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and le muet. 미니어쳐 게임 인피니티의 용병 소속 유닛.
1 배경
"그냥 이름이나 주시오. 그쪽이 연락한 건 누군가를 제거하고 싶다는 걸 빼면 다른 이유가 없을 테니까. 만나봐야 피차 해만 입을 뿐이요. 조심해야 하니 서둘러 끝내도록 하지. 요금은 이미 알고 있잖소. 작별 인사할 필요도 없소. 그냥 이름만 주시오."- 배링턴 사건의 홀로 파일 003845의 일부. 해당 지역의 교란 장비로 인해 양쪽 모두 신원을 확인하지 못함. 기록 7일 후, 헥사헤드론의 최고 전략 사령부 소속 배링턴 대령이 암살당함. 독립 요원 아르망 르 뮈에의 소행으로 여겨짐. 해당 사건은 여전히 종료되지 않음.
네 이름은 아르망 르 뮈에야. 최소한 인간들에게 알려진 이름은 그렇지. 네 진짜 토하 이름은 아르마안 리무에야. 이것도 가짜 신원이 아니라면 말이야. 하지만 네가 참 길게도 침투 활동을 해왔으니 이 시점에서는 네 진짜 이름으로 삼아도 되겠지. 덧붙여서, 네가 진짜 신원을 기억하지 못하니 이 조작된 신원에 이입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거야. 선택적 기억 상실증이 유도된 건 부담을 지게 하려는 것도, 징벌도 아니야. 그저 종말을 의미할 뿐이고, 누군가에게 종말을 전하는 건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이지. 어찌 되었든 너는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이전에도 잘 견뎌왔어. 그러니 짜증 낼 필요는 없지. 네가 필요로 하는 건 모두 나를 통해 알게 될 거야. 나는 네 접선책이고, 네 조련사고, 유일한 친구니까. 은하의 이 구역에서 너에 대한 진실을 아는 건 오로지 나뿐이니까. 아니, 내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려고 그렇게 애쓰지는 마. 우리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야. 게다가 이쪽 업계에는 지켜야 하는 절차가 있는 법이거든.
되새겨주지. 네 이름은 아르망 르 뮈에야. 너는 독립적인 전술 자산이야. 달리 말하면 양심의 가책은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프로페셔널 살인마지. 너는 고용주가 누구인지 상관치 않는 용병이야. 어제는 인간들을 위해 일하다 오늘은 토하 삼위군 아래 일하고, 내일은 컴바인드 아미의 의뢰를 받을지도 모르지. 알 게 뭐야. 그 사건 이후로 너는 완전히 달라졌어. 갈수록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게 됐지. 너는 원래 이브닝 스타 정거장에 있던 토하 외교 사절단의 보안 요원 중 한 명이었어. 이브닝 스타가 파라디소 하늘 위에서 박살 나 추락할 때 너는 어찌어찌 간신히 살아남았지. 긴급 수술 덕에 너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코라흐타 소통을 담당하는 감각기는 결국 재생할 수 없었지. 네 부상은 워낙 심해서 최고의 생체 재건 전문가들도 네 목숨을 위협하지 않고서는 네 페로몬 소통 능력을 복구할 수 없었어. 너는 코라흐타로 소통할 수 없어. 그래서 동족 사이에서도 천민 취급 당하지. 너는 트라이어드와 소통할 수 없어. 애초에 아무도 너 같은 불구를 트라이어드에 껴주지도 않겠지만.
더 끔찍한 건 말이야. 이런 은하 구석탱이에서는 아무도 네 부상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거야. 아니, 애초에 너 같은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더 적절하겠지. 네가 자살한다고 새 육신을 주는 것도 아닐 테니까 네가 직접 사야만 해. 비쌀거야. 최신형 토하 의체는 인류계에서 찾아내기 어렵지. 설령 찾아낸다고 해봐야 터무니없이 비쌀 테고. 정말 터무니없이 말이야. 이만큼의 돈을 충당하려면 얼마를 받든 간에 아무도 하지 않을 일을 받아야만 해. 네 동족을 배신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놈들이 먼저 배신한 거잖아. 안 그래? 스페큘로 킬러 침투 요원이 의뢰를 제안한다고 거절할 건 뭐 있겠어? EI가 주는 고위험 고수익 임무를 수행하면 인류계에서 운신의 폭도 넓히기도 쉬운 법이잖아. 나는 빙빙 돌려 말하는 타입이 아니야. 리스크는 정말 높아. 위험하다는 건 확실하고. 삼위군이 널 잡으면 바로 처형해버릴 거야. 배신자에게 동정 따위는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재판도 없이 바로 죽여버릴걸? 그리고 인간들의 더러운 손에 붙들린다? 자기들 비밀감옥에 끌고 가서 고문할 거야. 네가 죽기 전에 최대한 정보를 뽑아내려 들겠지. 완전 똥 같지. 그래서 벌이가 좋은 거고. 뭐, 중요한 건 그거지만. 안 그래? 다시 완벽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면 누구 편이라도 거들 테지.
정말 흥미롭지 않아? 응? 정보부의 네 상관이 네 의료 기록을 읽으면서 생각한 게 바로 그거야. 그쪽은 컴바인드 아미의 비밀 네트워크에 침투할 수 있는 이중 첩자를 얻었다고 생각했지. 그럴듯한 핑계도 댈 수 있는 완벽한 요원 말이야. 완전 운명이 점지해 준 것 같잖아.
네 상관들이 모르고,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건 그 운명을 점지해 준 것은 바로 우리라는 점이야. 우리, 삼위정은 그림자 아래서 토하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키를 쥔 자들이지. 그들은 네가 이미 우리를 위해 외교 사절단에 침투한 이중 첩자라는 건 상상도 못하고 있어. 그들은 무지하고, 너는 기억 못해. 너는 궤도 추락에서 생채기 하나 없이 살아남았다는 걸 말이야. 정말 단단한 녀석이라니까. 너를 찢어발긴 건 바로 우리야. 물론 네 동의 아래 한 일이지만. 네 이야기가 컴바인드 아미가 미끼를 물만큼 믿음직스러워 보이려면 해야만 했던 일이거든.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된 거지.
그러니 너는 사실 삼중 첩자야. 인류계를 방랑하면서 아무 편이나 들며 살인을 자행하는 벙어리 토하(르 뮈에란 프랑스어란 언어로 벙어리란 뜻이더군) 말이야. 너를 위안하는 건 오로지 음악뿐이야. 하프셋을 뜯으며 너를 광기로 몰아가는 스트레스와 편집증을 몰아내는 거지.
지금 너는 이 모든 것이 괜찮은 건가 싶을 거야. 거짓 속에 거짓이 있고, 모든 것이 살인과 고통뿐이니까. 내가 좀 편하게 해주지. 그래 맞아. 이건 올바른 일이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고. 네 동족이 너를 필요로 해. 우리 문명을 구할 방법은 오로지 이것뿐이야. 그리고 너는 우리의 전체 계획에서 열쇠가 될 거야. 비록 네 기억을 이처럼 엉망으로 만들어야만 했지만.
되새겨 줄게. 네 이름은 아르망 르 뮈에야. 아니, 아니지. 네 이름은 아르마안 리무에야. 네 생각에는 말이야. 너는 돈만 준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일하는 암살자야. 하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야. 너는 사실 반역자야. 진화지성을 위해 인류계로 침투한 요원이지. 아니, 그것도 아니야. 그것 역시 연막에 불과해. 너는 토하 삼위군에서 일하는 이중 첩자야. 컴바인드 아미 비밀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 일하고 있지.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야. 진실은 말이야, 너는 사실 삼위정의 기밀 요원이라는 거야. 너무나 비밀스러운 목적을 위해 일하고 있어서 너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임무지. 왜냐하면 여기 내가 네 큐브를 처음부터 끝까지 편집해버릴 거니까. 네가 알아둬야 할 건 너는 인류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 중 하나라는 거야. 너는 프로페셔널이 자 거장이야. 돈만 준다면 누구를 위해서라도 그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지. 너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이기도 해. 그리고 그 망가진 하프셋으로 제대로 연주하고 있다고 여기는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지.
2 성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