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트시 납 수돗물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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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사태를 담은 2016년 1월 21일자 TIME표지)

1 개요

정부가 어설프게 돈을 아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 사건.

미국 미시건주의 플린트시가 재정절감을 위해 상수도 공급원을 교체한 결과. 추정 10만명의 납중독 피해자가 나오는 등 헬게이트를 열게 된 사건이다.

2 발단

2.1 경제불황으로 인한 재정감소

원래 미국 미시건주는 자동차 공업의 메카였는데 미국 자동차 산업이 망하고 GM이 공장을 폐쇄함에 따라 직격타를 맞고 주 전체 경제상황이 폭삭 망했다. 이런 경제 불황의 대표적인 도시가 원래 자동차 공장이 있던 디트로이트시와 그 옆의 공업도시 플린트시였다. 이 도시들의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슬럼가에 대한 처리를 들수가 있다. 사람들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집을 버리고 떠나는 일이 잇따라 거리가 슬럼화되자 범죄에 악용되는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복구는 엄두도 못내고 유지비용을 줄여 타지역에 대한 필수서비스라도 유지하기 위하여 세금들여서 아예 거리자체를 그냥 밀어버렸다.

2.2 릭 스나이더 주지사 취임

2011년, 이와같은 헬게이트가 열린 미시건주에 취임한 회계사 출신의 공화당 소속 릭 스나이더 주지사는 더이상 디트로이트 같이 파산하는 도시를 만들 수 없다고 선언하고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단속하겠다면서 비상재정관리를 주에서 직접 하위 지방자치단체에 임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 이 비상재정관리의 권한은 막강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지방자치를 중시하는 미국의 정치풍토상[1] 반발이 심했고 결국 주민투표까지 시행해서 한번은 날아갔으나 주지사가 관련제도를 주민투표 대상이 안 되게 뜯어고쳐서 관철시킨다. 그리고 이 비상재정관리가 플린트시에서 대형사고를 치게 된다.

3 전개

3.1 디트로이트시의 수도료 인상

이 비상재정관리가 플리트시의 방만한 재정을 위해 손을 댄 것중 하나가 상수도 문제였다. 플린트시는 원래 디트로이트시와 30년 계약을 맺고 디트로이트가 휴론호에서 취수한 상수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돈이 곤궁해진 디트로이트시가 사용료를 올려 버렸고 이는 마찬가지로 재정적자 상태인 플린트시에게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3.2 플린트시의 대응

플린트시는 비싼 사용료 내고 쓰느니 어차피 휴론호가 멀지 않으니 어떻게든 없는 돈이라도 쥐어짜서 자신들이 직접 휴론호에 파이프를 연결해서 자체 취수하기로 결정했다. 혹때려다 혹붙인 격이 된 디트로이트시는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플린트시는 결국 2015년말~2016년초부터 자체취수를 하는 걸로 결론내고 파이프 건설을 시작했다. 할수 없이 디트로이트시는 30년 계약이후 투자한 돈을 요구하고 앞으로 1년동안만 물을 공급할 것을 통보한다. 이에 따라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플린트시의 자체취수시작 시기와 디트로이트시의 상수도 공급간에 1~2년의 시차가 생긴 것이다. 이 기간동안 물을 끌어쓰기 위해서는 5백만불의 비용이 예상되었다. 돈아끼기 위해 하는 짓인데 하고나니 생돈 나가게 생기자 비상재정관이 어차피 1~2년만 버티면 되니 그냥 임시정수장 만들어서 옆에 있는 플린트강에서 물을 끌어다 쓰자고 제안한다. 문제는 플린트강이 상수원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3 문제의 시작

2014년 4월, 플린트시가 디트로이트에서 플린트강으로 상수원을 전환하자마자 각종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다. 물에서 악취가 나는 기본적인 것부터 물색이 변색, 집단 레지오넬라균 중독 사태, 대학/병원/공장에서는 기기가 부식되거나 고장나는 상황이 급증한다. 플린트 강은 수질도 수질이지만 산성도가 높아서 상수원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2] 플린트시도 수질이 이렇다 보니 염소를 더 첨가해서 살균을 시도했고 이 와중에 염소 관련 부산물로 발암물질이 발생, 연방환경청(EPA)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미시건주에서는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연방환경청은 산성물을 쓰면 상수도관의 부식으로 인해[3] 상수도관 이음매에서 납이 나올 수 있으니 부식방지제를 넣으라고 권고했지만, 미시건 환경청에서는 아직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부식방지제를 넣으면 하루 100달러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니 비싼 돈 들여서 넣을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 연방환경청에서는 납이 검출된 것을 근거로 재차 부식방지제를 넣을 것을 권고했지만 미시건 환경청은 자체조사결과에 납수치가 기준치 미만이라는 점, 정확한 부식방지제 투입양을 산출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주정부의 독립성을 이유로 들며 이를 거부했다.

3.4 미시건주의 꼼수

그런데 위에서 나온 미시건주의 검사결과 자체에 큰 문제가 있었다. 미시건주의 검사결과내용은 규칙상 제외한 두 샘플을 제외하면 납수치가 기준치 미만이었다는 것인데, 이 두 샘플을 제외한 이유가 하나는 '수도꼭지에 필터가 붙어 있어서', 다른 하나는 '식당 주방이지 가정이 아니라서' 라는 거였다. 문제는 필터를 장착했기에 제외한 샘플이 수도관을 가장 오래 통과해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worst-case scenario)한 샘플이라는 것이다. 필터를 장착하면 실제보다 오염치가 낮게 나와 검사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기에 만든 규칙이었지만, 해당샘플의 실제 검사결과는 기준치를 천원돌파하는 수준이었다. 즉,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준 규칙을 상황을 왜곡하기 위해 사용한 것.
게다가 나중에 조사결과로 드러난 사실은 이 가정이 최악의 상황도 아니었다. 미시건주 환경청은 어디에 납수도관이 매설되었는지도 모르면서 검사대상을 선정한 것이었다.

3.5 미시건주 정부의 막장대응

이런 식으로 미시건주와 EPA가 핑퐁게임으로 아웅다웅 하는 사이 수돗물에 대한 주민 불만은 급증하고 큰 기관(대학/병원/공장)에서는 수돗물을 안쓰고 직접 용수를 공급해 사용하고 있는데 미시건 주 정부는 검사결과를 근거로 수돗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물을 끓어먹으라는 앵무새 답변만 반복하였다. 심지어 이 기간에 주지사가 쓴 이메일을 보면 주민들이 문제가 없는 걸 문제삼는 억지트집을 부린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화가 난 주민들이 플린트시의회에서 다시 디트로이트시에서 물을 사오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주지사가 임명한 비상재정관이 재정절감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 결의안을 거부해버렸다.

3.6 드러난 문제점

단순 짐작으로만 있던 문제점은 현장에서 일하던 의사들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현장에서 일하던 의사들이 유아들에게 발진등 피부질환이 급증하자 수상하게 생각하여 개인적으로 데이터를 조사해보게 되었고 그 결과 상수원 교체 전후대비 아이들 혈중 납수치가 2~3배 증가하게 된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납중독을 염려하여 기초생활수급가정의 어린이들의 납검사를 의무화시켰기 때문에 데이터를 산출하는게 가능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민간 전문가들이 수질검사를 다시 하게되었고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미시건 주의 주장과 달리 수돗물 샘플들의 납수치는 기준치를 1000배 이상 초과하고 있었다. 민간 전문가는 이를 토대로 다시 미시건 환경청에 문의했으나 미시건 환경청은 끓여먹으면 문제없다는 앵무새 답변을 반복했고 화가 날대로 난 주민들이 몇달동안 재차 수질검사를 하고 정보공개청구운동을 하자[4] 그때서야 마지못해 수돗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4 결과

결국 2015년 12월 16일, 플린트시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6년 1월 5일에는 미시건주 전체로 비상사태가 확대되었다.

현재 납중독으로 의심되는 환자만 10만명이고, 1~2만명의 영유아들이 납중독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3000여명의 아이들이 납중독 판정을 받았다.[5] 주지사 릭 스나이더는 9월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미시건의 카트리나라면서 책임회피를 시전하고 공화당이 그렇게 싫어하는 오바마도 엮고 일석이조를했지만 부시는 최소한 카트리나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다면서 온갖 욕을 다 먹고 있다. 게다가 주지사의 이메일이 공개됨에 따라 가난한 흑인이 피해자이기에 대처하지 않은게 아닌가하는 정치쟁점으로까지 번진 상황.

현재는 플린트강에서의 취수를 중단하고 다시 디트로이트시에서 용수를 받아서 쓰고 있지만 수돗물에 포함된 납수치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수도관의 코팅이 싹 날아가면서 산성물을 쓰지 않는다고 해결될 단계는 지나가버렸다. 몇십년간 알칼리성 물을 사용해 수도관을 석회석으로 코팅해왔지만 그게 모조리 녹아 사라져버린 것이다.

플린트시는 사태해결을 위해 주정부에 5000만 달러의 지원을 요청했는데, 이중 4500만 달러를 들여 문제가 된 납 수도관 1만5000개를 대체하는 공사를 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8000만 달러[6]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게다가 납중독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치료비와 피해 배상비에 공사가 끝날때까지 거주 불가능 상태일 플린트시까지 생각하면...그야말로 헬게이트. 헬아메리카의 위엄

이 사태의 원인제공자인 미시건 주 주지사에 대한 주민투표가 발의중이다. #

이게 다 500만 달러, 한화로 약 60억원을 아끼기 위해서 벌어졌던 일이다.

이와중에도 눈씨눈 스나이더 주지사는 자신이 한달간 필터로 정화한 플린트 시의 수돗물을 마셔서 필터로 정수한 물의 안전성을 증명해보이겠다며 어그로를 끌었다.

드디어 미시간 주 검찰이 관련자들을 기소하기 시작했다. 먼저 관련자 3명을 기소했고 기소될 관련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플린트 시에 위문차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도 필터로 거른 물은 안전하다면서 자신이 직접 시음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1. 이 경우 이 비상재정관리가 지자체에서 개판을 쳐도 주지사가 임명했기에 주민소환이나 투표같은 견제책을 쓸 수 없기에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2. 이 지적은 플린트강을 상수원으로 삼기전부터 나왔다.
  3. 정확히는 오래된 상수도관은 납으로 만들어졌고 바꾸자니 비싸고 놔두자니 문제가 되어서 사람들의 납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를 코팅해놓았다. 하지만 산성물이 통과함으로써 코팅제가 벗겨지고 이 와중에 살균을 위해 염소등을 넣음으로써 부식을 가속화시켰다.
  4. 이 과정에서 대략 18만불이 소요되었다.
  5.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현대 의학기술로도 신경과 행동에 미치는 납의 부작용을 치료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6. 한화로 959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