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er Exersice
유럽의 군용검 세이버를 사용한 검술.
목차
1 개요
휘어진 기병용 마상도검인 세이버(Sabre)의 기원은 9세기경 오스트리아 동부를 침공한 기마민족 마자르인에게서 기원하며, 이들이 정착해서 세운 나라인 헝가리에서 이것을 사용하는 검술도 등장하였다. 그러나 연구의 부족으로 16세기 이전의 검술이 어떠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16세기의 여러 검술문서에서는 동유럽, 아랍인, 투르크인들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휘어진 칼과 버클러를 함께 사용하는 삽화가 있으며 상대의 손목 안쪽을 베어내는 기술을 묘사하고 있다.
17세기에는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에 헝가리 검술과 세이버의 이전 타입인 사블라(Szabla)가 많이 퍼져있었다. 서유럽에서도 이 세이버와 관련 검술은 접했으나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후반부터로, 중기병이 몰락하고 기병의 기동전술이 더욱 중시된 시대에 해당한다. 이때에는 유럽에서도 한손으로 사용하는 기병도검이 사용되었으며 브로드소드(Broadsword)라고 불렸다. 이것을 사용하는 브로드소드 검술(Broadsword Exercise)이 이미 독자적으로 존재했으며 서유럽식의 검술 이론과 헝가리 검술이 결합하여 융합되면서 18세기부터는 동서유럽을 불문하고 대동소이한 검술 시스템이 정립된다. 이 검술은 세이버-브로드소드 둘다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고 군대용으로써 배우기 쉽게 만들어진 점이 특징이었다. 이것이 흔히 세이버 검술(Saber Exercise)라 부르는 종류이다.
기병을 위한 마상검술과 보병장교 및 부사관, 말에서 내린 기병들을 위한 지상검술이 따로 존재했으며 기병들도 가능한 한 지상검술을 먼저 배우고 마상검술을 배우도록 가르쳤다. 당시에는 세이버 검술은 군인들, 에페 검술은 민간인들의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민간 결투용으로 스몰소드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민간 펜싱스쿨에서도 활발하게 교습되었다. 이미 18세기부터 기병전투를 제외하면 칼끼리의 접전은 흔치 않았으므로 보다 높은 수준의 검술은 이런 펜싱스쿨의 마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매일매일 대련을 하기 때문이다. 존 가스파드 마르챤트처럼 군 장성이 검술을 정립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영국의 안젤로 가문처럼 민간 검술가들이 높은 수준의 경험과 시스템을 가지고 군대 검술의 제정과 개량의 참여하는 경우도 잦았다. 군인 세이버 검객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휴턴도 군경력은 용기병 대위까지만 복무했고 실제로는 펜싱스쿨에서 오랫동안 배운 경우였다.
18세기까지는 왼손으로 상대의 팔을 붙잡거나 가까이 들어온 상대에게 간단한 유술기를 거는 기술이 있었으나 군용으로 단순화를 거듭하면서 검만으로 공방하는 매우 단순화된 형태로 바뀌게 된다. 19세기 중반부터는 보병소총의 정확도와 사거리가 급상승함에 따라 기병의 도검전투도 점점 줄어들면서 군용으로 의미를 상실하고, 주세페 라델리(Guiseppe Radaelli)가 창시한 결투 전용의 세이버 검술, 통칭 이탈리안 펜싱의 영향이 점점 커진다. 세이버도 점점 경량화되어 이른바 근대 세이버 검술이라 부르는 종류는 현대 스포츠 펜싱의 사브르 검리와 공통점이 많다. 군용의 고전 세이버 검술과는 검리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알프레드 휴턴의 콜드 스틸이다. 1차 대전 이후로는 거의 대부분의 군대가 세이버를 폐지하고 스포츠 펜싱의 종목으로만 남았다. 다만 아직 중국 내몽골 자치구 같은 경우에는 국경방위대 소속의 기병대에서 총기와 더불어 세이버도 운용하고 있다고.
2 세이버의 구조
- 포르테&포이블(Forte&Foible) - 칼날을 절반으로 나누어 손잡이에 가까운 쪽을 포르테, 칼끝 방향을 포이블이라고 부른다. 포르테는 손잡이에 가까운 만큼 버티는 힘이 강하므로 상대의 칼을 받아내거나 밀어낼 때 이 부분을 쓴다. 방어와 힘싸움의 중추이므로 이 부분은 보통 칼날을 세우지 않는다. 포이블은 칼끝에 가까운 만큼 휘두를 때 원심력이 집중되는 부분이며, 실제로 상대를 찌르고 베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칼날을 날카롭게 세운다. 손잡이에서 먼 만큼 힘싸움에서는 불리하지만, 상대가 밀어붙일 때 이 부분을 갖다댐으로써 부드럽게 흘리고 반격하는 방법도 있다.
- 힐트&가드(Hilt&Guard) - 힐트는 손잡이와 가드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지칭한다. 가드는 손을 보호하기 위한 부분으로 고전에는 크로스가드(Crossguard)가 붙어있기도 했지만 18세기 이후로는 가드가 손잡이와 이어진 클로즈드 가드(Closed guard)가 대세가 되었고, 보다 더 잘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가드가 있다. 19세기 후반의 근대 세이버는 커다란 바스켓힐트를 가진 것도 있다. 가드는 상대의 칼을 받아내기 위한 부분이 아니며 방어는 반드시 포르테로 한다. 가드는 칼이 미끄러지거나 기타 다른 사고에서 손을 보호하기 위한 부분일 뿐이다. 칼이 맞닿은 바인딩 상황에서 가드를 밀어붙여 상대의 검을 차단하는 기법도 존재한다.
- 펄스 엣지(False Edge) - 칼등 쪽으로 세워진 칼날. 크고 무거운 고전 세이버 시절에는 검술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었다. 비교적 가볍고 칼끝이 빨라진 근대 세이버에 들어서는 이 부분을 이용해 기습적인 손목 공격 등을 수행할 수 있었다.
3 세이버 도보 검술
세이버 도보 검술은 브로드소드 검술과 동유럽 검술이 조합되어 탄생하였으나, 그 형태상 서유럽적 요소가 좀 더 강하다. 근본검리는 17세기 이후의 서양검술 경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현대 스포츠 펜싱에서 보이는 것과 동일한 90도각도의 발딛음, 직선적인 스텝, 몸을 옆으로 틀어 피탄면적을 최소화하고 간격을 최대한 얻고자 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브로드소드 검술에서 하이랜더들이 사용한 올드 스타일(Old style)에서 보이던 비교적 다양한 형태의 스텝이나 움직임에 비해 어느 정도 제한되고 경직된 형태를 보이는데[1] 18세기를 거치면서 군용검술화가 진척되면서 개인무술적인 측면보다는 빨리 교육할 수 있고 근본검리와 기본적인 내용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경향이 중시되었기 때문이다.
18세기부터는 세이버 검술이 군용검술로서 정립되어 유럽 어느 나라에서 교육하는 것이라도 작은 차이 이외에는[2]대동소이한 형태가 되었으며, 이때 이후로 세이버 검술이 군대에서 폐지되는 20세기 초까지 검리의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
3.1 스텝(Step)
- 스텝 - 오른손잡이라면 오른발이 전방을 향해 앞으로, 왼발은 발꿈치가 오른발 뒤로 가도록 해서 발끝이 왼쪽을 향하게 한다. 90도 각도로 벌린 상태가 된다. 왼발의 발꿈치와 오른발의 발꿈치는 선을 그었을 때 항상 같은 일직선상에 위치해야 한다. 왼발과 오른발은 원래 조금 떨어지는 것이 기본이나, 때에 따라 붙기도 한다.
- 1. 전진(To advance) - 펜싱 사브르에서는 마르슈. 앞발 즉 오른발을 먼저 전방으로 내딛고, 내딛은 만큼 왼발이 따라간다. 상대와의 교전시 간격을 잡고 정밀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세이버 보법의 기본이다. 뒤로 빠질 때는 왼발이 먼저 뒤로 가고 오른발이 따라간다.
- 2. 보통걷기(To pass) - 펜싱 사브르에서는 파스. 뒷발 즉 왼발이 오른발 앞으로 나오고, 다시 오른발이 왼발 앞으로 나와 원래 자세로 돌아가며 전진한다. 패싱 스텝에서는 두가지 종류가 있으며, 하나는 기습적인 반격을 가할 때 쓰는 스텝으로 평범한 걷기처럼 왼발이 앞을 향하며 나아가고 몸의 왼쪽이 앞으로 나오는 것이다. 기습적으로 적의 총검이나 창을 잡아챌 때 쓰이고, 대각선으로 전진할 경우 상대의 중심선에서 벗어나면서 공격을 가하는데 응용이 가능하다. 나머지 하나는 검술적 스텝으로, 상대를 견제하면서 먼 거리를 진퇴할 때 쓰인다. 왼발이 측면 90도를 향한 채로 오른발 앞으로 가며, 오른발은 전방을 향한 채로 다시 왼발 앞으로 나간다. 몸은 항상 오른쪽이 앞으로 나와 있고 칼은 상대를 향한 채로 움직이게 된다. 뒤로 빠질 때는 반대로 수행한다. 이 기법은 상대의 간격에서 급하게 빠지면서 검을 피하고 반격을 가하는 데에 좋은데, 상대의 베기를 피할 수 없는 간격에 자신이 위치하여 쉬프트를 해도 피할 수 없을 때 주로 사용한다. 뒤로 크게 빠지게 되므로 상대의 베기는 헛나가며, 다시 전방으로 진출하면서 반격하게 된다. 이 기법은 스몰소드에도 존재하며 근대 유럽검술체계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엿보이는 칼리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하는 기법이다.
- 3. 측면이동(The Traverse) - 좁은 경기장에서 하는 스포츠 펜싱에서는 없으나, 과거에는 측면으로 이동하여 상대의 측면을 잡는 것 또한 중요했다. 이는 세이버 검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왼쪽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거리만큼 왼발이 먼저 옆으로 가고, 그 다음 오른발이 따라간다.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는 오른발이 먼저 오른쪽으로 가고 왼발이 따라온다. 이러는 이유는 절대 발이 꼬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갑작스런 공세에 대항할 수가 없다.
- 4. 볼타(The Volta) - 상대의 공격선에서 벗어나 반격하는 보법. 발레처럼 발이 꼬이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측면이동과는 반대로 왼발이 오른발의 뒤로 가거나, 반대쪽은 그 반대이다. 이런 방식은 과거 레이피어나 스몰소드에서 중점적으로 사용된 보법으로, 상대가 찌르거나 벨 경우 그대로 제자리에 있으면 맞거나, 막아도 강하게 베일 경우 칼이 밀리거나 손상될 우려가 있다. 이때 상대의 공격 축선에서 볼타를 통해 벗어나면서 찌르면 상대만 찔리게 되고, 막으면서 반격하면 훨씬 안전하고 부드럽게 반격이 가능해진다. 19세기 영국-프랑스 교범에서는 간과되지만, 독일-북유럽계에서는 20세기까지 남아있던 개념이었다. 특히 1893 스웨덴 도보검술교범에서는 다량의 페이지를 동원해 해설할 만큼 중요하게 취급했다. 다른 검술의 볼타와의 차이점은 세이버 검술의 특성상 항상 오른발이 앞에 있도록 수행한다는 점이다.
- 5. 런지(The Lunge) - 모든 검술에서 존재하는 보법. 그중에서도 거리 싸움의 비중이 높아진 스몰 소드 펜싱이나 스포츠 펜싱에서는 특별히 중요한 보법이다. 상대의 칼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는 나의 칼도 닿지 않는데, 이때 단숨에 앞으로 들어가 베거나 찌르기 위한 보법이다. 기본 자세에서 상대가 런지를 해서 베거나 찌를 수 있는 간격 안에 있을 경우, 몸의 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키며 오른다리를 전방으로 뻗고, 앞 땅을 디디며 무릎을 굽히게 된다. 이때 왼다리는 자연스럽게 쭉 뻗어진 자세가 되는데, 이때 이동하는 거리나 무릎을 얼마나 굽히는가, 상체를 얼마나 낮추는가 등의 세부 요소들이 각 검술마다 다르다. 세이버 검술에서는 스포츠 펜싱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크게 나가며 자세를 낮추는 런지의 의미보다는, 단지 최대 스텝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베는 칼인 세이버에서 그렇게 동귀어진 하듯이 멀리 나가면 머리를 맞고, 또 자세 회복에 시간이 걸려 상대의 리포스트(Reposte)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이피어 마스터 카포페로의 런지
헝가리 & 하이랜드 브로드소드(1790)매뉴얼의 삽화의 런지.
- 6. 쉬프트(The Shift) - 런지의 반대 개념으로, 런지해서 나간 몸을 즉시 회복해서 원래 서 있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벌린 다리를 즉시 모음으로써 살짝 후방으로 빠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방어와 함께 이루어지는데 상대가 런지하면서 베기를 개시한 경우 나의 몸이 상대의 사정거리에 들어가 있으므로 더욱 안전해지기 위해 상대의 간격 안에서 벗어나면서 방어를 하는 것이다. 런지했을 때 공격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 알프레드 휴턴은 재공격을 하지 말고 즉시 원래 자세로 돌아가야 리포스트를 피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영국계 교범에서 특히 강조하는 개념으로, 아예 2인훈련에서 베기할때 런지, 방어하면서 쉬프트를 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 모든 스텝은 상대와의 간격을 조절하고 사거리를 조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세이버 검술에서의 간격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 "완전한 간격"이란 런지를 통해 나의 칼이 상대를 벨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 "먼 간격" 이란 상대를 베기 위해 최소 한걸음 이상 이동해야 하는 거리를 말한다.
- "가까운 간격" 이란 런지 없이도 칼로 상대를 벨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 "꼬르 아 꼬르" 이란 상대와 완전히 붙어버린 거리를 말한다.
3.2 자세(Guard)
- 가드(Guard) - 가드는 자세를 의미하며, 알프레드 휴턴에 의하면 신체와 도검이 방어에 있어서는 가장 안전하고, 공격에 있어서는 가장 준비된 자세라고 하였다. 가드는 실제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작인 패리(Parry)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세이버 검술도 서적을 편찬한 군인이나 검술가에 따라 다양한 가드가 존재했으나, 기본적인 4개의 가드는 항상 공통적으로 존재했다. 다음은 세이버 검술의 기본적인 가드들이다.
- 행잉가드(Hanging Guard) - 칼자루는 머리 높이로 들고 칼날은 비스듬하게 상대를 향하도록 한다. 칼끝이 상대를 향하므로 상대를 견제하는 자세이며, 여기서 칼을 몸의 좌측으로 두면 프라임(Prime)패리, 오른쪽으로 두면 세컨드(Seconde)패리가 된다. 프라임을 거쳐 1번과 2번, 7번베기로 나아갈 수 있다.
- 미디움 가드(Medium Guard) - 행잉가드와는 달리 칼을 위로 세우고 칼자루는 허리쯤에 두는 자세. 칼의 위치는 중앙이다. 여기서 칼을 몸의 좌측으로 두면서 칼끝을 상대를 향하면 카트(Carte)패리, 우측으로 두면 티어스(Tierce)패리가 된다. 수평베기에 대해서는 칼날을 세운 채로 좌우로 대어 막기도 한다. 7번베기가 즉시 들어가며, 티어스를 거쳐 3번베기, 카트를 거쳐 4번베기가 나갈 수 있는 자세이다. 자루를 들어올려 즉각 행잉가드로 전환이 가능하며, 프라임과 세컨드 패리도 빠르게 들어갈 수 있어 마치 자동차 기어의 중립과 같은 위치를 차지한다. 근대 세이버 검술에서는 칼끝을 상대에게 향하는 말 그대로의 중단 자세.
- 인사이드 가드(Inside guard) - 칼끝을 상대에게 향하고 칼자루는 허리춤에 두면서 칼날과 자루는 왼쪽을 향한다. 상대를 견제하는 자세로 카트 패리와 동일하다. 4번,5번베기가 곧바로 나갈 수 있다. 곧바로 찌르기가 나갈 수 있고, 특히 상대의 찌르기를 걷어내는데 가장 빠르고 뛰어난 자세이다.
- 아웃사이드 가드(Outside guard) - 인사이드 가드와 마찬가지이지만 칼날과 자루가 오른쪽을 향한다. 티어스 패리와 동일하며 3번, 6번베기가 즉시 나갈 수 있다.
- 인게이징 가드(Engaging Guard) - 인사이드&아웃사이드 가드와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나 팔을 좀 도 뻗어서 상대와 칼을 맞댄(Engaging)상태에서 시작한다. 실전보다는 시합에서 많이 볼수 있는 가드.
3.3 공격과 방어(Engaging&parry)
세이버 검술의 공격과 방어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각 베기와 각 베기를 방어하는 최적의 방어를 7개로 나누어 놓고 있으며, 이것을 도표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놓은 것이 많다. 꼭 7개뿐만이 아니라 더 많을 수도 있는데 이는 각 마스터나 서적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추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알프레드 휴턴의 경우 자신의 검술서 <Coldsteel>에서 8개의 베기와 그에 대응한 9개의 방어를 제시하고, 9개의 방어는 다시 세부로 나뉘어 총 17가지에 달하는 방어 자세를 제시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7개의 베기와 7개의 방어 자세가 모든 세이버 검술에서 공통적으로 통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헨리 안젤로의 커틀러스 훈련도. 세이버 검술과 쓰는 칼만 빼고 동일하다. 7개의 베기 궤도와 방어를 표시했다.
3.3.1 베기와 물리네(Cut&Moulinet)
18~20세기의 세이버 검술의 가장 기본적인 공격법은 베기이며, 찌르기는 부수적인 존재였다. 이는 세이버가 근본적으로 마상용 베기도검이며, 휘어져 있어 찌르기와는 별 상관이 없었던 데에서도 기인한다.[3] 세이버 검술에서는 베기를 7개로 규정하고 도표로 만들어 이를 교육시켰다. 7개의 베기는 다음과 같다.
- 1번베기 -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베기.
- 2번베기 -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베기.
- 3번베기 -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올려베기.
- 4번베기 -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올려베기.
- 5번베기 -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수평베기.
- 6번베기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평베기.
- 7번베기 - 수직 내려베기.
물리네(Moulinet)는 프랑스어로 풍차를 의미하며 원을 그리며 칼을 돌리는 동작을 말한다. 단순하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세이버를 제대로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세이버는 길고 중량모멘텀이 멀어 한손으로 원하는 대로 멈추고 가속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베기를 할 때 가드에서 바로 나가면 충분히 가속을 얻기 어려우므로 한바퀴 돌려서 베기를 개시한다. 또 베었을 때 그대로 멈출 수 없으므로 물리네를 통해 검이 원을 그리면서 한바퀴 돌아 다시 가드 자세로 돌아오게 된다. 위의 도표는 로워스(Rowarth)의 도표로써 각 베기를 물리네로 연결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점선이 물리네 선이며 물리네를 통해 1번~6번베기까지 연속으로 행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베기를 연습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원리이다.
또 대각선 수직으로 돌리는 버티컬(Vertical)과 수평으로 돌리는 호라이즌탈(Horizontal)물리네가 있으며, 버티컬은 1,2,3,4번 베기에, 호라이즈널은 5,6번 베기의 제어에 이용된다.
베기를 할 때에는 반드시 물리네를 하면서 시작해야 제대로 된 속도와 위력을 낼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팔과 몸은 단지 검을 전방으로 전진시키는 역할만 할 뿐이며 회전운동은 검이 하는 것이지 어깨나 팔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검의 베는 위력은 검을 회전시키면서 가속도를 붙이면서 생기는 것이고, 그렇게 가속한 검을 전방으로 전진시켜서 돌아가는 검에 상대가 맞도록 하는 것이 세이버의 베기와 물리네의 핵심이다.
3.3.2 찌르기(Thrust)
세이버 검술에서 찌르기의 비중은 낮은 편이나, 이 또한 고전과 근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베는 기병도로써의 아이덴디티가 컸던 고전 세이버는 구조적으로 찌르기가 쉽지 않으나, 결투검으로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근대 세이버는 곡률이 적어 찌르기가 좋다. 또 고전 세이버라 할지라도 찌르기를 위해 디자인되거나 베기와 찌르기를 겸하도록 곡률을 적게 준 종류가 있으며 이러한 것들은 찌르기가 가능하다.
찌르는 부위와 방어법은 다음과 같다.
- 목, 가슴 - 콰르트와 티에르스로 방어한다.
- 배 - 프라임이나 세컨드로 방어한다.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칼의 높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상대 칼과 접촉되는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배는 낮은 찌르기로 들어오며 콰르트와 티에르스로는 쉘가드가 접촉하게 된다. 찌르기를 방어할 때에는 가능한 한 칼날의 중간 부위로 접촉하는 것이 좋은데, 칼끝으로 접촉하면 상대가 칼을 떼어 반대편으로 들어오기 쉽고, 포르테나 쉘가드 부분에 접촉하면 너무 늦어서 찌르기의 속도에 채 대비하지 못하고 찔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은 찌르기(배)에는 칼을 중간쯤에 두었다가 자연스럽게 접촉하면서 프라임이나 세컨드로 밀면 칼은 그대로 빗나간다. 마찬가지로 가슴과 목은 높은 찌르기이므로, 프라임이나 세컨드를 취하면 칼끝이 나의 포르테나 쉘가드에 접촉하므로 부적합하다. 그러므로 높은 찌르기에 대해서는 콰르트나 티에르스로 방어해야 비로소 이상적인 방어가 가능한 것이다.
찌르기를 방어할 때에는 칼을 왼쪽과 오른쪽에 치우치지 않게 중앙에 둔 다음, 상대 칼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러우면서도 빠르게 왼쪽과 오른쪽 어디로든 밀면 상대의 찌르기는 그대로 내 몸에서 빗나가며, 상대는 런지를 한 상태이므로 베기로 처단할 수 있게 된다.
3.3.3 방어(Parry)
방어는 공격을 받아내어 흘리거나 막는 동작을 의미한다. 세이버 검술에서의 방어는 프라임(Prime),세컨드(Seconde),카트(Carte),티어스(Tierce),세인트 조지(Saint George) 총 5개의 방어가 기본으로, 여기에서 다양한 방어 동작이 파생된다.
- 프라임(Prime) - 칼을 거꾸로 들어서 왼쪽을 방어한다.
- 세컨드(Seconde) - 칼을 거꾸로 들어서 오른쪽을 방어한다.
- 티어스(Tierce) - 칼을 세워서 오른쪽을 방어한다. 보통 칼끝을 상대를 향해 비스듬하게 기울이지만, 똑바로 세우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 카트(Carte) - 칼을 세워서 왼쪽을 방어한다. 그외 특징은 티어스와 마찬가지.
- 세인트 조지(St.George) - 칼을 수평 또는 비스듬히 들어 머리를 방어한다. 보통 칼끝이 왼쪽으로 가게 하지만 교범에 따라 오른쪽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현대 펜싱에서는 퀸트(Quinte)라고도 부른다.
교범에서는 기본적으로 7개의 베기에 대응한 7개의 방어를 기본으로 제시한다.
이 도표는 7개의 컷과 그에 대응하는 7개의 방어를 보여주고 있다.
A - 높은 카트(High Carte). 비스듬하게 칼끝을 오른쪽 위로 올린다. 상대의 2번 베기를 방어한다.
B - 높은 티어스(High Tierce). 비스듬하게 칼끝을 왼쪽 위로 올린다. 상대의 1번 베기를 방어한다.
C - 낮은 프라임(low Prime).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왼쪽 밑으로 내린다. 칼끝은 아래쪽.상대의 4번 베기를 방어한다.
D - 낮은 세컨드(low seconde).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오른쪽 밑으로 내린다. 칼끝은 아래쪽.상대의 4번 베기를 방어한다.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상대의 3번 베기를 방어한다.
E - 프라임(prime).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몸통 왼쪽 옆으로 내민다. 상대의 6번 베기를 방어한다.
F - 세컨드(seconde). 칼을 수직으로 세워서 몸통 오른쪽 옆으로 내민다.상대의 5번 베기를 방어한다.
G - 세인트 조지(St.George Parry). 칼을 비스듬히 혹은 수평으로 눕혀서 머리 위로 올린다. 상대의 7번 베기를 방어한다.
위 내용은 존 가스파드의 1797매뉴얼에서 규정된 것으로, 영국식 브로드소드 검술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실제로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방어할 수 있으며, 근본적인 방어 자세는 칼을 거꾸로 세워서 막는 프라임과 세컨드, 칼을 똑바로 세워서 막는 카트와 티어스가 각각 높이에 따라 높은(High)와 중간(Medium), 낮은(Low)가 따로 존재하여 각 방향의 베기에서 최소 3가지 이상의 방어가 가능하다. 가령 상대의 1번베기를 방어할 때 위 도표에서는 하이 티어스로 대응할 것을 권하지만 실제로는 하이 스공드로 대처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위 도표에서 6번베기를 프라임으로 대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카트로 대처할 수 있다. 세인트 조지 방어 또한 폴란드 1830교범에서는 좌우 2가지가 존재한다. 규정된 방어 자세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기본적인 베기 요령을 습득한 이후에는 융통성을 가지고 여러 방어 자세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각 방어자세에 따라 나갈 수 있는 공격이 제한되어 있다. 가령 어느 자세에서 시작하던 1번베기를 하려면 반드시 프라임과 세인트 조지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세컨드에서 시작되는 1번베기는 약하다. 다른 방어자세들도 마찬가지로, 2번베기를 위해서는 프라임과 세컨드 양자 어느쪽도 가능하지만 프라임에서 들어갈 경우 약하고, 세컨드에서 들어갈 경우 강하다. 카트 자세에서는 4번과 6번베기가 가능하다. 티어스 자세에는 3번과 5번베기가 가능하며, 7번베기는 프라임에서 들어갈 경우 강하고, 세컨드에서 들어갈 경우 약하다. 이 점을 잘 숙지하고 어떠한 반격을 가할 것인가까지 생각하여 방어 자세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로 다른 베기를 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속도와 힘이 붙지 않으므로 공격으로써의 효과는 적다. 이 점 때문에 능숙한 검객은 상대의 방어를 보고 어떤 반격을 해올지를 미리 예상하기도 한다.
방어 자세는 교범이나 마스터들마다 호칭이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알프레드 휴턴은 칼등으로 방어하는 옥타브(octave), 셉팀(Septime), 식스뜨(Sixte)의 개념을 추가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방어자세라도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내용은 변함이 없다.
3.4 개념과 기술
본래 세이버 검술의 원형이 된 18세기 초까지의 검술에서는 공격이 동시에 들어갔을 경우나 근접전, 원거리전, 스탠딩 유술기를 비롯한 비교적 다양한 상황에서의 전투-대처법을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빠른 훈련과 교육이 필요했던 군대의 사정과, 도검전투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당시 전쟁터의 상황을 감안하여 기존의 올드 스타일 검술에서는 많은 것들이 제외되었고, 기본적으로 원거리에서 막고 반격하는 형태의 스타일만을 가진 검술이 된다.
따라서 세이버 검술은 중세 검술은 물론, 올드 스타일과 비교해도 매우 간략화된 개념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 패리&리포스트(Parry&Reposte) - 패리는 방어, 리포스트는 대답이라는 뜻으로 즉 막고 바로 반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검술에 있어서 중심 교리. 위의 공격과 방어 챕터에서 설명한 것처럼 각 공격에는 그에 대응하는 방어법이 있으며, 또 그 방어자세에서 가장 빠르게 나갈 수 있는 공격이 존재한다. 따라서 상대의 공격을 적합한 방어로 막은 다음, 상대가 자세를 회복하거나 심리적으로 미처 대응하지 못한 순간을 빠른 반격으로 제압하여 단숨에 전투를 끝내는 것이 바로 패리&리포스트 교리에 해당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근대검술에서는 이 원리를 대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다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먼저 상대가 공격을 해와야만 성립이 되므로 공격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었다. 즉 수동적인 싸움 경향을 보였다. 또 먼저 방어한다는 것 자체는 엉뚱한 곳을 막으면 오프닝이 훤히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했으므로, 상대가 페인트를 걸면 쉽게 당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이 때문에 교범에서는 신경을 통제하고 진짜 공격을 판별하는 법을 가르쳤지만,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또 상대가 숙련된 검객이라면 나의 리포스트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다시 나에게 리포스트를 가하는 경우도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이것이 반복되어 싸움 자체가 지리하게 길게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근대검술에서도 재공격(Redoubling)이나 이중공격(Remise)같은 변칙적인 기술이 있었지만 패리&리포스트를 기본검리로 삼고 고전검술의 다양한 대처법을 삭제한 이상 확실한 해결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 인게이징&디스인게이징(Engaging&Disengaging) - 인게이징은 상대 칼과 내 칼이 접촉한 것을 의미하며, 디스인게이징은 반대로 접촉한 칼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상당히 많은 개념들이 파생되는데, 좁게 보면 인게이징은 칼끼리 접촉한 것이지만 넓게 보면 상대 베기를 나도 베기를 하여 충돌시켜 저지한 것도 인게이징에 해당한다.
근본적으로 패리&리포스트를 이상적으로 보았지만, 실제 싸움에서는 교과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상대를 먼저 공격하여 없애려는 경향이 강한 전쟁터에서의 칼싸움의 경우는 양자가 서로 공격해서 중간에서 칼이 부딪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였다. 이때 고전검술에서는 인게이징 상태에서 가능한 몇가지 싸움법과, 칼을 즉시 떼어 다른 오프닝을 벤다는 디스인게이징을 권장했는데 세이버 검술은 군용으로 간략화되면서 인게이징 전법이 삭제되었으므로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디스인게이징을 선택하게 된다.
또 결투 상황이라도 상대가 굳건하게 미들가드를 지켜서 틈을 보이지 않는다면, 칼을 때리거나, 접촉 즉 인게이징시킨다음 밀어버리던지 하여 틈을 만들어서 공격이 들어갈 수 있게 해야만 한다. 이때 상대가 내 칼을 치거나 밀려고 할 경우 즉시 뒤로 슬쩍 빼거나 아래로 내린다면 상대 칼은 엉뚱한 곳으로 빠져 스스로 오프닝을 드러내게 된다. 여기에서도 인게이징과 디스인게이징이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게이징과 디스인게이징은 상당히 넓은 부분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둘이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개념이다.
- 페인트(Feint) - 적이 심리적/검리적으로 완전한 방어 태세를 굳혔을 때의 무모한 공격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거짓 공격을 가함으로써 상대가 그곳에 반응하게 하여 빈틈을 발생시키도록 하는 것이 바로 페인트이다. 고대 검술부터 존재한 중요한 심리전 방식이며, 알프레드 휴턴은 페인트를 가할 때에는 런지와 큰 동작은 위험하므로 손목만 움찔거려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진짜 공격을 가할 때 비로소 런지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수가 상대라면 타임(Time)에 걸려 패배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 일회성 페인트에 익숙한 상대를 위해 페인트를 두번 가하고 세번째에 진짜 공격이 나가는 더블 페인트(Double feint)가 존재한다.
- 재공격(Redoubling) - 나의 공격을 상대가 방어했으나 상대가 리포스트를 하지 않을 경우, 살짝 앞발을 뒤로 물렸다가 상대가 방어 자세로 돌아가기 전에 1차 공격과는 다른 부위를 향해 2차 공격을 한다. 상대는 방어가 성공했다는 생각에 안심했다가 빠른 2차 공격을 받게 된다.
- 르미즈(Remise) - 런지를 한번 한 상태에서 자세 회복을 하지 않고 공격을 한번 더 가하는 것. 1차 공격이 실패했을 때 승부욕이 강한 검객이 가끔 이런 행동을 하는데, 런지를 한 상태는 체중이 앞으로 쏠리고 다리가 펴진 상태이기 때문에 기민한 움직임이 불가능하다. 고수를 상대로 할 경우 여유롭게 두번째 공격을 리포스트당해 패할 수 있다.
- 슬립핑(Slipping) - 중세 검술에서부터 있던 동작. 앞으로 나선 다리는 매우 좋은 목표물이 될 수 있으며, 다리를 노리는 검객들도 상당히 많다. 따라서 자신의 다리를 노린 베기를 탐지했을 경우, 다리를 뒤로 빼면서 하단공격을 위해 노출된 머리나 팔을 베는 기술이다.
- 스톱 스러스트(The-stop-thrust) - 돌진지향적이고 공격적인 검객에게 좋은 대응책. 런지와 함께 공격을 가해오는 검객에 대해 살짝 뒤나 측면으로 빠지면서, 혹은 제자리에서 검을 길게 뻗어 적이 알아서 나의 검에 꿰뚫리게 만든다. 낮은 스톱 스러스트(The Under-stop-thrust)는 뒤로 다리를 쭉 뻗으며 왼팔은 땅을 짚고 상체를 크게 낮추어 마치 땅에 엎드리듯이 하며 칼을 뻗는 것으로, 상대의 검을 대부분 피하면서 안전하게 가할 수 있는 스톱 스러스트의 일종이다.
- 타임(Time) - 상대가 자세를 바꾸거나 페인트를 가했을 때 실수로 노출하는 빈틈을 번개같이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타임을 제압하는 카운터 타임이 있는데, 상대의 타임을 유도하도록 일부러 헛점을 내보인 후, 타임을 제압하고 곧바로 리포스트를 가한다. 타임 스러스트(Time thrust)는 상대가 공격을 위해 칼을 들어올렸을 때, 상대의 공격이 완료되기 전에 잽싸게 찌름을 가하는 필살의 기술이다.
- 비트(Beat) - 상대가 굳건하게 가드를 지킬 경우, 막무가내로 들어가면 준비된 공격을 받고 패배하거나, 쉽게 찔려버리게 된다. 따라서 상대의 칼을 때려서 오프닝을 만들어낸 다음 공격을 해야 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흔히 미들가드를 취한 상대의 칼을 옆으로 때린 다음 들어간다. 그러나 카운터를 당하기 쉬운 기술이기도 하다. 상대가 내 칼을 때려 치우려 들 경우, 뒤로 살짝 빼거나 아래로 내려버리면 상대 칼은 그대로 허공을 가르며 오프닝을 노출한다. 뒤로 뺄 경우는 베기로, 아래로 내릴 경우 올려서 찌르기로 반격할 수 있다. 만일 내가 비트를 가했는데 상대가 칼을 치워 오프닝을 노출했다면, 다시 옆으로 휘둘러 상대의 베기를 카운터-비트로 쳐낼 수 있다. 고전 세이버에서는 인게이징 상태에서 주로 사용하여 상대의 칼을 밀어내는 용도로 썼지만, 근대 세이버는 칼끝을 들이대는 형태의 미들가드가 정착되었으므로 싸움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쓸 수밖에 없는 기술이 되었다.
- 옵포지션(Opposition) - 상대의 칼을 내 칼로 밀어내는 행위를 말한다. 고전 세이버의 경우 인게이징 상태에서 교착을 피하고 반격을 가하기 위해 상대 칼을 밀어내는 행위로 오프닝을 열고 반격을 가한다. 근대 세이버, 휴턴 시대에는 세이버의 커다란 쉘가드로 상대의 칼날을 저지하는 형태의 방법론을 옵포지션이라 불렀고, 현대 펜싱에서는 상대의 베기와 같은 라인에 나도 베기를 가해서 칼을 서로 충돌시킨 다음 지속적으로 밀어붙여서 제압하는 것을 지칭한다. 시대별로 가리키는 내용의 차이가 컸던 개념.
- 콩트르(Contre) - 상대의 베기를 방어했을 때 일반적인 리포스트는 그 자리에서 바로 반격 베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리포스트를 위해 칼을 떼어낼 경우, 상대 칼은 자유로워지므로 즉시 방어하여 나의 리포스트를 막아낼 수도 있고, 나에게 베기를 가해 자멸적인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상대는 죽지만 나도 상처를 입으므로 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방어의 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 콩트르의 개념을 활용한다. 칼을 막으면 바로 떼어내지 말고 상대 칼을 밀면서 크게 원을 그리며 반대쪽 방향으로 치워버린다. 상대는 칼날에 가해지는 느낌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칼이 밀려나므로 일시적인 혼란에 빠지게 된다. 또 나는 상대의 반격이 치명적으로 들어오는 방향에서 비교적 안전한 방향으로 적의 칼을 위치시킬 수 있으므로, 리포스트할때 생길 위험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능숙한 검객이라 콩트르에 당하기 전에 먼저 칼을 빼 버린다면 나 자신이 적에게 커다란 오프닝을 제공하는 셈이므로, 무적의 기술은 아니다.
3.5 훈련방법(Training TIP)
풋워크(Footwork) - 보법을 수련하기 위한 것.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하는 것이 보통이나 검을 들고 하기도 한다. 의외로 힘들어서 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며, 보법 항목에서 설명된 모든 내용을 훈련한다.
물리네(Mouline) - 물리네 훈련이라고 하면 베기훈련을 의미한다. 허공에 대고 6가지의 베기를 연속으로 해나가는 것과 한가지 베기만을 계속해서 하는 것이 있다. 베기를 하면서 칼을 돌려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다음 베기로 넘어가는 물리네의 원리를 학습하고 몸에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어깨까지 이용해 크게 돌리는 훈련과 손목만을 이용해 컨트롤하는 훈련 둘다 중요시된다.
플로우 드릴(Flow drill) - 2명이서 서로 1,2,3,4번 베기를 연속해서 하면서 칼을 계속해서 부딪친다. 이 훈련은 단지 칼을 부딪치거나 충돌시 떨어트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전에서 쉽게 발생하는, 상대와 동시에 베는 경우 칼을 부딪쳐(Engaging) 상대의 베기를 차단하고, 즉시 칼을 떼어네(Disengaging) 상대의 빈틈(Opening)을 공격하는 것이며, 상대도 이에 대응하여 계속하여 칼을 부딪쳐 차단한다. 이 원리를 연속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고전검술에서는 바닥에 원을 그려 서로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측면으로 들어오려는 적을 차단하는 방법까지 학습하기도 했다. 인게이징 상태에서 배터링, 웨일, 터키쉬 디스암, 글라이드 같은 기술을 넣기도 한다. 근대검술의 영향을 많이 받은 칼리 아르니스 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
콤비네이션(Combination) - 정해진 형태로 기술을 훈련하는 것. 상대의 일정한 베기나 공격이 들어오면 거기에 합당한 반격법(Counter)를 학습하기 위한 것으로 정해진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2명이서 하는 것이 기본이다. 실력있는 사람과 초보자를 무조건 대련을 시켜버리면 초보자는 당하기만 하고 요령만 생기므로 정해진 형태로 다양한 개념에 의거한 반격법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해진 동작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을 제시하고 제자가 그동안 배운 방법에 합당하게 그 상황을 타파하도록 하는 훈련 방식도 있다. 호칭은 콤비네이션뿐만 아니라 사단(Division)등 여러가지가 있다.
대련(Play) -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에서 실전을 모사하여 상대와 싸워 이기는 훈련. 교육적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검리에서 벗어난 움직임이나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것은 제지된다. 타격 부위는 전신이었으나 보호구로 방어되지 않는 부분을 때리지 않는 매너와 맞았을 경우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풍토가 있다. 그러나 서로 경쟁하는 경기에서는 상기한 내용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4]
베기훈련(Cutting Exercise) - 물체를 진검으로 직접 베어보는 훈련. 군대에서 주로 하는 훈련이지만 그 비중은 결코 높지 않았다. 실제로 진검으로 물체를 벨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서 검술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 목적. 베기 대상은 칼날에 손상을 주지 않는 작은 나뭇가지 등이 주로 사용되었다.
훈련장비(Training Device)
- 검&싱글스틱(Saber&Singlestick) - 기본적으로 철제 훈련용 검을 사용한다. 군대나 고전검술에서는 진검 세이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을 사용했지만, 결투용 듀얼링 세이버 훈련에서는 현대 펜싱 사브르와 비슷한 얇은 것을 사용하였다. 현대에도 당시의 것을 재현한 좋은 제품들이 나온다. 싱글스틱은 원래 브로드소드 검술에서 사용하던 것이나, 철제 검에 비해 가격이 싸고 부러져도 아깝지 않다는 점 때문에 많이 사용되었다.
- 방어구(Protecter) - 기본적으로 펜싱마스크, 장갑, 자켓으로 구성된다. 철제 검을 사용하는데다 한손검이고 무게중심이 앞쪽에 있는 세이버의 특성상 몸에서 멈추는 슨도메 같은 방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펜싱마스크는 현대의 것이 훨씬 뛰어나므로 턱받이가 없는 고전식은 사용하지 않는다. 장갑은 보호패드가 덕지덕지 붙은 것은 쓰지 않는데 정밀한 손 움직임을 방해하고 안심 때문에 가드를 활용한 방어를 등한시하는 버릇이 생긴다. 또 어지간한 실수는 세이버의 가드가 대부분 방어해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온 오른팔이 가장 많이 맞으므로 가죽제 방어구를 착용하는데 장갑과 연결되어 팔목만 가리는 것에서 펜싱 코치용으로 나오는 상완부까지 가려주는 것도 있다. 몸통 방어구는 군대에서 쓰는 야구의 포수의 것을 방불케 하는 것에서 민간교실의 심플한 자켓까지 여러가지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심플한 자켓을 선호하는 편이다. 검술 실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심플하게 갖추는 것이 좋다.
4 19세기 후반의 변화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세이버의 위치는 베기 위한 기병도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따라서 세이버 검술의 베기도 팔을 전체적으로 크게 휘둘러 벤다는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더불어 강한 베기가 들어오므로 칼을 수직으로 세워 상대의 베기를 칼날을 세우지 않은 칼몸 아래쪽으로 받아내는 경향을 비롯해, 비교적 무거운 세이버, 크고 강한 베기, 그에 대항한 방어가 그때까지의 세이버 검술 경향이었다.
19세기 후반에는 여러가지 요소로 인해 변화가 이루어진다. 우선 기병전투에서 세이버의 활용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본래 기병도의 활용은 선형진을 짠 보병들끼리 교전하는 동안 적 보병진의 측면이나 후방을 기습하여 도륙하는 것으로 한번 돌파되기만 하면 보병들이 대량학살당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머스켓 소총이 강선이 없어 명중률이 낮고 교전거리가 50m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유가 되었다. 강선을 판 라이플(Rifle)은 당시에도 사용되었으나 총알이 꽉 맞물려 장전이 느린 탓에 집단전에서 머스켓 소총을 갖춘 보병들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지름이 총구보다 작으나 발사시 후방이 팽창하여 강선에 맞물리는 미니에 탄의 개발에 의해 라이플이 대중화되고, 라이플을 갖춘 군대를 머스킷 군대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이 크림 전쟁으로 입증되면서 전 유럽군대가 라이플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라이플 소총의 대중화는 보병의 교전거리를 200m까지 증가시켰으며 이에 따라 기병의 돌격 백병전이 급격히 의미를 잃었으며 점차 말에서 내려 총으로 싸우는 형태로 변모하였고, 점차 기존의 크고 무거운 세이버의 필요성과 의미가 소멸하였다. 이때 이탈리아의 기병검술교관이었던 주세페 라델리(Guiseppe Radaelli)는 세이버 검술을 결투용으로 특화시키는 새로운 검리를 개발하였다.
19세기 내내 유럽에서 신사/학생들간의 결투 문화는 금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군용 세이버도 결투에 사용되었으나 매우 가볍고 전광석화 같은 찌르기를 주특기로 하는 결투용 에뻬(Epee)에 비해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가볍게 피만 나면 진 것으로 간주하는 당시의 퍼스트 블러드 룰 아래에서는 살상력은 크게 떨어져도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에뻬를 이기기 어려웠으며 군용 세이버는 매우 무거웠다. 하지만 에뻬는 찌르기밖에 불가능했으므로 주세페 라델리가 주목한 것은 베기도 가능한 세이버의 칼날을 크게 경량화시키고 큰 컵가드로 손을 보호함으로써 베기와 찌르기가 모두 가능한 신형 세이버를 고안했다. 이 신형 검술은 1876년 출판한 "La Scherma di Sciabola e di Spada" 를 통해 구체화된다.
(고전 군용 세이버와 주세페 라델리가 개발한 결투용 세이버의 비교)
이에 따라 근본적인 검리는 고전 세이버와 차이는 없으나, 몇가지 변화가 발생했다.
- 찌르기 견제 자세의 활용 - 고전 세이버는 끝이 무거운데다 한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칼끝으로 견제하고 있는 것이 매우 불편했고, 다시 들어올렸다가 내려치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미디움 가드조차도 칼날을 상대에게 향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고전 세이버와는 달리 근대 세이버는 500~800g사이의 가벼운 무게를 가지고 있었으며 컵가드가 거대해지고 칼끝이 아주 좁아져서 무게중심이 가드 쪽에 있는 전혀 다른 특성의 무기가 되었다. 따라서 상대를 견제하고 있다가 들어올리고 내리치는데 딜레이가 크지 않았고 결투무기로써 에뻬를 상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칼끝 견제 자세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단 자루를 몸의 중심선에 두는 중단 자세보다는 오른쪽에 두는 티어스 가드가 주로 선호되었다.
- 2.물리네의 중요도 감소와 작은 베기의 활용 - 근대 세이버가 되면서 칼의 경량화뿐만 아니라 무게중심도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더이상 물리네를 통해서만 검을 통제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피만 내면 이기는 당시의 결투 룰에 의해 크고 강한 동작은 오히려 빈틈만 커지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공방을 연결하며 검의 통제의 핵심으로 간주되던 물리네의 중요성이 감소했고, 큰 베기보다는 찌르듯이 검을 전진시키고는 손가락 스냅만 써서 툭 치는 작은 베기가 선호되었다.
주세페 라델리로 인해 촉발된 검리의 변화는 순식간에 전 유럽으로 퍼졌고 대세가 되었다. 당시의 유일한 진검 활용처이자 현실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남자의 용기 증명이던 결투라는 시장에 걸맞는 최적의 검술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870년 이후의 세이버 검술 서적은 급격하게 군사 실전검술에서 경량 민간 결투검술로 경향이 일변하게 된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번역한 모험가이자 검객인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이나, 런던 검술협회의 수장으로 예비역 기병대위였던 검객 알프레드 휴턴 등 영향을 받은 검객은 다 셀 수 없다. 이후 라델리의 검술 전통을 잇는 마자니엘로 파리제(Masaniello Parise), 살바토레 피코라로(Salvatore Pecoraro) 등의 검객들이 등장하면서 주세페 라델리가 창시한 검술은 현대 펜싱 사브르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었다.
4.1 세이버 검술의 위치와 문제점
세이버 마상검술은 19세기 중반까지 실전에서 빈번하게 쓰였지만 세이버 보병검술은 실전에서 쓰일 일이 많지 않았다. 우선 보병에서 세이버를 휴대하는 것 자체가 장교 계급이었고, 보병들은 2m에 가까운 착검한 총검, 부사관은 스펀툰(spontoon)이라는 1.8~2.2m의 단창을 소지했기 때문에 검 대 검의 전투가 일어나기 어려웠을 뿐더러, 도검류는 장교나 척탄병 같은 한정된 경우만 장비했기 때문에 보병장교가 세이버로 싸울 일 자체가 별로 없었다. 기병도 도보 검술을 배웠지만 그게 쓰일 상황이라면 이미 기병의 말이 죽는 등 정상적인 전투상황이 아닌 것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전혀 쓰일 일이 없는, 일종의 교양과목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검술의 가장 기본이자 근본인 베기와 찌르기, 그리고 그에 대한 방어법과 스텝 정도만을 정형화시켜서 알기 쉽게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배우기 쉽고 이해하기는 빠르나 그 이상의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중세-르네상스 검술들과 비교할 때 이런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가령 검투를 하다 보면 서로 공격이 동시에 들어갈 때가 있고 몸이 서로 붙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중세-르네상스 검술은 칼을 내려쳐 제압하거나 캄프링겐을 하는 식으로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세이버 검술 시스템은 이러한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개개인의 센스에 따라 알아서 처신하는 것 이외에는 방도가 없다. 검술의 중요한 일면만 가르치고 나머지 부분은 도외시하다 보니 상정한 전투상황에서는 평균 이상의 검사를 양성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상황이 발생하면 초보자로 돌아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결국 세이버 검술이란 세이버를 사용하기 위한 소양을 갖추게 하기 위한 교육체계였으며, 이를 통해 도검 사용자들이 기본적인 도검의 사용법과 개념을 배움으로써 실전의 다양한 상황에서도 칼을 응용해 쓸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군인들 스스로도 이러한 점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중세-르네상스 검술 연구를 했던 알프레드 휴턴 대위는 자신의 저서 Cold Steel에서 옛 검객들의 가르침을 따라 근접하면 레슬링과 폼멜(칼자루 끝의 무게추)로 때려야 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이고 자세한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검술학교에서는 달라붙거나 유술기를 거는 용감한 초보자들에게 버릇없다고 꾸짖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군인들은 검대 검의 싸움 이외에도 부사관들의 스펀툰을 상정한 검대 창, 총검을 상정한 검대 총검 훈련도 했고 실전적인 훈련도 했지만, 결국 세이버 검술 자체의 근본적인 커리큘럼은 바뀌지 않고 20세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세이버 검술도 도태된다.
5 20세기 최후의 세이버 실전검술
20세기에 들어서 영국군이 P1908세이버를 채택하게 된다. 19세기에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세이버란 모름지기 베는 도검으로써 세이버 검술도 베기 기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검술이었다. 그러나 영국군의 P1908세이버는, 세이버의 기본 패러다임인 베기를 부정하고, 오직 찌르기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투 개념을 가졌다.
영국군 P1908세이버
이 배경에는 18세기부터 계속해서 이어져온 찌르기vs베기논쟁을 알아야 한다. 간단히 말해 찌르기로 대표되는 스몰소드와 베기로 대표되는 세이버&브로드 소드가 18세기부터 주류 도검의 양대산맥으로 떠오르면서 촉발된 논쟁이었는데 이는 군용 마상검술에서도 무엇이 더 나은가에 대해 논쟁거리였고 텍사스 전쟁 당시 미육군 용기병대나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 흉갑기병대는 찌르기를 위해 만들어진 디자인의 세이버를 채택하기도 했다. 베기도 가능하기는 하나, 디자인상 베기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다. 전자는 창처럼 중앙이 불룩 튀어나온 "Pipe back"디자인이라 베면서 걸림이 심하고, 후자는 칼몸에 혈조를 2개나 깊게 파놓아 베기시 저항이 있는 편이다.
결론은 찌르기가 한템포 더 빠르나 적을 단번에 죽이는 위력이 부족하고 베기는 한템포 느리나 적을 한번에 죽이거나 저항 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는 여전히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19세기까지의 세이버는 찌르기를 위해 만들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베기를 염두에 둔 디자인을 하고 있었는데, P1908은 오직 찌르기만을 위해 폭이 좁고 긴 칼날을 가졌으며, 따라서 검술도 찌르기를 주로 한 검술이었다.
영국군 1914년 마상검술 훈련. 병사는 P1908, 장교는 P1912세이버를 사용하며, 땅에서 하는 마상검술 훈련이다. 베기가 존재하지 않으며, 마상에서 적을 찌르고 빼는 훈련 내용이 명확하다.
영국군의 이 P1908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 영향을 끼치고, 훗날 2차대전의 명장이 되는 <조지 S. 패튼>장군이 이때 최연소 검술 교관으로써 P1908을 모방한 M1913세이버를 디자인하고, 직접 창시한 세이버 검술을 미군에 채택시킨다. 이것은 베기와 막기, 보병검술이라는 전통적인 세이버 검술적 요소는 아예 없으며,[5] 오직 찌르기 하나만으로 다 해결하려 드는 순수한 마상검술서이다. 이후 세이버 검술을 실전에서 쓰기 위해 연구하고 채택하는 것은 사라졌으니, 이 때가 세이버 검술의 종말기라고 할 수 있다.
조지 패튼 장군이 디자인한 M1913 "패튼 세이버"
조지 패튼 장군의 <Saber Exercise 1914>완전 번역본은 여기
6 현대의 세이버 검술
19세기 후반부터의 결투 사브르 검술은 현대 펜싱 사브르 종목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먼저 쳐서 판정기에 불만 들어오면 이긴 것으로 판정하는 스포츠적 룰 때문에 최소한 자기방어를 핵심으로 삼던 19세기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또 스포츠적인 속도를 중시한 나머지 500~700g정도를 유지하던 19세기 당시의 결투 세이버보다 훨씬 가벼운 400g정도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검리를 무시한 스포츠를 거부하고 옛 진검술의 정도를 걷자는 운동이 존재하며 이들을 클래식 펜싱(Classic Fencing)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판정기를 사용하지 않고, 옛날풍의 자켓을 입으며 옛날식의 펜싱장비를 사용하며,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대를 치기 전에 자신의 방어를 중시하는 진검술로써의 마인드를 지키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다.
19세기 중반 이전의 고전 세이버 검술은 명맥이 끊어졌으나, 근본적인 검리 자체는 현대 사브르에서도 잘 유지하고 있었고 둘의 차이는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펜싱 선수급들을 중심으로 과거의 군사 진검술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찍부터 존재했다. 폴란드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가장 수준이 높으며 유명한 사람으로는 1956년 멜버른,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은메달, 1964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최정상급 펜싱선수였던 보체크 자블롭스키(Wojciech Zabłocki)가 있다. 그 외에는 펜싱을 비롯 여러 근대검술을 섭렵하고 영화 검술 어드바이저&검술 교사로 일하는 야누즈 세냐브스키(Januz Sieniawski)가 두 아들과 함께 운영하는 Sieniawski & Sons팀이 있다.
서양검술 계에서도 독자적으로 팀을 만들어 근대검술을 연습하는 곳들이 있으나 근대검술 전문으로 움직이는 곳은 많지 않고 대부분 HEMA(Historical European Martial Arts)의 명목하게 롱소드나 레이피어 같은 르네상스 검술과 함께 한다. 이런 곳은 대체적으로 수준이 높지 않은 편이다.
7 검술서
- 미 육군 1849년 검술 교본
- 미 해군 1869 검술 교본
- 미 해군 1906 검술 교본
- 미 육군 1907 검술 교본
-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의 "보병을 위한 새로운 검술 훈련 체계:A new system of sword exercise for infentry"
-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의 "보병을 위한 새로운 검술 훈련 체계:A new system of sword exercise for infentry" 웹버젼
- 헨리 안젤로의 "헝가리&하이랜드 브로드소드"
- 존 가스파드의 1797 영국군 검술교범
- 알프레드 휴턴의 "콜드 스틸"
- 조지 S. 패튼의 1913 세이버 검술 교본
- A.C.커닝햄의 미해군 1906 검술&총검술 교범
- 스웨덴 육군 1893 지상검술교범
- 스웨덴 육군 1892 마상검술교범
8 관련 항목
- 세이버(saber, sabre)
- ↑ 브로드소드 검술 문서에도 나오듯 스코틀랜드 브로드소드 고전검술은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서로 칼을 부딪치는 플로우 드릴과 같은 시스템도 있었으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미는 것뿐만 아니라 왼쪽이 앞으로 나오는 자세도 존재했고, 중세 검술에 비하면 많이 약화되기는 하였으나 터키쉬 디스암과 같은 제압법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이버 검술에서는 그러한 점이 무시되고 있다.
- ↑ 베기의 명칭, 물리네 타겟의 형태, 방어의 형태 정도만 달랐다. 다만 독일에서는 볼타를 비롯한 레이피어 시절부터의 스텝 개념이 존재했다.
- ↑ 물론 긴 세이버의 역사에서 찌르기만을 주요 전술로 삼은 세이버들도 존재했다. 19세기 후반에는 그런 경향이 매우 크게 두드러졌다. 그러나 세이버가 실전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된 18~19세기 초반까지는 기병 대다수가 휘어진 곡도를 사용했으며, 18세기에 이른바 중기병(덩치큰 병사와 무거운 말로 구성된 기병)들이 사용하던 직도(Broadsword)들은 찌르기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직도가 주는 강력한 타격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자 하는 개념이었다. 찌르기를 중시하는 개념은 세이버의 실전 사용률이 떨어진 19세기 후반에 일반화되기 시작했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베기는 여전히 중요한 검술의 축이었다.
- ↑ 근대검술의 룰에 익숙해져 유술기를 거의 알지 못하던 당시 검객들에게 마구 달라붙고는 칼을 뒤로 빼서 찌르려 드는 경우는 의외로 상대하기 힘든 경우였다고 한다. 알프레드 휴턴은 이런 자에게는 실력이 뛰어난 자를 부르거나 팔을 붙잡아 제압을 하고, 혹은 폼멜로 두들겨서 밑바닥을 만나게 해 줘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관중들에게 꼴불견으로 인식되는 존재들이었다고 한다.
- ↑ 랜스를 막아내기 위한 막기는 있다. 그런데 그거 하나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