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념
로드 사이클리스트들의 성향이자 특성. 게임으로 치자면 클래스로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서는 잘 안쓰지만 일본에서는 각질(脚質)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실 이것도 세분하자면 더욱 세부적인 분류들이 있지만, 큰 틀에서 스프린터/클라이머/타임트라이얼리스트(독주)의 세 부류로 나눌 수 있고, 이 중 클라이밍과 TT 양쪽에 능숙한 선수들을 보통 올라운더로 쳐준다.
스프린터는 말 그대로 결승점까지의 100~200m 정도의 짧은 거리에서 파워를 집중, 최고 속력을 뽑아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하는 데 특화된 유형의 선수를 말한다. 클라이머는 알프스의 산악과 같은 긴 오르막을 오르는데에 특화된 선수를 뜻한다. 타임트라이얼리스트는 말 그대로 바람의 저항을 혼자 뚫고 달리는 독주 경기에 특화된 선수로, 높은 출력을 오랜 기간 지속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보통 파워가 가장 강력한 선수들이다. 특성상 짧은 오르막에서는 타임트라이얼리스트가 전문 클라이머를 앞서기도 한다.
단순히 자전거 타는것에 이렇게 성향이 나뉘냐 하는 물음이 생길수도 있지만, 사실 오르막을 중력의 힘에 저항하며 올라가는것과 평지나 내리막을 관성을 이용하여 질주하는것은 사용하는 근육군과 운동원리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일정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이클리스트에게는 이것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아마추어 레벨에서도 열심히 달려서 일정 실력 이상을 갖추게 되면 이 성향을 크게 자각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호인 상위 1%, 나가는 대회마다 포디엄에 꼭 오르거나 준 프로급, 짐승을 넘어 괴수로 취급받는, 준 프로급이라고 평가될 정도의 동호인들을 말한다. 애석하게도 나머지 99%의 동호인 레벨에서는 될놈될 잘타는 놈이 다 잘탄다 가 진리이다. 물론 온갖 괴물들이 출몰하는 투르 드 코리아 동호인 부문에서도 오르막과 평지 스프린트를 석권하는 대괴수가 드물게 보이기도 한다..
프로 선수들의 경우 키보다는 근육의 양, 형태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통상 스프린터의 경우... 굵다. 카벤디쉬처럼 짧고 굵거나, 치폴리니나 그라이펠처럼 크고 굵다. 어쨌거나 굵다. 근육 자체의 탄성, 강함이 두드러지며 상체포함 전신이 건장한 체격이 많다. 반대로 클라이머는 근육이 가늘고 호리호리한 체형이 일반적. 타임트라이얼리스트에는 딱히 전형이 없는데, 칸첼라라나 토니 마틴과 같이 GC에 집중하지 않는 선수들은 싸이클리스트 가운데 가장 크고 건장한 신체를 자랑하지만, 브래들리 위긴스처럼 호리호리한 몸에서 강력한 파워를 뿜어내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올라운더의 경우 클라이밍에 기반을 둔 올라운더라면 호리호리한 편이고, TT에 기반을 둔 올라운더는 좀 더 건장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이 성향의 차이는 체중 대비 파워로 결정되는데 보통 클라이머는 가성비체중 대비 파워가 높은 사람이, 타임트라이얼리스트는 체중은 일단 차치하고 정량적으로 높은 파워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쪽이 유리하며, 스프린터의 경우는 짧은 거리에서 강력한 파워를 폭발시키는 능력이 중요하다. 평지에서의 고속주행에서는 역풍에 견디고 관성이 커지므로, 그리고 내리막에서는 중력가속이 쉽게 붙으므로 타임트라이얼리스트/스프린터에게는 체중 또한 나름의 무기이기도 하다. 물론 중력에 거슬러 올라가는 클라이머는 당연히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좋다.
참고로 내리막은 다운힐러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고 특별히 성향으로 묶기도 어렵다. 라이더의 과감성자동차로 치면 간튜닝과 자전거 컨트롤 스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11년 현재 자타공인 내리마커 내리막계의 지존은 아스타나의 빈첸조 니발리이며, 유스칼텔의 사무엘 산체스, BMC의 토르 후숍이 그 뒤를 따른다. BMC의 카델 에반스 역시 MTB선수 출신으로 내리막을 잘 탄다.
2 실제 대회에서의 선수 성향
통상 "그랑 투르", 즉 20스테이지 안팎으로 진행되는 투어 경기에서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은 올라운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기에서 스테이지는 통상 팀TT를 포함 1~3스테이지 정도의 TT스테이지를 넣고, 나머지 스테이지에는 평지, 중산간, 산악을 적절히 섞어서 구성한다. 그런데 평지의 경우 대개 "그룹 피니시+스프린터들의 경합"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중산간의 경우는 마찬가지로 "그룹 피니시+종합순위를 노리지 않는 선수들의 브레이크어웨이"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실상 종합순위의 시간차는 그룹을 찢을 수 있는 스테이지, 총 20~21스테이지 중에서도 TT와 산악, 통상 5~6스테이지 정도의 결과를 통해서 결정나게 된다.
올라운더는 이런 투어 경기의 종합순위(GC, General Classification)에 의의를 두고 TT와 산악을 둘 다 파는 선수들을 뜻한다. 자전거/선수 항목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랜스 암스트롱이나 콘타도르, 에디 먹스 같은 대괴수들은 TT와 산악 양쪽에서 탑클래스인 정진정명 올라운더라 할 수 있고, 90년대 투르 5회 우승을 달성한 미겔 인두라인의 경우는 TT 최강자이면서도 업힐에서 선두그룹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오르막을 겸비한 올라운더로, 쉴렉 자매형제는 오르막을 중심으로 TT에서도 시간차를 벌리지 않을 수 있는 올라운더로 볼 수 있다.
스프린터의 경우는 투어 경기에서는 GC 대신, 중간중간의 평지 스테이지에서 결승점을 가장 빨리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평지 스테이지에서는 결승점 코앞에 올 때까지 "펠로톤"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그룹으로 뭉쳐서 달리는 것이 일반적이고, 결승점100~200M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프린트 대결이 경기의 관심사가 된다.[1] 현재 스프린터의 대명사인 카벤디쉬의 경우는 매년 투르에서 5회 안팎의 스테이지 우승을 가져가며, 현역 선수 중 3대 그랑 투르의 스테이지 우승을 가장 많이 해본 선수이다! 물론 카벤디쉬는 오르막은 쥐약이라 산악 구간에서 타임컷 당하지 않기 위해 침을 질질 흘린다 (...) 그런데도 종종 컷오프당하거나 규정시간 초과로 벌점을 먹는다! 그래서 가끔 ?자갤 에서는 카벤디쉬가 남산오르면 몇분걸리나요? 와 같은 뻘질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물론 정답은 졸라 잘오른다. 오르막 전문 선수들이 시속 40km로 오르는 언덕을 30km로 올라서 꼴지하는 것 뿐이다. 프로가 괜히 프로가 아니다!!!
참고로 로드 스프린터들이 트랙경기에 들어가게 되면 중장거리 선수가 되어 메디슨이나 포인트 경기 등에 참가하며, 정말 길어야 1~2킬로미터 안에서 모든 힘을 발휘해야하는 트랙 스프린터들과는 경쟁이 어렵다. 그라이펠 정도의 선수도 트랙 스프린터들 옆에 서면 클라이머로 보일 지경이다...
원데이 레이스는 당연히 또 애기가 다르다. 파리-루베, 투어 오브 플랜더스 등 파베라 불리우는 자갈길을 헤치고 나가야 하는 노던 클래식 대회에서는 힘세고 강한아침 TT전문 선수들(칸첼라라)이나, TT와 스프린트에 둘다 능한 클래식 전문 선수들(부넨, 후숍 등)이 판을 친다. 둘의 공통점은 파워가 먹어주고 자전거 컨트롤에 능숙한 선수들이라는 점. 반대로 아르덴느 3연전이나 일 롬바르디아, 세계선수권 같은 짧고 가파른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는 클래식은 펀쳐라 불리는 스타일의 선수 또는 GC급의 올라운더 중에서도 파워와 순발력, 스프린트가 강한 선수들의 주무대가 된다. 대표적으로 현역에는 발베르데, 질베르, 요아킴 로드리게스 등이 있고 은퇴 선수중에는 파올로 베티니, 비노코르프가 있다. 참고로 다비데 레벨린은 아직 현역이며 질베르와 함께 단 둘뿐인 단일시즌 아르덴느 3연전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 도핑 적발로 본인 커리어에 큰 흠집을 남겼다.
- ↑ 투어 경기에서는 한 집단으로 몰려서 들어온 선수들 사이에는 시간차를 주지 않는다. 물론 순위야 갈리지만... GC를 노리는 선수들은 낙차 없이 그룹에 잘 묻어 오는데 의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