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

1 개요

개인용 컴퓨터 PC가 보편화된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존의 종이에 기재하는 환자 챠트를 전산화한 것이다.
환자의 인적 사항, 병력, 진찰 결과, 치료 결과, 수술 기록, 입퇴원 기록, 외래 진료 사항등이 주요 기재 사항이다.

2 의무 기록의 혁명

종이 챠트의 부피로 인한 보관의 어려움 해소, 새 챠트 작성의 간편성, 재조회의 용이성을 해결하여 전산화의 수혜를 크게 입은 경우다.

종이 챠트 관리자의 입장에서 아주 간단히 생각해보자.

소규모 병원이라고 치고 매일 신규 환자가 평균 100명씩 와서병원이 잘되네 두께 2mm 두께의 신규 차트가 작성되면 20cm, 10일이면 2미터, 휴일도 진료한다치고 단순계산한달이면 6미터, 1년이면 신규 챠트만 72미터의 서가가 필요하다. 물론 기존 환자의 챠트도 외래 진료로 인해 조금씩 불어난다. 또 창고에 보관된 기존 환자의 챠트 두께가 평균 1cm라면 환자 1000명당 10미터의 서가가 필요하다. 즉 횡간 80미터 이상의 서가가 개업 1년에 필요한데 가로 4미터 대형 5단 책장 4개가 있어야 하고 매년 서가 4개 정도씩은 보충해야 한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대충 할 수도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책장 사이 공간도 필요하고 조명, 습기 조절, 화재 예방, 정리 및 수송 인력도 필요하니 규모가 커질수록 유지비가 장난이 아니게 된다. 대형 병원이라면 예시한 것보다 진료 규모가 훨씬 크고(수 천명씩 외래 내원, 수 백명씩 입퇴원) 진료과도 다양하니 그 관리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도서관 전쟁은 장난이야

챠트 번호를 붙여서 죽 나열해서 보관한다고 해도 매일 진료실, 병동, 응급실, 검사실, 수술실로 환자와 함께 보내야 하고 또 회수해야 한다. 게다가 연구 병원이라면 교수, 레지던트가 챠트를 가져다가 연구를 하니 진료할 때 제 때 회수를 못해 새 챠트를 임시로 만드니 중복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분실하기도 하고 오염되기도 하고 새 챠트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통합되지 못하기도 해서 여기 저기 기록도 되는 그야말로 엉망이 되기 쉽다.

또 종이라는게 보통 20~30년 지나면 변색되고 부스러지기 시작하니 영구 보존이 안된다. 보존을 하려면 마이크로 필름화, 스캐닝을 해야하니 비용이 또 든다.

그러나 EMR이라는 요술 방망이가 등장해서 이런 공간의 제약과 조회의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했다.고마와요 컴퓨터

3 한국의 EMR 실태

그러나 이런 전산화의 잇점을 톡톡히 누리는 일면 문제점이 없지 않다. 아니 굉장히 많다.

한국 의료계에서의 EMR은 비표준화, 비규격화가 표준이다!!!

표준화된 의무 기록 사항은 있지만 그것을 전산화하는 프로그램의 운용 방식, 데이터 베이스, 휴먼 인터페이스의 차이가 개발자 나름 가지각색이라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이 병원, 저 병원의 프로그램, 사용 방식, 운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 호환이 안된다. 국내 표준 규격도 없고 국제 규격 HL7, ISO 13606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전혀 없다. IT강국이란 말이 무색하다.

표준화가 안되니 국가 차원에서의 통계나 연구에 이 방대한 의무기록의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4 표준화가 되지 않는 이유

보건복지부가 2005년 통합 의료 정보 시스템을 만들어 보려는 사업을 해봤지만 5년만에 접고 말았다. 이유는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4.1 전산과 의료라는 이질적인 영역 문제

이유는 몇가지 있는데 일단 공돌이프로그래머가 의료와 의무기록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상적인 경우를 상정해보면 의료와 IT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다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인재는 거의 없다. 서로 다른 학문 체계, '업계 용어', 이질적인 문화를 아우르며 시스템을 설계, 개발해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에서는 시망이다.설사 내가 그런 인재라면 차라리 의사를 하고 말지. 아니면 월 1000만원 봉급을 주든지

의무 기록이란 것이 기본적인 DB엔진에 인사 관리 프로그램 비슷한 걸 확장하는 수준이 아니다.
환자의 의무 기록은 의사가 기록하는 초진 기록에만 환자의 주 증상, 발병 시기, 발병 양상, 병력, 과거력, 이학적 검사, 전신 증상/증후 검사, 추정 진단, 확정 진단, 향후 계획 등의 항목이 빼곡히 들어간다. 이들 항목에도 세부 항목이 필요하며 그림, 영상도 입력가능해야 한다. 또 이후에 추가되는 추이 기록(Progress note)역시 subjective, objective, assessment, plan이 기본적으로 있는데 삭제, 갱신이 수시로 일어난다. 게다가 주치의만 기록하는 게 아니라 진료팀원이나 제 3자에 대한 기록 권한/접근 제한, 작성, 수정, 갱신, 삭제에 대한 로그 기록이 있어야 한다. 간호사가 작성하는 간호기록 또한 간호목표, 라운딩 기록, 바이탈 기록, 처치 수행등 다양한 항목이 있다. 또 환자 처치 명령(Order)와 각종 검사 결과(혈액 검사, 영상 검사)의 기록 프로그램과의 연동, 상호 참조가 가능해야 한다.

즉 데이터 베이스의 구축 항목이 매우 많으며 그 갱신과 수정, 상호 참조의 수준이 복잡하다. 이러한 요구 사항을 프로그래머의 입장에서만 구축하면 컴맹이고 콧대만 높은의료진들은 이것 저것 개선 사항들을 요구하고 그것을 반영하여 업데이트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작업을 상호 긴밀히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개발 업체들이 영세하며 그 수준도 그리 높지 않아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어렵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규격화된 EMR solution이 대량 납품되면 그 노하우가 쌓이고 프로그래밍의 수준이 진보할텐데 영세 업체들이 난립하며 경쟁하느라 그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인재의 수준은 높아야 하고 표준화 규격이 없으니 대기업이 뛰어들어 투자, 개발하지 않는다. 소규모 IT 업체들한테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역설도 성립한다.공돌이 갈아넣으면 돈이 되네?
물론 원격 의료라는 새로운 먹이영역에 대기업이 탐색전을 벌이고 있으니 추이를 지켜볼 여지는 있다.

4.2 의료계의 속사정

병원 입장에서는 각종 검사의 원격 조회가 안되는 현 상황이 오히려 좋다. 왜냐하면 다시 각종 검사를 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병원간 전산 조회가 안되는 현 상황을 당연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그래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현재 의무 기록, 검사 결과는 일일이 CD, 종이에 복사해서 들고 다녀야 한다.

즉 국민 의료 보험, 의약 분업 이후 경영이 녹록치 않다고 생각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EMR 표준화를 원하지도 않고 당연히 그 사업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동기가 없다.

4.3 법적 한계와 문제

의무 기록은 당연히 개인에 관한 정보이다. 인적 사항은 물론 그 건강 상태까지 기재되어 있으니 악용의 여지가 크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도 보면 개인 기록의 조회를 국가에서 마구 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주민 등록 번호, 지문, 가족 사항, 재산, 교육, 보건 등 개인 정보 사항을 모두 모아서 중앙 관리하는 빅 브라더를 허용하느냐에 대한 문제와도 관련된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상 의료정보를 임의 누출하면 안된다. 따라서 치료 목적이나 질병 연구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병원에 보관된 임의의 환자의 EMR을 해당인의 동의없이 조회하는 것은 불법이다. 문제는 여러 국가 기관의 보안 관리, 개발 업체의 보안 의식, 의료 기관의 전산 보안 상태가 아주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다.의료정보 뚫리면 더 위험…돈 문제에 묶인 '보안'

따라서 기술적, 경제성의 문제를 떠나 EMR 표준화의 문제는 사회 정치적 문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