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라시 이치로

五十嵐一郎

피안도에 등장하는 인물. 구 일본 육군 군의관 중좌(=중령).

미야모토 아츠시보다도 좀 더 근원적인 마을의 비극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피안도에 살고 있다는 흡혈귀 일족의 소문을 들은 일본 군부에서 당시 태평양 전쟁에서 패색이 짙던 전황을 만회해보기 위해 흡혈귀 일족의 힘을 잘 이용하면 불사의 병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연구를 위해 이가라시를 지휘관으로 하는 일본군 부대가 피안도에 파견되었다.

이가라시는 흡혈귀 일족을 강압적으로 연행하여 잔혹한 인체 실험을 되풀이하였으나 별 성과는 없었고, 그 와중에 쥐에게 서로 다른 흡혈귀의 피를 넣으면 신체가 급격히 변형됨과 동시에 막강한 힘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른 흡혈귀들에게 실험을 되풀이했으나, 흡혈귀의 혈관에 다른 흡혈귀의 피를 넣을 경우 거의 대부분은 거부반응에 의해 신체가 폭발하게 되었다.

이때 미야비가 스스로 인체실험을 자청하였고, 이가라시는 미야비에게 다른 흡혈귀 3인분의 피를 집어넣는 실험을 강행하여 결과적으로 미야비를 불사신 흡혈귀로 만들어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미야비의 피는 다른 인간에게 닿을 경우 그 인간을 흡혈귀로 만들어내는 전염성까지 띄게 되었고, 미야비의 피를 뒤집어쓴 연구원들이 흡혈귀가 되고, 그 연구원들에게서 튄 피가 다시 부상을 입은 병사들에게 감염되어 흡혈귀가 되어 흡혈귀의 무한 증식을 이끌어내고 만다.

이가라시는 전 부대원들을 비상 소집시켜 이렇게 만들어진 흡혈귀들을 진압하지만, 문제는 깨어난 미야비였다. 이미 불사의 상태가 된 미야비에게 이가라시를 제외한 병사들은 모두 사망하였고, 이가라시는 마지막으로 미야비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빼앗는 백신 501을 같이 잡혀와 있던 흡혈귀 일족 중 하나인 아오야마 류노스케의 도움으로 사용하여 미야비를 죽일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이가라시는 패색이 짙은 일본의 전황상 미야비를 살려 두면 언젠가 다시 써먹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친 생각을 하게 되고, 류노스케를 설득하여 미야비를 냉동고 안에 봉인하게 된다. 이후 이가라시는 연구소 지하실에서 미군의 폭격을 받아 갇히게 되고, 탈출구를 찾아 방황하다가 탄광 안으로 들어가 흡혈귀가 된 병사들의 습격을 받고 흡혈귀가 되어 60년간 탄광에서 생활하게 된다. 60년간의 탄광 생활로 다른 흡혈귀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게 되었고, 이가라시는 미치지 않기 위해서 유일한 희망으로 백신 501을 마시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는 희망(물론 사실은 아니지만)을 갖고 버텨오게 된다.

그러다가 백신 501을 찾아 탄광 내로 들어온 미야모토 아키라 일행의 길안내 역을 담당하게 된다. 60년간 탄광에서 살아오는 동안 강인했던 성격도 생존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비굴한 성격으로 바뀌었고, 근본이 흡혈귀인지라 여러 가지로 주인공 일행의 뒤통수를 치기는 하지만 별 탈 없이 아키라 일행을 안내하여 백신 501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지만, 도착한 곳에서 흡혈귀가 된 아츠시의 한칼에 목이 날아가 사망한다.

일본 군국주의적 사고에 찌들어 있으며 인체실험을 감행하는 등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질렀지만, 최소한 괴물을 만들어낸 책임은 잊지 않고 그 마무리를 짓기 위해 노력은 했던 인물. 결과적으로 비뚤어진 애국심이긴 했지만 사명감 또한 강했다. 그리고 후회하면서 전쟁이 끝나면 평화롭게 살고 싶어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미야비를 죽이지 않음으로서 피안도의 비극을 제공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는 인물이다.

참고로 흡혈귀가 되어 아키라 일행을 만났을 때의 상태는 골룸 그 자체다. 구부정하게 네 발로 걸어다니며, 아키라에게 '나리'하고 극존칭을 하며, 거기에 난폭한 성격과 비굴한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냥 골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