타겟인 10 ~ 30대 여성들은 여성호르몬과 생활습관 불량으로 상당수가 변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숙변'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마케팅은 성과가 좋았다. 자신들이 겪고 있는 변비가 자기관리를 소홀히 해서가 아니라, 복잡한 사회 속에서 생기는 독소들 탓이라고 이야기 해 주는 것이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 것. 사실 광고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디톡스 다이어트 등에서 말하는 이른바 숙변제거와 변비 환자들에게 조언해 주는 내용에는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숙변이라는 낱말의 뜻을 상품 판매를 위해서 바꿔치기 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변비 치료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

결국 '장 내 남아 있는 대변 찌꺼기'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건 유사과학도 아닌 사기에 가깝다. 그냥 상품 팔아먹기 위한 광고 마케팅이라고 보면 된다.

XX를 먹으니 묽은 똥이 쫙쫙 나왔다. 이게 바로 숙변이고 그러니까 XX를 사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거짓이다.

결국 의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개념이다. 사실 장 자체가 연동운동으로 계속 움직이고, 장 내벽은 점액질로 덮여 있어 매끈매끈한데다가, 세포 분열로 내벽이 끊임없이 교체되기 때문에 숙변이 자리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시경으로 봤는데 없다. 다만 숙변 관련 건강식품섬유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은 변비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한때 숙변 제거한답시고 단식원 들어가서 미음만 먹고 살이 쪽 빠져서는 건강해진 줄 알고 좋아했다면, 그거 다 헛짓거리였다는 소리. 사실 음식물을 먹지 않아도 은 나온다. 대장균의 시체가 똥이 되어 나오기 때문. 이것 때문에 숙변이 있다는 속설이 널리 퍼진 듯.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먹고 배설하는 경우, 말린 대변 무게의 3분의 1은 대장균이다.

숙변과는 별개로, 대장 벽에 안쪽으로 들어간 조그마한 혹 같은 공간(게실)이 생겨 이곳에 똥이 저장(...)되어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을 게실염이라고 한다. 자료 사진을 보면 절제한 대장의 바깥쪽에서는 둥그런 혹처럼 튀어나와 있고, 안쪽에서 내시경으로 보면 분명 관장한 깨끗한 대장임에도 불구하고 게실 안에 암갈색 똥이 들어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냥 보기에도 매우 불결하다. 자세히 아는 분이 개별 항목으로 추가바람.

숙변 학설이 널리 퍼졌을 때는 숙변을 없앤답시고 생짜 결장을 잘라버리는 정신나간 수술이 유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