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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판례인 대법원 1986.10.28. 선고 86도1406 판결의 별칭(...)
1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소속 중대장의 당번병으로서 근무시간중은 물론 근무시간 후에도 밤늦게 까지 수시로 영외에 있는 중대장의 관사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 자녀들을 보살피며 중대장 또는 그 처의 심부름으로 관사를 떠나서까지 시키는 일을 해오던 중 이 사건 당일밤에도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관사를 지키고 있던중 중대장과 함께 외출나간 그 처 박태자로부터 같은날 24:00경 비가 오고 밤이늦어 혼자서는 도저히 여우고개를 넘어 귀가할 수없으니, 관사로부터 1.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여우고개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당번병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로 생각하고서 여우고개까지 나가 동인을 마중하여 그 다음날 01:00경 귀가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와 같은 피고인의 관사이탈 행위가 중대장의 직접적인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번병으로서의 그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게 수긍되고 거기에 소론 사실오인이나 무단이탈죄에 있어서의 위법성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상고이유) 논지는 이유없다.
간단히 설명하면 중대장의 처가 밤늦게 들어오느라 혼자 가기 어려우니 당번병을 부르자 당번병이 우산들고 씌워주고 온 사건. 당연히 무단이탈이다. 그리고 당번병이 무단이탈을 하도록 당번병을 방치한 중대장은 그에 따른 군법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2 법리적 설명
당번병의 행위는 무단이탈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피고는 당번병으로서 중대장 처를 마중나가는 것도 임무에 해당한다고 믿었기에당번병을 소개시켜줬고 그런만남이 있은 후로부터 만일 이것이 당번병의 임무였다면 위법성조각사유인[2] 형법 20조 정당행위[3]에 해당한다. 당연히 중대장 처를 마중나가는 것은 당번병의 임무가 아니므로 형법 20조의 정당행위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당번병은 그게 임무라고(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 믿고(의 착오) 행동했는데 그냥 처벌하는 건 무리가 있으니 이 경우도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례[4] 즉, 합법이다 당번병이 무죄가 되었다는 말이다.
쉽게 풀이하자면 당번병은 중대장의 아내를 마중 나가는것도 당번병으로써의 임무라고 믿고 움직였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지만 당번병으로써 중대장의 가족의 수발을 들어주는 일이 있었던만큼[5]그는 중대장의 아내를 데려오는 것도 당번병으로써의 임무라고 생각했기에 이걸 무조건 위법이라고 몰아 붙일수가 없다는 얘기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위전착)이 사법시험에 워낙 단골로 출제되는 문제라 중요성이 높은 판례인 데다 여우고개라는 지명이 주는 임팩트가 강렬해서 여우고개 사건이라고 불리면서 법덕들 사이에서 존성대명을 떨치고 있다(...)
3 뒷 이야기
뭇 군필 법덕들의 의심을 사고 있는 점은 당번병이 저 정도의 일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고 위에서도 묵인하는 부분이었다는 점이다. 기소가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는 뜻이다.[6] 물론 굳이 대법원까지 가서 다퉈야 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에 "중대장의 부인이 당번병과 놀아났고 열받은 중대장이 당번병을 조지려고 수작을 부렸다" 는 설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는 소수설이지만 제법 설득력이 있어 곧 통설의 반열에 오르리라 기대된다. 좀 순화된 버전으로 중대장이 처와 대판 싸워서 혼자 돌아왔는데 나중에 보니 처와 당번병이 같은 우산 쓰고 들어오자 분노해서 고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번병은 이 사건 이후 몇 번의 논란이 더 있은 뒤 정식 편제가 사라졌으나[7] 당번병 항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편제만 없어졌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 연대장 이상 직급에는 부관이 존재하며 대대급에도 대대장 통신병과 운전병이 예전의 당번병들이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기 때문.[8] 중대장의 경우에는 사실상 중대 교육계나 통신병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전히 제2, 제3의 여우고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 ↑ 실은 2000년대 초반에 발간된 신동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형법 교수의 "판례교재 형법총론" 에서는 중요한 판례를 소개하면서 일일이 붙여진 재미있는 이름 가운데 하나다. "여우고개 사건", "삐끼 주점 사건" 이니 "천지창조 사건" 그리고 "고개 끄덕끄덕 사건(이른바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판례로서 10.26 사건에 연루된 김계원씨에 관한 것이다)" 이니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신동운 교수의 탁월한(?) 작명방법을 그대로 따라서 신림동의 사법시험 형법강사인 신호진 박사가 자신의 저서인 "형법요론" 에 반영하였다. 소위 리딩 케이스에서는 신동운 교수가 붙여준 별명을 그대로 쓰지만 비중이 약한 판례나 최신 판례의 경우 신호진 박사가 독창적으로 별명을 지어준 사건이 많이 있다. 친해지면 응해주겠다 사건이라든가...
- ↑ 조각(阻却): 물리치거나 방해함(표준국어사전). 즉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
- ↑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 대표적인 학설은 고의설, 소극적구성요건표지이론, 엄격책임설, 구성요건 유추적용설, 법효과 제한적 책임설이 있고 법효과 제한적 책임설이 다수설이다. 판례의 태도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엄격책임설과 유사하지만 엄격책임설에서는 책임이 조각되는데 반해 판례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태도를 취해 차이가 있다.
- ↑ 상술했듯이 근무시간 중은 물론 근무시간 후에도 밤늦게까지 수시로 영외에 있는 중대장의 관사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 자녀들을 보살피며 중대장 또는 그 처의 심부름으로 관사를 떠나서까지 시키는 일을 해오던게 있으니..
- ↑ 위 판례에 아예 대놓고 집안일이나 심부름은 물론 자녀들까지 돌보아주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 ↑ 원래 중대장급이 원칙적으로 당번병을 거느릴 수는 없다.
- ↑ 실제로 상당수의 대대급 부대에서 대대장 당번병이 대대장 전속의 통신병/운전병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인 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