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션을 일으킨 하드디스크 내부의 모습. 전원이 차단된 상태인데도 헤드가 파킹 구역이 아닌 플래터 위에 올라가 있다.
1 개요
국내에서는 하드디스크 스틱션, 해외에서는 Hard Drive Stiction이라고 말한다.
전원차단 시 데이터가 기록된 플래터 위에 헤드가 올라간 채 멈춰버린 현상을 말한다. 정상의 하드디스크는 전원을 차단하면 헤드가 플래터에서 떠나 안전구역으로 돌아간다. 21세기 이전의 하드디스크는 전원차단시 자동으로 헤드가 복귀하는 오토 파킹 기능이 없거나, 있어도 확실하게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어서 PC 종료 이전에 사용자가 일일이 오토 파킹 유틸리티를 실행시켜 헤드를 안전구역으로 돌리는 작업이 필요했다. 2016년 시점에서는 어떤 회사의 HDD든지 오토 파킹 기능은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신뢰성도 높아져서 이런 불편은 없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모종의 이유로 간혹 스틱션 현상이 일어난다.
2 증상
스틱션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 어떠한,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다는 게 바로 스틱션의 공포다. 진짜 아무런 징조가 없다. 하드디스크 상태를 체크하는 유틸리티로 상태를 봐도 도저히 뭔가가 일어날 징후 같은 건 전혀 볼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정상적이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전날 밤에 멀쩡하게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 날 컴퓨터를 켜보니 갑자기 하드가 인식이 안되는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게 스틱션이다. 사람으로 치면 어제 밤까지만해도 신나게 떠들고 얘기하던 친구가 아침에 눈 떠보니 죽어 있는 거랑 비슷하달까.(...)
스틱션이 발생했을 경우 PC의 전원이나 외장 하드 디스크의 전원을 넣으면 하드디스크에서 나직하고 불길한 비프음이 몇차례 발생한다. 제조사나 하드디스크의 종류마다 비프음의 종류가 틀리기는 하지만 4~10회의 비프음을 발생시키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하드디스크에 액세스가 불가능해지며 윈도우 탐색기에서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 윈도우 제어판의 저장소 관리자로 상태를 볼 경우 초기화가 되지 않은 하드 디스크로 나타난다.
여담이지만 염가형 고용량 하드디스크인데 워런티 기간이 끝났다면 스틱션 현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해외 네티즌들의 추측이다.(...)
3 해결법
스틱션이라고 판단되면 하드디스크에 더 이상 전원이 들어가게 하면 안된다. 본체나 외장 하드 케이스에서 하드디스크를 분리시켜 수리 및 복구조치를 시작해야 한다. 그냥 포맷하고 쓰면 안될까 싶겠지만, 액세스가 안되므로 포맷조차 불가능하다. 스틱션이 일어난 하드에 중요한 데이터가 없고 워런티 기간이 남아 있다면 제조사에 수리를 맡기면 된다. 물론 이 경우 제조사는 그냥 수리해주거나 신품, 혹은 리퍼비시 하드로 교환해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데이터 복구는 기대하지 말자.
데이터를 복구해야할 경우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3.1 1. 데이터 복구업체에 맡긴다.
여기서 데이터 복구업체는 동네 PC 판매점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동팔이들한테 맡겼다가는 돈은 돈대로 나가고 데이터도 못 살리게 되니 명심하자. 그나마 양심적인 동팔이는 자기들이 아는 데이터 복구업체에 맡기는데, 비양심 동팔이는 다음에 설명할 2번의 복구방법을 지들이 한다. 그것도 수십에서 백만원대의 공임비를 받고 한다. 결국 진짜로 데이터를 살리고 싶으면 데이터 복구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1테라바이트 용량의 하드디스크에 있는 10킬로바이트 짜리 워드파일 하나를 살리려 할 경우, 1테라바이트 용량의 복구비용을 받지 10킬로바이트에 해당하는 복구비용만 받지 않는다.(...) 업체마다, 상황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단 최소 30만원에서 백만원 정도 깨질 각오는 해야한다.
기왕이면 데이터 복구 업체를 고를 때 방진시설이 있는 클린 룸을 갖춘 업체를 고르는 게 좋다. 스틱션은 하드디스크의 뚜껑을 따고 해결해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클린 룸에서 분해하고 스틱션을 해결해야 복구확률도 높아진다. 업체마다 클린 룸을 갖췄다고 선전하기는 하지만 그걸 딱히 믿을 수는 없어서(...) 우량업체를 고른다면 접수 지점이 많은 업체를 고르면 된다.( 그래봤자 그런 큰 회사는 몇개 안된다. ) 또한 클린룸을 갖추고 있으면 수리 후 상부덮개를 덮을 때 하드디스크 내부의 진공처리도 해주기 때문에 안전성도 높아진다.
이렇게 데이터 복구업체에 맡겨서 수리하고 데이터를 복구했을 경우 대부분의 하드는 일단 당분간은 정상적으로 구동된다. 하지만 이미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게 된 상황이므로 중요한 데이터는 안 넣는 게 좋다.
3.2 2. 내가 고친다.(...)
스틱션이 일어난 하드디스크에서 데이터를 꺼내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복구업체에 맡길 정도의 가치는 없을 경우, 사용자가 집에서 자신이 고칠 수는 있다. 실제로 유튜브를 보면 스틱션이 일어난 하드디스크를 자가수리하는 방법을 소개한 영상이 많이 있다. 영상들을 보면 흠좀무하게도 나불나불 떠들면서 별로 깨끗해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하드디스크를 분해하고 데이터에 액세스하는 과정까지 다 보여주는데, 어쨌거나 복구확률을 높이고 싶으면 되도록 먼지가 안 날리는 장소에서 분해하는 게 좋다. 자가 수리를 택한 사람들은 대부분은 화장실(...)에서 수리를 한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준비물은 일자 드라이버, 육각 드라이버, 낚시바늘처럼 휘어져 있지만 가늘고 어느 정도의 강도를 가진 금속도구나 그에 준하는 강도의 도구가 필요한다.
하드 디스크의 상부덮개를 뜯어낼 때는 일반 일자,십자 드라이버로는 분해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별나사 드라이버라고 불리우는 육각 드라이버[1]를 사용해서 분해해야 하는데, 하드디스크 유형에 따라서 적합한 육각 드라이버가 달라지므로 사전에 어떤 드라이버를 선택해야할 지 알아둬야 한다. 3.5인치 데스크탑 용 하드디스크의 뚜껑을 딸 때는 T8 혹은 T9 사이즈의 육각드라이버를 사용한다.
나사를 다 풀어냈으면 이제 상부덮개를 열어야 되는데 매우 단단하게 덮혀 있다. 하드 디스크 내부가 진공상태이기 때문에 기압차이로 더 단단하게 덮혀 있는데 이 때는 일자 드라이버를 사용해 여는 게 편하다. 이런 식으로 돌려가며 조금씩 조금씩 일자드라이버로 틈을 벌려 열자.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일단 뚜껑을 땄으면 유튜버처럼 나불나불 떠들지 말고 최대한 신속하게 헤드를 플래터에서 끌어내야 한다.숨도 쉬지 말자 시간을 끌수록 먼지가 들러붙어 물리적 베드섹터의 증가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스틱션이 발생했을 때 물리적 베드섹터는 이미 발생한 상태다. 하지만 먼지가 들러붙을 수록 차후 데이터 액세스 과정에서 물리적 베드섹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플래터 위에 올라간 헤드가 의외로 단단하게 고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그렇다고 너무 힘을 주면 헤드가 확 휘어져 버리고(...) 그 시점부터 이미 그 물건은 하드 디스크가 아니라 칼가는 기계에 지나지 않으므로 적절한 힘조절이 필요하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갈고리형의 도구는 헤드를 끌어낼 때 필요하다. 간혹 이쑤시개 가지고도 스틱션을 고치려는 용자가 있는데 이쑤시개 끝이 미세하게 부서지면서 가루가 플래터 표면 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헤드를 안전구역으로 끌어냈으면 이제 상부덮개를 닫고 다시 나사를 조이자.(...) 당연히 방진시설도 아닌 곳에서 덮개를 열고 진공처리도 하지 않은 채 상부덮개를 덮었으니 그 하드는 이제 불발탄 수준의 불안정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위의 분해과정에서 큰 실수만 안 했으면 이제 하드디스크를 구동시키고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다. 그럼 이제 신속하게 안전한 스토리지로 데이터를 피난시키자. 하지만 모든 데이터가 온전한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다소의 손실은 각오해야한다. 적게는 20%, 많으면 절반 이상의 데이터를 포기해야할 수도 있다.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읽을 수 없다는 에러메세지가 발생하는 파일은 물리적 베드섹터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사용자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주 당연하지만 이렇게 뚜껑을 따고 자가 수리한 하드디스크는 물리적 베드섹터, 유입된 먼지 때문에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고 수명도 극단적으로 짧아진 상황이다. 하드디스크 내부가 진공상태인 것은 공기와 접촉해 플래터에 산화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바깥 공기를 듬뿍 머금은 채 뚜껑을 닫았기 때문.
아주 드문 상황이지만 스틱션이 일어난 하드디스크를 몇번 패대기치거나, 아니면 미친 듯이 흔들어서 뚜껑을 따지 않고 스틱션을 해결봤다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사실이지만 개인이 하드디스크의 뚜껑을 따는 순간부터는 워런티 기간이 남아 있어도 무상 AS를 받을 수 없다.(..)
4 왜 스틱션이 일어나는가?
스틱션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추정되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 조립 불량. 조립상의 실수로 전원 차단시 헤드가 안전구역으로 돌아가던 도중 플래터를 찍어 눌러 스틱션을 유발한다.
- 부품 불량. 헤드의 스핀라쳇에 염가의 부품을 사용하면서 전원 차단시 헤드가 돌아가지 않는다. 해외 네티즌들은 염가형 고용량 하드디스크에서 발생하는 스틱션이 바로 이 염가 부품의 낮은 내구성 탓에 노화가 가속되어 벌어진다고 추측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워런티 기간이 지나지 마자 마치 시한장치라도 작동한 듯이 스틱션을 발생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 외부충격.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스틱션 현상과는 좀 거리가 있다. 일반적인 스틱션 현상은 멀쩡히 잘만 쓰다가 전원 차단시 헤드가 복귀되지 않아 액세스가 불가능 해지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서 전원차단 후 안전구역에 돌아간 헤드는 외부에서 심한 충격을 줘도 플래터 위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다만 충격으로 플래터 스핀모터가 뒤틀려 발생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 아이폰 사용자들한테는 아이폰 드라이버로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