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사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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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스네이크, 씬 리지, 블루 머더를 거친 방랑의 뮤지션


깁슨 레스 폴 커스텀 기타와 마샬 JCM800 앰프의 전형적인 조합을 바탕으로 그가 뿜어내는 폭발적인 기타 사운드는 1980 ~ 1990년대 하드 록과 헤비메탈을 정의하는데 결코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우람한 체격, 잘 생긴 얼굴에 긴 금발머리 휘날리며 숱한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는 이 전형적인 마초형 기타리스트는 누구보다도 많은 밴드를 거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은 바로 존 사이크스이다.

존 사이크스는 1959년, 해마다 여름이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록 페스티벌인 '레딩 페스티벌'이 열리는 영국 버크셔주의 레딩에서 태어났다.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열네 살 때인 1973년 가족을 따라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아버지와 숙부가 사업차 스페인 이비자섬에 있는 디스코텍을 인수하면서 가족 모두가 이민을 떠나게 된 것이다. 그 때 스페인어를 전혀 몰랐던 존 사이크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그의 재능은 놀라운 것이어서 실력은 일취월장했으며 오래지 않아 학교 무대를 주름잡게 되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로컬밴드인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에 가입해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곧 제니퍼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둘은 연인 사이가 되었지만 제니퍼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떠났고 충격을 받은 존 사이크스는 한동안 기타를 버리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실의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TV에서 콜로세움Ⅱ의 연주 실황을 보다가 게리 무어의 기타 연주에 감동을 받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음악 씬으로 돌아왔다.

1980년 헤비메탈 밴드 타이거스 오브 팬탕(Tigers of Pantang)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프로 뮤지션의 길로 들어선 그는 1982년 유라이어 힙(Uriah Heep)의 프런트맨 출신인 존 슬로먼(John Sloman)이 새롭게 결성한 밴드인 배드랜즈(Badlands)에 가담했는데 여기서 훗날 화이트스테이크 시절 동료가 되는 닐 머레이를 처음 만났다. 그러나 배드랜즈는 별다른 활동도 없이 해체되었고 다시 무적자가 된 존 사이크스는 랜디 로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새로운 기타리스트를 찾던 오지 오스본의 오디션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그의 선택은 뜻밖에도 씬 리지의 마지막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었다.

1982년 필 리뇻의 부름을 받은 존 사이크스는 스노위 화이트의 탈퇴로 기타리스트 자리가 공석이 된 씬 리지에 전격적으로 합류했다. 그가 동경했고 영향 받았던 게리 무어가 한 때 재적했던 밴드라는 사실도 그의 가입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존 사이크스는 씬 리지의 마지막 정규 앨범인 「Thunder And Lightning」 녹음에 참여했고 1983년 밴드의 마지막 월드투어에도 함께 했다. 당시의 공연실황은 라이브 앨범인 「Life」에 담겼고 씬 리지는 이 투어를 마친 직후 해산했다.

씬 리지 해산 후 필 리뇻의 솔로 투어에 동행하기도 했던 존 사이크스는 1983년 딥 퍼플 출신의 걸출한 보컬리스트 데이빗 커버데일이 이끌던 화이트스네이크에 합류했다. 화이트스네이크는 1976년 처음 결성되었는데 데이빗 커버데일과 마찬가지로 딥 퍼플을 이탈한 리치 블랙모어가 이끌던 레인보우와 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84년 딥 퍼플의 재결성을 위해 이언 페이스, 존 로드 등이 밴드를 떠나자 화이트스테이크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부터 눈여겨 보아두었던 존 사이크스를 영입했다. 이 때 실력파 드러머 코지 파웰도 함께 가입해 화이트스네이크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존 사이크스는 화이트스네이크 시절 두 장의 앨범에 참여했다. 1984년작인 앨범 「Slide It in」에서는 〈Love Ain't No Stranger〉라는 히트곡이 나왔고 이어진 월드투어는 1985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에서 10만 명의 관객이 운집했던 'Rock in Rio'의 감동 속에 마무리되었다. 차기작인 그룹 동명 앨범 「Whitesnake」(유럽에서는 「1987」로 발표됨)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무엇보다 데이빗 커버데일과 불화를 일으킨 코지 파웰이 먼저 밴드를 이탈했고 데이빗 커버데일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이 존 사이크스가 새로운 보컬과 앨범 작업을 계속하려 했던 것이 화근이 되어 두 사람 사이에도 갈등이 일어났다. 「Whitesnake」는 이렇게 난산을 거듭한 끝에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인 1987년에야 겨우 발표될 수 있었지만,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2위까지 오르며 미국 내에서만 800만 장 이상이 팔리는 빅히트를 기록했고 〈Still of the Night〉 〈Is This Love〉 〈Give Me All Your Love〉 〈Here I Go Again〉 등 히트곡도 쏟아져 나와 밴드에게 가장 큰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존 사이크스는 앨범 전반에 걸쳐 기타 연주 뿐만 아니라 곡 작업에 있어서도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성공에 최대의 공을 세웠지만 정작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밴드 최고의 히트곡 〈Here I Go Again〉에서 기타 솔로를 연주한 것은 존 사이크스가 아니라 데이빗 커버데일이 그를 대신해 기용한 후임 애드리언 반덴버그(Adrian Vandenburg)였다.

결국 화이트스네이크와 결별한 존 사이크스는 1988년 바닐라 퍼지출신의 드러머 카마인 어피스와 더 펌의 베이시스트 토니 프랭클린(Tony Franklin)과 함께 슈퍼 그룹 블루 머더(Blue Murder)를 출범시켰다. 당대의 실력파 테크니션들이 모인 블루 머더는 크림 이후 역사상 최강의 3인조로 주목받으며 화제 속에 데뷔 앨범 「Blue Murder」를 발표하고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차기작 「Nothin' but Trouble」(1993)이 예상외로 실패하면서 그만 단명하고 말았다.

1994년 블루 머더 해산 이후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들어간 존 사이크스는 1996년 씬 리지의 재결합에 합류해 기타리스트로서뿐만 아니라 필 리뇻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보컬리스트의 역할까지 대신하며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한편 솔로로서의 활동도 이어갔다. 2004년 일본 라이브 실황을 수록한 「Bad Boy Live!」는 그가 왜 정상의 하드 록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지를 증명해주는 명 라이브 앨범이다. 2009년 자신만의 음악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시 씬 리지를 탈퇴했고 드림 씨어터 출신의 명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Mike Portnoy)와 손잡고 새로운 하드 록 프로젝트를 결성하게 된다. 2011년 클래식 록 전문 채널 VH1 프로그램 That Metal Show에 출연하여 신곡들을 공개한 바 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무산되고 그의 후임은 리치 코젠(Richie Kotzen)이 대신하게 되어 이후 록 음악계 최고의 슈퍼 그룹이 되는 와이너리 독스(Winery Dogs)로 발전한다.

2013년 존 사이크스가 5번째 정규 솔로 앨범에 수록할 곡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미 30트랙(!) 이상의 신곡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듬해 신곡으로 추정되는 샘플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었지만 아쉽게도 2016년 현재까지 새 앨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사용장비
기타

  • 1978 Les Paul Custom(Black)- Dirty Finger 픽업- 이후 깁슨 사의 픽업인 57클래식 픽업으로 교체
  • 1959 Les Paul Sunburst- 앨범 "Loveland" 표지에서 사용.
  • 1961 Fender Stratocaster- 화이트스네이크의 "Is this love" 레코딩 때 사용

앰프

  • Mesa Boogie Coliseum heads- 같은 회사의 Mark 3의 프리앰프와 동일하나 다른 진공관을 사용하는 모델, 1987 앨범 레코딩에 사용
  • Marshall JCM 800- 주로 씬 리지 시절이나, 최근 10년간 사용 중

이펙터

  • Yamaha SPX900
  • Lexicon PCM41
  • H&H V800Mos-Fet
  • 랙형 Dunlop Crybaby


존 사이크스는 게리 무어를 비롯해 에릭 클랩튼, 리치 블랙모어, 자니 윈터 등의 음악에 영향을 받아 블루스에 기반한 정통 하드 록 기타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는 가장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헤비메탈 기타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 스윕 피킹이나 태핑 등 전형적인 속주 기법을 즐겨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정통 얼터네이트 피킹과 핑거링만으로도 대단한 속주를 선보인다. 이밖에 피크와 오른손 엄지를 함께 사용해 만들어내는 독특한 하모닉스와 벤딩 역시 그의 대표적인 연주 기법이다. 유려한 레가토 프레이즈와 게리 무어의 영향이 느껴지는 필 충만한 어프로치도 강점이다.

존 사이크스는 깁슨 레스폴 커스텀 기타의 신봉자이다. 마샬 JCM800 앰프에 물려 뽑아내는 레스 폴 커스텀의 묵직한 중저음은 그가 레스폴의 장점을 가장 잘 살려내는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이유를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