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간이든 한 가지 인생밖에 경험할 수 없어. 한 가지 밖에. 그런데 타인의 인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오만이지."
학생가의 살인(學生街の殺人).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으로 국내에는 최근(2014년) 번역 출간되었다.
학교 정문의 위치가 바뀐 후 몰락해가는 대학 상점가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이 작품의 배경이 된 대학가는 <졸업>에서 가가 쿄이치로가 다니던 대학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도면과 밀실 트릭 등을 사용한 신본격적 작품에서 사회파적 성격을 띄는 후기 작품들 사이의 과도기적인 작품.
1 목차
1장 수태, 허슬러, 그리고 살인
2장 여동생, 형사, 그리고 밀실
3장 크리스마스트리, 브레이크 샷, 그리고 가죽 재킷의 사나이
4장 수수께끼 풀이, 대결, 그리고 역전
5장 묘원, 성당, 그리고 안녕
해설 진보 히로히사
2 주요 등장인물
고헤이 : 주인공,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중이다. 고향집에는 대학원을 진학했다고 속이고 있다.
히로미 : 고헤이의 연인으로 대여섯살 연상이다. 친구 준코와 술집을 운영 중이다.
준코 : 히로미와 동업을 하는 바의 마담.
마쓰키 : 고헤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당구장의 직원. 출신이 불명확하며 언젠가 학생가를 탈출할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이하라 : 허슬러 신사, 전기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
3 줄거리
주인공 고헤이는 대학졸업 후 자신이 다니던 대학가의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는, 이른바 ‘모라토리움 프리터(기성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채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젊은이를 가리키는 말)’. 그가 일하는 곳은 한때 번화했지만 대학 정문이 이전하는 바람에 몰락하게 된 구(舊)대학가다.
이곳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첫 희생자는 고헤이가 일하는 당구장의 동료 직원. 그는 평소 입버릇처럼 ‘이 거리가 싫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던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전직 전자회사 연구원이다. 이 살인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고헤이와 동거중인 애인 히로미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은 이른바 외부와 모든 것이 단절된 채 벌어진 ‘밀실(密室)살인’. 고헤이는 주변 인물이 잇따라 피살되자 직접 범인 추적에 나서는데.......
이러한 고헤이의 행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얼마 후 세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번에는 죽은 히로미가 생전에 일주일에 한번 봉사활동을 다니던 장애우 학교의 원장이 피살된 것.
사건을 추적하던 고헤이는 예기치 못했던 히로미의 과거와 맞닥뜨리게 되고, 얽히고설킨 대학가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거짓과 위선의 베일들이 하나씩 벗겨진다.
1988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문제작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청춘의 스산하고 가슴시린 이야기들이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으로 서술되어 있다. 졸업 후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청년이 사건을 통해 점자 세상에 눈떠가는 ‘성장소설’의 성격도 띠고 있어 발표 당시 일본에서 ‘사회파’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