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말하기를

단편집 독재자에 수록된 김보영의 SF 단편소설. 2010년 6월 웹진 거울 85호에 올라왔으나 현재 웹진에 개재했던 본문은 작가 요청으로 삭제된 상태. 읽을 순 없지만 일단 링크.

글 첫머리에서부터 경고 : 이 작품은 무단도용, 표절, 저작권침해로 점철되어 있습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신문만 맹신하고 그 이외 소통을 차단한 중년남자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중년남자는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그들'이 조작한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오로지 신문만이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작품 초반에는 남자와 신문이 옳은 편인 것처럼 전개되다가 사실은 '그들'따윈 정부에서 조작한 가상의 적이고 신문도 왜곡된 기사만 썼다는게 밝혀진다. 근데 이 신문 자체가 얼마나 개판이냐면 전문가의 17%가 가능성이 높다고 한 응답에 또 그 중 80%가 한국에도 그런일이 있었다고 답변한 내용을(즉 17% 중의 또 80%) 통계를 인용하면서 '전문가의 80%가 한국에서도 그런일이 일어났다고 말해' 이런식으로 기사제목을 쓴다. 혹은 네티즌이 쓴 글이랍시고 아이디가 123456 이라든가 67890 이다 대체 누가 이런 아이디를 써? 즉 만들어진 인용문장이란 것. 왜곡으로 점철된 일종의 눈가리개용 신문이었던 것.

화자의 아들이 시위를 하러 나갔다가 완전히 실종되어 버리자, 슬슬 화자도 뭔가 잘못되었다는걸 깨닫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신문사에서 가스관이 폭발해 사고가 나고 신문을 발행하는 직원들이 전원 사망한다. 이 사고를 피한건 글이라고는 평소 쓰지도 않았던 잡무 아르바이트생으로 어떻게든 신문을 내기위해 자기가 직접 기사를 쓴다. 그가 발행한 신문은 사진도 사설도 칼럼도 수식어구도 헤드라인도 없이 신문사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단 한문장으로 기술했다. 그 날 발행된 신문에는 오로지 이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사람이 죽었다.

이 기사를 보고 신문을 보던 사람들이 그제야 사람이 죽었다는걸 인식하게 되었고, 이 사태로 신문은 한동안 발행이 중지 되었다. 이후 사람들은 전화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광장에 모여 신문을 발행하고 정치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작품 첫머리에서도 대놓고 무단도용을 치기는 했지만, 실제로 작중에서도 전국어버이연합이나 아름다운 재단, H시사주간지, 보수논객 조모씨 등 약간 시사에 관심있으면 누구라도 눈치챌 노골적인 표현들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