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펼친 상태. 비닐 봉지 안에 들어있는 것이 접은 초기 포장 상태.
1 소개
Space blanket. 마일라 블랭킷, 이머전시 블랭킷, 써멀 블랭킷 등의 다양한 명칭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서바이벌 시트, 은박 보온 담요, 알루미늄 담요 등으로 부른다.
열을 반사하는 성질을 띈 플라스틱 시트(비닐)로 만들어진 얇고 가벼운 비상용 담요를 가리킨다. 원조는 NASA에서 1964년 우주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다 아주아주 얇은 알루미늄 박막(50에서 125 µm)을 코팅해서 방사되는 열을 반사시키는 원리인데, 나사에서 만들었던 제품은 방사열을 97% 반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외부에서 전달되는 열을 막을 뿐만 아니라, 몸에서 방출되는 열(체온) 역시 반사시켜서 열을 가둠으로써 보온 효과를 낼 수 있다.
인체는 자체적으로 체온을 유지하며 열을 방출하는데, 비상 상황에 이런저런 이유로 체온을 잃으면 저체온증으로 죽는다. 스페이스 블랭킷을 몸에 감으면 1) 대류에 의한 체온 저하를 막아주고(즉 바람막이) 2) 발한에 따른 땀 배출에 의한 열 배출을 막고 3) 열 반사 코팅에 힘입어 몸에서 빠져나가는 체온을 반사시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즉 이거 두르고 있으면 자기 체온 때문에 저절로 따뜻해진다.
추운 상황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막 같은 더운 환경에서도 두르고 있으면 주변의 뜨거운 열기와 직사광선이 몸에 닿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물론 자기 체온은 내부에서 반사되니 시원하지는 않지만, 일사병으로 죽는 것보다는 낫다. 탈레반들이 NATO군이 열감지 장비로 쉽게 찾아내자, 이걸 이용해서 체온을 감추고 위장한 사례도 있다.
원래 우주 미션용으로 개발한 것이지만, 민간에도 널리 퍼져서 현재는 비상용 서바이벌 킷에는 당연하게 들어가는 인기 제품이 되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미사용 상태에서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무게로 휴대성도 높다. 생존주의 계열에서는 단순히 비상용 뿐만 아니라 단열 보온 효과를 이용해 다양한 용도로도 응용한다. 예를 들어 모닥불을 피웠을때, 이걸 타프처럼 배후에 치면 모닥불의 방사열이 반사돼서 더욱 열기를 안을 수 있다. 스페이스 블랭킷을 사용해 보온 효과를 높인 타입의 셸터를 슈퍼 셸터라고 부른다.
다만 필름 자체가 얇은 터라 내구성은 굉장히 낮아 1회용에 가깝다. 처음에는 아주 작게 접혀있지만, 펼쳤다가 다시 접으려고 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원상태처럼 작게 접기 어렵다. 재사용 불가능은 아니지만 좀 어렵다. 그리고 바스락바스락 신경쓰이는 소리가 많이 난다.
그래서 좀 더 두꺼운 소재에 열반사 코팅을 한 헤비듀티 제품도 있다. 미군은 외부 색상이 올리브 드랩인 두꺼운 스페이스 블랭킷을 사상자를 담는 용도로 많이 썼는데, 사망자 뿐만 아니라 부상자 역시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이걸 사용한다. 대신에 좀 두껍고 부피가 크다. 민수용으로도, 부피와 무게가 조금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고 내구성을 높인 제품이 있다.
단순히 담요 형태만 있는 것은 아니고, 침낭 형태를 한 제품도 있다. 다만 땀이 빠져나가는 것도 막기 때문에,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습기가 많이 찬다. 제대로 된 숙영 시스템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고, 비상시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는 정도.
그리고 야외에서 노숙하면 바닥이 정말 추운데, 바닥에 곧장 스페이스 블랭킷 감고 드러누우면 바닥의 한기는 못 막아준다. 그래서 써마레스트 같은 보온 깔개와 같이 쓰거나, 낙엽이라도 왕창 깔아서 보온층을 만드는 것이 좋다.
다이소에서도 '야외용 알루미늄 시트'라는 이름으로 천원에 팔고있는데 성능과 내구도는 미지수. 다만 원래 스페이스 블랭킷들이 다 그만한 가격이고, 일반용으로 팔리는 것들의 성능과 내구도도 다 거기서 거기라서(군용 헤비듀티 제품을 제외하면, 내구도는 굉장히 낮다. 거의 일회용 취급) 다이소 물건이라고 얕잡아 볼 필요는 없다. 까놓고 말해 단돈 천원짜리라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