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열냥 벌러 가자

인터넷에서 유명한 괴담. 인지도가 있는지 예전에 출판된 공포이야기를 모아 그린 만화책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아기를 키우는 여자가 친정에 가다가 여비가 떨어지자 열냥을 벌기 위해 주막에서 사내들과 내기를 한다. 내용은 귀신이 나온다는 사당에 가서 촛대를 가지고 오는 것. 아이를 안은채로 "아가야 열냥 벌러 가자"면서 호신용으로 낫을 가지고 갔던 여자는, 돌아오는 길에 귀신을 만나 낫을 마구 휘두르다 그만 뒤에 업고 있던 아기가 숨을 거두고 미쳐버렸다는 이야기다.

사실 귀신이 진짜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사당에서 촛대를 가지고 오던 중 나뭇가지가 어깨를 건드렸을 뿐인데, 극심한 공포로 인해 패닉에 빠져있던 여자는 뒤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낫을 휘두르는 바람에......

이야기에 따라서는 귀신을 보지 않고 아기가 뒤에서 머리를 잡아당겨 놀라 낫을 휘둘렀다는 내용도 있다. 그리고 머리채에 그대로 메달려있는 아기의 손... 이 괴담이 퍼지는 계기가 된 '공포특급' 1권에서는 주막에 돌아오니 사람들이 다 뒷걸음치고 뒤를 보니까 목이 잘린 아기가 여자 머리칼을 잡고 있더라…는 훨씬 잔인한 이야기로 나온다. 흠좀무

자세히 살펴보면 아기를 데리고 위험한 곳에 간 여자의 잘못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엄마가 아기를 주막의 주모에게 맡기고 갔더라면 열냥도 얻고 아기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날이 휘어져 호신용으론 너무 위험한 낫 대신 원래부터 호신용 무기인 은장도 같은 걸 기용했더라도 비극은 피했을 수 있다.

이야기에 따라 원혼이 된 아기를 등에 업은 채, 여전히 자신이 갔던 산 근처를 돌아다니며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는 말을 하며 돌아다닌다고도 한다. 남편없이 홀로 아기를 데리고 친정에 가는 여인의 모습에서부터 처량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

이 이야기 때문에 혼자 야산에 가는 취미를 포기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 괴담책이 번역되어 출간되던 시기에 유명해진 괴담이라 때문에 일본쪽에서 들어온 이야기일지도 모른다.[1]
  1. 실제로 일본에 비슷한 내용의 괴담이 있다. 단 아기를 키우는 여인과 내기를 한 사람이 사내들이 아닌 아낙네들이고 내기로 주는 물품이 열냥이 아닌 옷감인 등 차이가 있다. 편저자는 그리스계 영국인으로 메이지 시대 일본에 귀화한 라프카디오 헌(일본 이름 고이즈미 야쿠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