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무기
Falx. 고대 트라키아나 다키아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무기. 팔스로 읽기도 한다.
생김새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손잡이에 기다란 칼날이 달려 있고 칼 끝이 휘어져 있는 형태다. 또 곡도들이 보통 휘어진 바깥쪽에 날이 있는 반면 팔크스의 경우 안쪽에 날이 위치해 있어 마치 낫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된다. 보통 양손검 버전이 유명하지만 한손으로 사용하는 버전[1]도 존재했으며 양손검 형태가 아닌 손잡이가 긴 언월도 형태도 있었다. 유래는 아마 농사용 낫이 무기로 발전하면서 나타난 무기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낫과 굉장히 유사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위력은 굉장히 뛰어났다. 당대의 묘사에 따르면 그 스쿠툼을 일격에 쪼갤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고 하며, 로마군의 갑옷 또한 손쉽게 뚫어버렸다고. 끝이 휘어져 있어 스쿠툼으로 어찌어찌 막는다고 해도 휘어진 날 부분이 안쪽으로 들어와 상해를 입을 수도 있었으며, 휘어진 날을 이용해 상대의 방패를 끌어당기는 기능도 있었다고 한다. 다키아 전쟁 당시 로마군이 팔크스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보았던 부위는 오른팔로, 다키아인들은 방패 옆으로 노출된 글라디우스를 든 오른팔을 집중적으로 노렸던 듯하다.
트라야누스는 다키아인들을 심대한 위협으로 생각했고, 다키아 원정을 준비하면서 팔과 다리를 보호하는 장구를 추가로 생산해 병사들에게 착용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갑옷은 손쉽게 뚫어버리고 스쿠툼마저 쪼갤 수 있는 팔크스의 위력에 이러한 장구들이 얼마나 높은 방어력을 제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트라야누스의 다키아 원정은 성공적으로 끝나 다키아는 로마에 병합되었고 이후로 팔크스의 인상적인 활약상은 더 이상 확인되지 않는다.
롬파이아(Rhomphaia)라는 무기도 존재했는데, 보통 팔크스는 다키아에서, 롬파이아는 트라키아 지방에서 사용되었던 걸로 알려져 있다. 차이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개 롬파이아보다 팔크스의 곡률이 더 높았다고 한다. 현대 매체에 따르면 롬파이아가 팔크스보다 더 위력이 높은 무기로 묘사되나[2], 두 무기가 표준화된 것이 아니고 곡률이나 크기가 모두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둘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워낙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긴 무기인데다 그 독특한 형태 때문에 다키아하면 대부분이 이 무기를 떠올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으며, 대부분의 매체에서 다키아를 묘사할 때 팔크스는 절대 빠지지 않는 아이덴티티이다. 다만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실제 다키아 왕국이 로마군을 상대로 선전했던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팔크스의 존재가 아닌, 다키아군의 이례적인 선진성에 기반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제 다키아는 금은 및 철광이 풍부한 지역이었고, 덕분에 야만족치고는 이례적인 정도로 무장의 질이 높았다. 대부분의 야만족들이 철제 갑옷은 물론, 철제 무기조차 제대로 보급하지 못하고 클럽 등으로 싸웠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3] 게다가 다른 야만족들의 무작정 돌격이 아닌, 체계적인 군기와 전술을 갖추고 있었던 것도 한 원인이 된다. 즉 다키아의 선전은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이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이지, 팔크스 하나에 기인한 일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