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로마자 표기법

1 개요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은 1959년 2월 9일에 문교부가 제정한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다. 1959-SK 또는 1959 MOE라고도 한다. 이 표기법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표준 로마자 표기법이었으며, 1984년에 매큔-라이샤워 표기법과 유사한 표기법이 제정되고 2000년에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이 표기법은 번역사들에게는 매우 인기가 없는 표기법이어서 인명 표기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아니하였고, 영미계 외국인들에게 악명 높은 표기법이었다. 이 표기법에 의하면 김 → Gim, 이 → I, 박 → Bag, 정 → Jeong, 최 → Choe와 같이 되어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영어식 로마자 표기와는 상당한 괴리가 발생한다.

2 제정 경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어학자로 매큔 라이샤워 표기법 창안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의 공식 로마자 표기법인 '한글을 로오마자로 적는 법'을 제정을 주도한 외솔 최현배 선생은 '문교부(文敎部) 제정(制定)의 한글을 로오마자삼기(Romanization)와 로오마자의 한글삼기(Koreanization)에 대한 비평'이라는 논문을 통해 해당 표기법의 제정 경위를 상세하게 밝히고 비판하였다.

당시 문교부 차관 김 선기님은 국어 심의회의 들온말 분과 위원장으로서 종래에 혼란 막심하던 들온말 적기의 확립을 위하여 가장 열심으로 소위원회, 총회의 추진에 진력하여 드디어 그 목적한 성과를 이루게 된 것이다.

김님은 8.15해방 직후(?) 영국 런던 유학에서 돌아와서 나와 만난 자리에서, 자기의 성 김은 Gim으로 적기로 했다 하면서 그 까닭으로서 "ㄱ은 홀소리와 흐린 닿소리 아래에서는 흐린 소리로 난다. ㄱ이 맑은 소리로 나는 것은 겨우 첫소리, 끝소리 및 맑은 닿소리 아래에서 세 가지 경우 뿐임에 대하여, 사이소리로서 흐린소리로 나는 경우는 11가지(?)가 있다. 사배나 되는 경우에서 흐린 소리로 나는 ㄱ의 소리값은 흐린소리로 잡음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나는 당장에 그것이 불가함을 말하였다. 어느 소리의 쓰힘의 잦기는 그 낱말들의 쓰힘 잦기를 전면적으로 조사하지 않으면 결정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 말소리 ㄱ은 옛날부터 모든 운서에 다 맑은소리로 잡아져 왔다는 것을 말하였더니, 그는 그 자리에서 자기 결정(GIm)에 대한 반대 의견을 소개하였다.
따니엘 쪼온스 교수는 "한국의 ㄱ에는 약한 숨띰(aspirate)조차 있는데, 그대가 ㄱ을 G로써 맞댐에 대하여는 조심히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 하였으며, 런던 대학의 쪼온스 교수 차석에 있는 암스트롱 교수는 "세계 각국의 닿소리의 소리바탈(음질)은 그것이 첫소리로 날 적의 것을 표준한다"고 말하였다고.
이 두 교수의 의견은 한가지로 배달말의 ㄱ은 맑은소리인즉, 마땅히 맑은소리 K로써 맞대어야(Kim) 바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소리갈(phonetics) 연구 목적 아래 유우럽 삼 년 간 유학의 첫째 사람으로서 만만히 한번 결정 발표한 자기의 견해, 특히 자기 성명의 적기에 있어서 좀처럼 고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문교부 차관이 되자 좋은 기회를 놓지 않고 자기 의견의 실현 관철에 그 최선을 다하였다.
국어 심의회에서 한글과 로오마자의 비교 문제에 있어서 가장 먼저 논제가 된 것은 한글의 로오마자삼기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또렷한 난문제는 터짐소리 ㄱ, ㄷ, ㅂ의 뒤치기이었다.
4290년 7월 4일부터 8월 25일까지에 서울, 남한 산성, 인천 세 곳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들온말 분과 위원회를 모아 로오마자삼기의 안을 만들어 그 해 10월 2일과 15일에 서울 고등 학교 강당에서의 총회에서 터짐소리의 소리값을 열렬히 토론한 끝에, 드디어 소위원회 안을 뒤집고 "ㅃ, ㅃ, ㅍ = p, pp, ph" 식으로 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그래서 다시 소위원들에게 이런 결정에 기대어 모든 것을 정리하게 하였따. 그래서 그 소위원회에서는 문제의 닿소리의 로오마자삼기(Romanization)(=정리안)를

phpbthtdkhkghssmnngr,lchcj

와 같이 정리하였다. 그러면 이 정리안이 그 다음 총회에서 인준을 거쳐 완전 통과의 안이 될 계단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김 차관의 본 목표는 수포에 돌아가고 말 수 밖에 없는 터이다. 이에 분과 위원장이자 문교부 차관인 김 선기 님은 근 일 년의 침묵을 가진 뒤에, 4291년 9월 17일에 분과 위원회를 소집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써 연속 토의해오던 로오마자삼기는 그만 시렁에 얹어놓고, 로오마자의 한글삼기부터 총회에 내 걸기로 결정하고, 4291년 9월 30일 총회에서 먼저 한글삼기안을 상정시켰는데, 그 중에 터짐소리는

k, t, p, ch = ㅋ, ㅌ, ㅍ, ㅊ
g, d, b, j = ㄱ, ㄷ, ㅂ, ㅈ

과 같이 통과시키었다.
9월 30일 총회에서 한글삼기 안이 통과되자, 문교부는 재빨리 서둘러 그 해 10월 20일에 문교장관의 결재를 얻어, 이를 부동의 결정안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서, 4292년 2월 4일에 총회를 소집하여 로오마자삼기안을 상정하되, 2전년 10월 15일 총회에서 파기한 소위원회안을 "A안"이란 이름으로 해서, 전년 총회에서 통과되고 다시 소원으로 하여금 정리한 안(앞에 든 '정리안')을 "B안"이라 이름한 것과 대조적으로 제안하고서, 의장(김 선기 님)은 이 로오마자삼기 안은 이미 결정된 한글삼기 안과 일치되어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그 때에 나 보기에는 문교부 관계 사람들(이이들:분과위원 = 9:15)로서는 장관의 결재까지 난 한글삼기 안에 위반된 토론이나 의견을 할 리가 만무하였다. 이 날은 전년 10월 총회에 참석했던 이들의 결석이 많아서 매우 불리한 형세이었다. 그 다음 4292년 2월 11일의 총회에는 우연히 나의 근무 학교에서, 부득이한 일이 있어 마치 같은 의견의 위원 수인의 결석과 그 밖에 전번 회의에 결석했던 분둘의 결석 가운데, 한 번 죽었던 분과 위원 안이 통과되어 되살아났다고 한다.
- 최현배, "문교부 제정의 한글을 로오마자 삼기(Romanization)와 로오마자의 한글삼기(Koreanization)에 대한 비평"출처

3 규정 원문

규정 원문은 문교부 제정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 검토 연구국어의 로마자 표기 자료집을 참고하여 입력했다.

1. 한글의 로마자 표기의 기본 원칙
(1) 한글의 현행 표기법을 로마식으로 표기한다(正字法).
(2) 로마자 이외의 부호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3) 일 음운 일 기호의 표기를 원칙으로 하되, 자음에 있어서는 이 기호를 허용한다.

2. 한글의 로마자화 방식
(1) 모음

ayaeoyeooyouyueui
aeeyeyaeoewaewewieuiwaweo

(2) 자음
ㄱ. 파열음

pbbbtdddkggg

ㄴ. 파찰음

chjjj

ㄷ. 마찰음

sssh

ㄹ. 비음

mnng

ㅁ. 유음

r, l

(3) 허용 사항
ㄱ. 유음의 초성에는 r, 종성에는 l을 씀을 원칙으로 한다.

다리 dari
발 bal

ㄴ. 형태소(形態素)의 표기는 다음과 같이 한다.
연결음의 경우는 A를 원칙으로 하고 그 밖은 B를 허용한다.

보기AB
값이gabsi
값과(gabsgwa)gabgwa
옷이osi
옷과(osgwa)odgwa
옷만(osman)odman
옷안(os-an)od-an

ㄷ. 사이ㅅ은 '(apostrophe)로 표시하고, 분절은 -(hyphen)으로 표시한다. 단, ‘-’은 ng 소리가 다른 음과 혼동될 우려가 있을 때 쓴다.

장이 jang-i
장기(將棋) jang-gi
장끼 jang-ggi
장기(長期) jang-gi
장기(長技) jang-gi
잔기(殘期) jan-gi
경안(慶安) gyeong-an

ㄹ. ㅎ 받침은 나는 소리에 가깝게 적는다.

좋다 jodta

ㅁ. 두 형태소 사이에 구개음화한 ㄹ, ㄴ이 덧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물약 mullyag
앞일 apnil
공ㅅ일 gongnil
앞이 apni

ㅂ. ‘깎고’와 같이 글자를 3번 거듭할 때는 1자를 생략한다.

깎고 ggagggo……ggaggo
낚고 nagggo……naggo

※ (주) ㄱ에서 받침 뒤의 ㄹ은 l로 씀.

신라 sinla

ㄴ에서 ㅅ 외에 ㅆ, ㅈ, ㅊ도 d로 적음.

갔지 gadji
갔으나 gasseu-na
빚장이 bidjang-i
꽂아 ggoja
꽃과 ggodgwa
꽃이 ggochi

ㄷ에서 ‘가에’와 ‘개’가 혼동될 때는 ga-e로 씀.
ㄹ에서 ㅎ+ㄷ=ㅌ(t), ㅎ+ㅈ=ㅊ(ch)의 법칙을 적용.

4 비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어학자로 현대 한국어를 정립하였고 매큔 라이샤워 표기법 창안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의 공식 로마자 표기법인 '한글을 로오마자로 적는 법'을 제정을 주도한 외솔 최현배 박사는 '문교부(文敎部) 제정(制定)의 한글을 로오마자삼기(Romanization)와 로오마자의 한글삼기(Koreanization)에 대한 비평'이라는 논문과 동아일보에 기고한 '들온말 적기 문제<외래어 표기 문제>'에서 이 표기법을 언어학적인 근거에 따라 아래와 같이 강하게 비판하였다.

첫째, 이론 방면에서 소리뭇 짜힘(음운조직)으로 보아,

(ㄱ) k, t, p(맑은 닫침소리, tenuis, tenues)는 g, d, b(흐린 닫침소리, media, medien)과 상응하는 소리로, 앞것이 흐려지면 뒷것이 되고, 뒷것이 맑은소리 되면 앞것이 되는 것은 로오마자 본연의 성질이니, 이는 고금이 일치한 해석이다.
그리하여, 거센소리(aspirate, 숨띤소리)를 적을 적에는 앞든 닫침소리에 h를 붙이거나 또는 거센소리표 " ' "를 붙이는 것은, 로오마자의 역사상 끄리익(Greek) 이래 불변의 철칙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오늘의 세계 소리갈의 권위자 D. Gones 교수가 온누리 소리표(Lautzeichen)을 설명한 가운데, 소리표 k, t, p는 로오마자 k, t, p에 딱맞는 것인데, 그 숨띤소리를 적자면, 그 센것은 kh, th, ph로, 그 여린 것은 k', t', p'로 한다고 하였다. 이는 k, t, p에 숨띤소리(h)가 아예 없는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k, t, p에 숨띤소리(h)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으로 그 본질을 삼는다면, 그것에 다시 여린 숨띰표 " ' "나 센 숨띰표 "h"를 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딴은 영어에서는 k, t, p를 숨띤소리로 내는 일이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센 낱내(strong syllable)에 한한 현상이요, 여러 낱내와 s의 뒤에서는 숨띤소리가 따라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영어에서 k, t, p에 h 소리를 동무하는 것은 특수의 경우에 한한 것으로, 제 본연의 바탈에서는 단순한 맑은 터짐소리일 뿐이다. 이를 방증하는 것은 로오만스 말씨(프랑스, 이딸리아, 이스빠니아...)와 슬라브 말씨(로시아말...)에서는 결코 k, t, p에 숨띰(aspiration)을 함께 내는 일이 없는 사실이다. 이는 서양의 모든 소리갈군(음성학자)들이 다 함께 인정하는 바이다
이러한 엄연한 사실과 일반스런 견해를 무시하고 아니 모르고서, 우리 나라에서 영어나 배운 사람들은 k, t, p는 의례히 숨띰을 가진 것으로 그릇 인식하고, 심지어는 소리표 k, t, p에도 숨띰이 따르는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전문가")이 없지 아니하니, 참 기막힐 우물속 개구리의 소견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한글 ㄱ, ㄷ, ㅂ은 맑은소리(청음)이요, ㅋ, ㅌ, ㅍ은 거센소리(차청음, 숨띤소리)임은 "훈민정음" 당시부터 역대의 운학자, 한글학자가 일치 공인하는 바이다. 그러한즉 ㄱ, ㄷ, ㅂ = k, t, p; ㅋ, ㅌ, ㅍ = kh, th, ph의 맞댐이 이론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 최현배, "문교부 제정의 한글을 로오마자 삼기(Romanization)와 로오마자의 한글삼기(Koreanization)에 대한 비평"출처

이러한 망령된 처리는 소위 문교부안에서 로오마자 k, t, p의 소리바탈을 숨띤소리(거센소리)로 오인하였음과 우리의 ㄱ, ㄷ, ㅂ을 흐린소리로 오인하였음의 잘못에 기인하여, 그 화가 우리말 뿐 아니라 일본말적기에까지 미친 것이다. 만약 서양, 일본의 언어학자가 이런 기발한 표기를 본다면 한국의 언어학계의 수준을 웃을 것이다.

-중략-
소위 문교부안이란 것이 과학적 진리를 잡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 안을 국제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 잘못된 G=ㄱ, D=ㄷ, B=ㅂ안이 바야흐로 우리 국어의 본질을 파괴하고 있으니 국어의 올바른 성장 발달을 위하여 실로 중대한 문제이라 아니할 수 없다.
- 최현배, 들온말 적기 문제 <외래어 표기 문제>, 1964년 3월 1일자 동아일보출처

5 기타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암묵적인(?) 규정이 있었다.

1) 행정 구역 단위는 대문자로 띄어 쓴다. '○○북도', '○○남도'의 경우 '○○', '북/남', '도'를 모두 별개로 본다.

  • 관악구 Gwanag Gu
  • 충청북도 Chungcheong Bug Do
  • 경상남도 Gyeongsang Nam Do
  • 신창읍 Sinchang Eub
  • 인왕리 Inwang Ri
  • 사북면 Sabug Myeon
  • 수원시 Suweon Si
  • 성북동 Seongbug Dong

2) 인명은 성, 이름 순서로 쓴다. 성과 이름의 사이는 띄어 쓰고, 이름의 각 음절 사이에는 하이픈을 넣는다.

  • 김정호 Gim Jeong-ho
  • 백낙준 Baeg Nag-jun
  • 장복남 Jang Bog-nam

받침 뒤의 ㄹ을 l로 쓰는 것은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당시에 독립문이 Doglibmun이 아니라 Dogribmun으로 표기되어 '개(dog) 갈비뼈(rib) 문'이라며 조롱거리가 된 듯하다.
또한 '북도'가 Bug Do로 표기된 것이 영어 화자들의 비웃음 대상이 되기도 한 모양이다. What does a Jeonra bug do that no other bug d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