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틀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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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커틀러스(Cutlass)는 해군용의 함상전투용 짧은 도검이다.

2 기원

커틀러스라는 영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1594년이다. 이 단어는 제노바어 Cotelasso 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16세기를 거치면서 이 단어는 짧고, 넓은 날에, 휘어진 칼을 뜻하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로 정립되었다. 프랑스에서는 coutelas 혹은 coutelace 로 표기되었으며 근대에는 couteau 로 쓰였다.

커틀러스의 기원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첫번째는 북유럽에서 등장한 외날도인 색스(Seax)우리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다를 기원으로 하여 발생한 펄션(Falchion)의 디자인을 계승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휘어진 칼을 주력으로 사용하던 오스만 투르크를 비롯한 이슬람 세계의 도검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느쪽이든 나름대로의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되는데, 적은 곡률과 짧은 크기는 북유럽에서 기원한 펄션,메서의 특징인 반면,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휘어진 형상은 이슬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도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펄션이 그러했듯이, 양자의 영향을 함께 받은 것으로 보인다. 16세기에 정립되고 17세기부터 정형화되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3 특징

커틀러스는 짧고 넓은 날에 길이에 비해 무거우며 외날이다. 대략적으로 70~80cm정도의 길이에, 무게는 1kg정도 되거나 그보다 좀 덜 나가는 정도. 90~100cm의 장검과 비슷하거나 약간 가벼운 수준의 무게이다. 날의 폭은 대략 20mm대 후반~40mm대 후반 정도로 본격적인 절단용 도검의 너비를 가진다. 수치에 대한 예를 들 경우 미해군용의 M1860 커틀러스를 예로 들자면


Overall Length: 80.01cm
Blade: 64.77cm
Weight: 911g
P.O.B.: 4 1/4
Thickness: 4.6 mm - 3.2 mm
Width: 30.8 mm
Grip Length: 9.84cm

미해군 M1941 커틀러스의 경우에는

전체길이 : 75cm
칼날길이 : 63cm
자루길이 : 11.7cm
칼날두께 : 5mm
칼날폭 : 32mm
무게중심 : 가드에서 14.5cm
전체중량 : 955g

정도이다.

그 형상은 제각각인데 황동 주조로 통짜 손잡이를 가진 것도 있으며 1941/1917 커틀러스처럼 플라스틱이나 나무를 양쪽에 끼운 단순한 손잡이를 가진 것도 있다. M1860처럼 손잡이나 칼날의 형태가 M1860기병용 세이버의 축소판에 가까운 것도 존재한다. 세세한 형상은 제각각이며 대략적인 길이와 무게 정도가 커틀러스라는 도검을 규정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4 용도

커틀러스는 기본적으로 좁아터진 함상에서 백병전을 하기 위한 무기이다. 고대 로마 시절부터 주요 전술로 쓰일 만큼 해전의 중요 전법 중 하나가 상대의 배에 올라타 백병전을 벌이는 보딩(Boarding)전법이었는데, 현대의 함선도 그렇지만 훨씬 작은 중근세 함선들에서는 워낙 좁아 기존의 세이버나 장검류로는 백병전시 걸리적거리는 점이 많았다. 그래서 좁은 함상에서의 전투를 위해 보딩 웨폰(Boarding Weapon)[1]이라는 독특한 무기들이 개발되었는데 커틀러스는 그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커틀러스라는 단어의 기원이 지중해의 해상강국인 제노바에서 나왔다는 점도 이러한 기원을 뒷받침해주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커틀러스는 짧은 대신 베기의 위력을 늘리기 위해 비교적 넓은 날을 가지고 넉넉한 내구력을 가진 두꺼운 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커틀러스는 무기뿐만이 아니라 도구로써도 쓰였는데 베기에 적당한 특징을 살려 노끈이나 캔버스 천을 자르는 데에 쓰임은 물론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5 커틀러스 검술

현재까지 남아있는 커틀러스 검술들은 모두 세이버 검술을 원리의 변형 없이 그대로 적용시킨 검술이다. 따라서 커틀러스 검술에 관해서는 사브르 검술(Saber Exersice)문서를 참고할 것.

그러나 실제 커틀러스 전투의 양상이 저러했을지는 의문이다. 세이버 검술은 평평한 땅에서 이루어지며 상대로부터 긴 거리를 얻어내기 위한, 리치를 최대한 얻어내고자 하는 구조의 검술이고, 흔들리는 배와 좁은 함상에서의 싸움에서도 이익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근대 검술의 직선적인 보법은 앞으로 나가는 속도와 컨트롤은 뛰어나지만, 자세의 안정성은 다각적인 보법보다 떨어진다. 불안한 함상에서 통했을까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남아있는 커틀러스 검술은 그저 해군 병사들에 대한 훈련 지침이고, 실제 보딩 전투에서 벌어지는 커틀러스 검술의 양상은 크게 후려베고 치는 격렬한 형태의 싸움에, 검술훈련도에서 나오는 것처럼 왼손을 얌전히 뒤로 빼는 게 아니라 상대를 붙잡고 몸으로 밀어제치는 등의 과격하고 야성적인 싸움 검술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6 최후

커틀러스는 원래 보딩 전투에서 쓰이는 물건이었으므로, 보딩 전투가 사라지면 당연히 소멸되는 것이 이치였다. 19세기 중후반까지만 해도 목제 범선이나 차륜선들이 해전의 주역이었으며 대포의 사거리가 그렇게 길지 못했고 따라서 백병전의 여지가 많았지만, 19세기 후반에 걸쳐 대포의 사거리가 급격히 증가하고 목선에서 강철 장갑을 갖춘 철선으로 전투함의 대세가 변함에 따라 더이상 보딩 전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져 버렸다. 현대에서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하기 위한 부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전함에 탑승하고 있다가 상대의 배로 넘어가 싸우는 보딩 전투를 전문적으로 하는 부대인 것이다. 이렇게 전용 부대까지 있을 만큼 중요했던 보딩 전투가 사라지게 되면서 각 군대에서도 커틀러스의 중요도가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가 M1898"Klewang" 커틀러스를 제정할 만큼 19세기까지 커틀러스는 중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기병용 세이버와 마찬가지로 그 가치는 이미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해군이 M1860커틀러스를 제정하고 1917년까지 근 57년간 커틀러스의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은 것만 보아도 그러한 경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초 러일전쟁과 1차 세계대전의 함대전은 더이상 커틀러스 따위가 끼어들 수 없는 전형적인 원거리 화력전 양상을 보였다.

다만 1차 세계대전시 해군은(특히 영국) 봉쇄 작전 중 적국의 선박을 세워놓고 도선해서 수색하는 작업 등을 벌일때가 종종 있었다. 이때는 살벌해보이는 날붙이를 들고 있는게 심리적으로 적국 승무원들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었다. 때문에 커틀러스는 분명히 현역에서 계속 사용되었다.

이렇게 때늦은 1917년 미해군은 M1917커틀러스를 새롭게 제정하는데 만드는데 품이 많이 드는 m1860커틀러스와 달리 네덜란드의 M1898커틀러스를 무단복제한 물건으로써 손잡이 만드는 데에만 비싼 황동 부품이 다량으로 들어가고 손잡이에 철사까지 감는 M1860을 대신해 칼날을 손잡이 부분까지 통짜로 뽑고 손잡이는 프레스로 찍어낸 철제 가드에 나무조각 2개를 양쪽에서 끼우는 걸로 끝내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이러한 간단해짐이 커틀러스의 푸대접(비싼 커틀러스따윈 용납할 수 없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인데, 굳이 새로운 커틀러스를 제정한 데에는 의문이 많지만 1차대전에서 보여진 참호전 양상과, 그에 따른 좁은 곳에서의 백병전 무기의 필요성에 부응한 것으로 여겨진다.[2]


M1917과 M1941의 차이. 가드에 구멍이 난 게 M1941이다.

M1917커틀러스는 폐지되지 않고 유지되다가 디자인에 일부 변형을 가하여 M1941이라는 제식명을 받아 재생산된다. 굳이 재생산된 이유는 일본군의 일본군도 칼질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미해병대를 비롯한 미군에서는 이러한 일본군의 군도에 대항하여 지급된 정글도를 활용한 커틀러스 검술을 가르쳤다. M1941 커틀러스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어서, 인천 상륙작전 당시 미 해병대 공병 부사관이 북한군을 이 M1941 커틀러스로 베어 죽인 전적이 있다고 한다. 이후 M1917은 1949년에 퇴역, M1941은 한국전 종전 3년 후인 1956년 생산이 중지됨으로써, 400년에 걸친 커틀러스의 역사는 막을 내린다.

7 관련 문서

  1. 창의 절반 길이로 줄인 하프 파이크(Half pike), 뱃전에 걸수 있도록 도끼날 뒷부분이 패인 형태의 보딩 액스(Boarding axe), 날반 자루반의 사람 키만한 무기로써 일격에 허리를 끟어 버린다는 보딩 나이프(Boarding Knife)등 여러 가지이다.
  2. 그렇다 해도 굳이 채용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이러한 참호전이 미래 전쟁에서도 여전히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 마지노선이라는 희대의 삽질도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