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결을 문자 그대로 파기, 깨뜨리는 결정.
재판은 지방법원 단독부-지방법원 합의부-대법원 혹은 지방법원 합의부-고등법원-대법원의 3심제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때 사후심, 일반적으로는 대법원에서 직전심, 즉 전자의 지방법원 합의부나 고등법원의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때 하는 결정이다.
이렇게 되면 드물게도 같은 사건으로 5번까지 재판이 가능하다. 1심->2심->3심(파기환송)->재2심->재3심(확정). 그러나 대법원인 3심에서 내려진 판결을 같은 대법원의 5심에서 뒤집을 가능성은 0이라고 봐도 된다.
파기 결정은 다시 파기환송, 파기이송, 파기자판으로 나뉜다.
파기환송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해당 사건을 원래의 법원으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파기 결정의 대부분). 만약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판결을 했다면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서울고등법원->대법원->서울고등법원)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결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판결을 확정짓는다 (법원조직법 제8조에 따라 상급심의 판단에 따라야 하기 때문).
파기이송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해당 사건을 다른 법원으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서울고등법원->대법원->부산고등법원 같은 식이다. 이 경우는 소송 당사자가 재판 때문에 왔다갔다 하느라 괴로워질 소지가 있다.
파기자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대법원에서 직접 판결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실무적인 부분이 아니라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이라 매우 드물다. 다만 없는 것은 아니어서 대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대표적인 형사 사건으로 서진 룸살롱 살인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서 폭력조직의 보스라는 이유로 1, 2심 모두 사형선고를 받은 장진석에 대해 대법원은 당시 가해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이었기에 그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무기징역으로 형량을 낮추고 그대로 확정하였다.
파기환송/이송결정은 주문에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00법원에 환송/이송한다로 표현된다. 사건 전체를 파기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그중 법리 적용 등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일부분만 파기한다.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어'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