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레이션

agf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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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뜻하는 영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용어. 계란가격의 상승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의 한 종류이긴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물가 상승인데 반해 애그플레이션은 곡물 가격 상승이 원인으로 덩달아 물가도 같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2007년 메릴린치(Merrill Lynch)가 '세계 농업과 애그플레이션'(Global Agriculture & Agflation)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처음 이 용어가 사용되었다.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1. 지구온난화와 도시화로 인한 농산물의 생산량 감소
2. 인구 증가로 인한 곡물소비 증가
3. 유가상승으로 인해 석유를 대신할 대체 에너지중 하나인 바이오 연료 등의 활성화로 인한 수요의 증가 및 곡물 생산과 유통비용의 증가
4. 육류 소비의 증가로 인해 가축 사료 수요의 증가
5. 유동성 증가에 의한 투기 자본의 유입
6. 식량의 무기화
7. 거대 인구국가인 중국, 인도 등의 산업화로 인한 경제성장으로 곡물수요의 증가

등으로 인해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그에 따라 덩달아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왜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데 물가도 같이 상승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밀, 옥수수 등 곡류 가격이 상승한다 → 가축들은 곡류를 먹이면서 키우는데 곡류 가격이 상승하니 운영비가 상승한다 → 운영비가 상승하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 육류의 가격뿐만 아니라 우유 및 유제품들의 가격이 상승한다 → 과자, 빵을 만들때 필요한 유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니 이것들도 같이 가격이 상승한다 → 생필품의 가격이 상승하니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가 상승한다

이런 예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물가가 상승하는데 특히 식량 자립도가 낮은 나라일수록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타격을 입기가 매우 쉽다. 식량 자립도가 낮은 국가는 부족한 식량을 상당수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데 식량 가격이 오르더라도 굶어죽을수는 없으니 계속해서 식량을 수입해야하는데 생필품인 식량 가격이 올랐으니 덩달아서 물가도 함께 상승하는 것이다. 식량이 생필품인점을 이용해서 식량을 무기화하여 외교에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거.

A국가 : 어허 빨리 자동차 시장을 여시죠.

B국가 : 그럴 순 없소. 자동차 시장을 열면 우리나라는 망한단 말이오.
A국가 : 오호 그렇소? 그럼 이제부터 당신 나라에 식량 수출을 중단하겠소.
B국가 : 헉..... 알겠소 시장을 열면 될거 아니오.

이런거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나긴 하지만 신경쓰진 말자.

첫번째로 유의해야 할 점은 애그플레이션이란 논리적으로 정립된 개념이라기보다 언론의 수많은 신조어 중 하나일뿐이라는 것이다. 유류, 원자재, 곡물의 국제가격은 급변동하기 마련인데, 이는 이러한 품목들이 오늘날 금융적 투기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그 가격수준이 국제적 수요의 추세적 증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화이트 노이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번째로 생각해야 할 점은 이러한 곡물류로 인한 가격앙등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때 두가지 사항이 문제가 된다. 하나는 각종 연기금의 생계비 조정문제이고, 둘째는 인플레이션의 진압 여부다.

생계비조정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곡물가격 상승이 일회적이건 아니건 소비의 부담은 그만큼 상승하는 것이고 따라서 생계비조정대상인 연기금의 수급액은 현실의 인플레이션 상승만큼 추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진압해야 하느냐는 매우 미묘한 문제다. 곡물가 앙등으로 소득수준의 저하압력이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통화긴축을 하다가는 소득수준의 하방압력이 더욱 극심해진다. 대체로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바는 유류가, 곡물가 등 변동성이 극심한 품목의 효과를 제거한 코어인플레이션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애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에 의해 진압되어져서는 안된다.

마지막은 비경제적인 영역으로 애그플레이션이 지정학적 격변을 초래할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중동 민주화의 도미노 현상은 밀 작황의 문제로 러시아가 밀의 수출을 막은데서 상당부분 연원한다. 빵과 서커스를 제공할수 없는 독재자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군부 독재자가 피를 부르며 그 자리를 유지하건, 새로운 회교 원리주의세력이 등장하건 미국과 이스라엘은 골머리를 싸매게 된다.

비슷한 예로는 수산물 가격을 인용한 피쉬플레이션이 있다. 그냥 농산물과 수산물의 차이이지 별반 다를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