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바시 부모 살인사건

2005년 일본에서 발생한 사건.

1 사건의 개요

2005년 6월 20일 오후 4시 40분경, 도쿄도 이타바시의 한 건설회사 직원 기숙사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경찰이 폭발이 일어난 집으로 진입해보니 현장에는 44세의 남성과 42세의 여성이 죽은채로 쓰러져있었다. 경찰의 조사결과 이들은 직원 기숙사를 관리하는 관리인 남편과 그의 아내로 밝혀졌다. 처음에는 가스 폭발로 이들이 죽은것으로 여겨졌으나, 이들의 시신을 자세히 살펴보니 몸 곳곳에서 구타당한 흔적이 나타났다. 또한 부검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구타와 칼에 찔린것에 의한걸로 드러났다. 가스 폭발은 전열기에 타이머 발화장치가 되어있어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전열기에 불이 붙고 그로 인해서 집에 가득찬 가스에 닿아서 폭발이 일어났던걸로 밝혀졌다.

이들 부부에게는 15살의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었지만 문제는 이 아들의 행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경찰이 집을 수색해보니 15살 아들의 방에서 피묻은 티셔츠와 청바지가 발견되었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15살 아들이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거나 사건의 범인일것이라 판단하고 아들의 행방을 추적했다. 결국 아들은 사건 이틀후 쿠사츠 온천에서 발견되어 경찰에게 체포되었다. 경찰의 추궁끝에 아들은 자신이 부모를 죽였다고 실토했다.

2 사건의 원인

아들은 도쿄도 오메시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불단 만드는 일을 했고 할머니은 오코노미야키 장사를 했으며 아버지는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어릴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96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전자제품 매장일을 접으면서부터 아들에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부모는 건물관리와 급식및 청소를 대행하는 용역회사에 취직했고 에도가와의 한 회사 직원 기숙사에 파견되었다. 아들도 부모를 따라서 에도가와로 가서 살게 되었다.

그런데 불과 1년만에 부모는 에도가와에서 사이타마현 토다시의 한 회사 직원 기숙사로 옮기게 되었다. 아들은 어릴때부터 건물 관리를 하는 부모를 돕는 착한 아이었지만 점점 건물관리일에 시간을 뺏기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게 되었다.

어느날 우연히 어머니가 TV에서 영재를 소개하는것을 보면서 "우리 애는 옛날엔 다른애들하고 다르게 똑똑했는데 요샌 왜 저럴까?"라고 우연히 내뱉은 말을 듣고 아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부모님을 열심히 돕느라 공부할 틈이 없어서 성적이 떨어진것이었는데... 이때부터 아들은 부모에게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부모와 도쿄 디즈니랜드에 갔다왔다고 자랑했지만 이 아들의 부모는 놀러갈 틈도 없었기 때문에 아들의 불만은 점점 쌓여만 갔다.

2002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졸업문집에 "전입"이라는 제목의 수필을 냈다고 한다. 내용은 "모처럼 친해진 친구들을 놔두고 전학을 가게 되어서 많이 슬펐다"라는 것. 어린 나이에 잦은 전학과 부모의 무신경에 상처를 받았음을 드러냈지만 부모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았던걸로 보인다.

이듬해인 2003년 4월, 부모는 사이타마현 토다시에서 도쿄도 이타바시의 건설회사 직원 기숙사로 옮기게 되었다. 또다시 전학을 가게 된것에 대해서 아들은 심한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게다가 아버지가 다시는 전학가는 일이 없을거다라고 말했던지라 더욱 그랬다고.

중학생이 되었지만 아들에게 달라진건 없었다. 주말은 물론 여름방학에도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건물 청소 및 각종 잡일을 했지만 아버지는 힘들다면서 아들에게 일을 시키고는 자신은 손님방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한가롭게 TV를 보았다고 한다. 그 모습에 아들이 "다른 집 애들은 이정도까지 일하지 않는다. 왜 나만 이래야 하나"라고 아버지에게 따졌더니 아버지는 "바보냐! 자식은 원래 부모의 일을 돕는거다!"라면서 고함을 쳤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들이 중학생이 될 무렵부터 어머니는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지고 죽고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아지지 않는 생활에 지쳐 우울증에 걸린것이었으나 아들이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힘내라고 해도 자신을 내버려두라고 거부했으며 아버지는 우울증에 걸린 아내의 모습에 밥맛 떨어진다면서 따로 식사를 차려서 먹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아들은 점점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해 겨울부터 친구들과 빈집에 들어가서 놀다가 경찰에게 붙잡히기도 했고 그런 아들을 아버지는 경멸하기 시작했다. 부자간의 사이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2005년, 성적등의 문제로 아들은 도립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집안일때문에 동아리 활동같은건 엄두도 못냈고 학교에서 친구들도 사귀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얌전하고 성실한 애라는 평판을 들었다고 한다.

사건 전날인 6월 19일 밤 11시경, 아들은 TV를 보고 있었는데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아버지가 그걸 보고 노발대발하면서 "넌 공고생이니까 더 공부해야 할판에 뭐하고 있느냐"고 고함을 쳤다. 아들이 "아버지는 공고 중퇴했으면서 나한테 뭐라느냐"라고 따졌고 화가 치솟은 아버지는 "이놈아, 난 너와 머리 차원이 다르다"라면서 아들의 머리를 후려갈겼다고 한다. 이때문에 아들은 부모를 죽여버려야 겠다'라고 결심했다고 한다. 아버지에겐 분노가 있었고 매일 죽고 싶다는 말만 내뱉는 어머니에겐 소원대로 편안하게 해주자는 생각이었다고.

사건 당일, 어머니는 외출했고 아버지는 잠든 상황이었다. 아들은 먼저 아버지가 혼자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아령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6,7회 가격해 살해했다. 이어 부엌에 가서 칼을 가져온후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외출하고 돌아온 어머니를 칼로 찔렀다. 어머니는 즉사하지 않고 아들을 피해서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아들은 쫓아가서 찌르고 또 찔렀다. 결국 어머니는 남편이 살해된 방에 들어가서 절명했다.

어머니를 찌르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탓에 즉시 근처 약국에 가서 붕대를 사다가 손을 감고 집으로 돌아와서 TV에서 봤던걸 따라해서 전열기 위해 살충제 스프레이 캔을 올려놓고 바닥에는 식용유를 뿌렸다. 그리고 타이머로 4시간 뒤 전열기가 켜지도록 장치한뒤 집을 나섰다.

이케부쿠로의 극장에 가서 배트맨 비긴즈를 본 다음, 우에노역에서 기차를 타고 나가노현 카루이자와로 향했다. 그날 밤은 카루이자와의 호텔에서 잔 뒤, 다음날 카루이자와에서 군마현 쿠사츠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곳에 있는 쿠사츠 온천 여관에서 체크인했다. 어려보이는 소년이 혼자 여행하는것을 여관 직원들이 이상하게 여길까봐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여행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숙박부에는 가명을 썼다. 하지만 문제는 숙박부에 주소는 자신이 살던 이타바시의 주소를 그대로 적어버렸고 이게 결국 이 소년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우연히 여관 직원이 뉴스를 보다가 이타바시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을 보게 되었고 사건이 일어난 곳의 주소가 낯이 익다고 생각한 여관 직원이 숙박부를 뒤져서 아들이 적은 주소를 찾아냈던것. 여관 직원은 이 소년이 폭발 사건의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경찰에게 신고했다.

22일 아침, 여관 직원은 이 아들에게 아침 식사를 가져가서 "네가 이타바시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의 범인이 맞지?"라고 물었고 아들은 모든게 들통났다는걸 깨닫고는 순순히 "내가 했다"라고 시인했다고 한다. 이어 출동한 경찰이 아들을 체포했다.

3 사건 이후

아들은 경찰에게 "부모는 날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였다"고 담담하게 진술했다. 아버지는 자신을 바보 취급했고, 어머니는 힘든 일에 늘 죽고싶다고 해서 죽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집을 수색하다가 통장을 하나 찾아냈다. 그것은 아들의 명의로 된 통장이었는데 알고보니 어머니가 몰래 아들 명의로 통장을 만들고 저축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이 이 통장을 아들에게 보여주자 아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05년 11월 9일, 도쿄 지방법원에서 아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당초 아들의 나이가 15살의 미성년자인지라 가정법원에서 재판해야 했으나, 가정법원은 사건이 잔인하고 흉폭하기 때문에 가정법원에서 일반적인 청소년 범죄로 처벌할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일반 법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아들은 "부모님이 16년동안 길러주셨는데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다"라고 후회하는 진술을 했다. 변호인단은 사건의 원인이 아버지의 강압적인 양육행태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들의 게임기를 여러번 집어던지거나 아들을 강아지와 함께 골판지 상자안에 집어넣어버린다던지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하며 어느날은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책상에 자살에 대한 책이 놓여져있었는데 아버지가 놓고 간것이었다고 한다. 아들은 이걸 보고 "나보고 자살하라는 소리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었다고 한다. 게다가 아들의 방에 뱀과 이구아나를 풀어놓고 같이 살라고 하거나 아버지가 자신이 할일을 대부분 아들에게 떠넘기는등의 일도 있었다고 한다.

2006년 8월 30일, 검사는 15년형을 구형했고, 아들은 최종진술에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지고 슬퍼진다. 아버지가 했던 일은 지금도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더이상 밉지는 않다"라고 진술했다. 12월 1일 지방법원 선고에서 "아들이 충분히 반성하고 있지 않아보인다"라면서 징역 14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아들은 항소했고 2007년 12월 17일 도쿄 고등법원의 선고에서 "사건의 원인은 아버지의 강압적이고 기행적인 일들로 인한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1심 판결은 너무 무겁다"라면서 12년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이 아들의 삼촌은 "이 아이를 아들로 삼고 내 아들처럼 키우고 싶다"라고 진술해 아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들은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 어린이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장래 희망을 밝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